임종룡 회장 조사·수사결과 수용 의사에도 기관제재 가능성 높아
‘부당대출 사태’로 기관 중징계 받으면 인수 자체 물거품될 수도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맺었으나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로 금융당국의 기관 제재 가능성이 높아 무산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이날 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전임 회장 친척 부당대출에 대해 사과하고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보고 누락과 후속대응 미비를 은행법 위반행위로 지목한 것과 같이 임 회장도 자신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현 경영진의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날 이사회에서 동양생명·ABL생명을 총 1조5493억원에 인수키로 하고 SPA를 체결했다. 인수대상 지분과 가격은 동양생명 75.34% 1조2840억원, ABL생명의 경우 100% 2654억원이며 인수 PBR은 실사에 따라 3월말 기준 0.65배와 0.30배로 정해졌다.

동양생명은 수입보험료 기준 업계 6위로 지난해 총자산 33조원, 당기순이익 3000억원의 안정적 이익창출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BL생명 역시 업계 9위로 작년말 총자산 17조원, 당기순이익 800억원을 창출했고 자산운용 역량이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임 회장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며 “은행 위주로 편중된 그룹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8월 1일 증권사 출범에 이어 매우 중요한 그룹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제 계약서에 서명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사업계획의 수립, 금융당국의 승인 등 많은 절차가 남아있다”며 “이를 순조롭게 추진토록 지주 관련 부서는 최선을 다하고 다른 부서에서도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임원회의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나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로 지난 22일부터 인력이 보강된 금감원 추가 현장점검과 검찰의 강제수사로 인해 이번 M&A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일단 금감원은 임 회장과 조 은행장 등 현 경영진이 범죄혐의를 알고도 늑장 보고로 은행법을 위반했다며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 경영진과 함께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제재도 함께 진행할 방침인 만큼 징계수위에 따라 이번 M&A가 최종 무산될 수 있다. 

금융당국에서 내리는 기관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들 기관제재 수위 가운데 기관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게 되면 최소 1년부터 3년까지 금융사 인수는 사실상 금지된다. 

아울러 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려면 최근 1년 기관경고나 최근 3년 시정명령 또는 중지명령, 업무정지 이상 수위의 제재를 받지 않아야 한다. 앞서 임 회장의 의도대로 동양생명·ABL생명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면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당국의 제재가 가장 낮은 기관주의 수준에 그쳐야 하는데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우리금융 및 우리은행, 현 경영진에 대해 법으로 가능한 최고 수준의 징계와 제재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조사·검사결과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나 최근 분위기상 신속한 제재를 결정할 가능성도 높다.

재무 관련 부처 경력을 고려할 때 최근 취임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우리은행에 대해 호의적 모습을 보일 수 있더라도 검찰 수사로 번진 상황을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임종룡 회장의 이번 M&A 시도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관제제를 신속하게 결정한다면 동양생명·ABL생명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불가피하고 기관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을 경우 아예 금융사 인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상황에 따라 우리금융이 은행과 보험·증권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원점으로 회귀할 수도 있는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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