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 취임 후 금융사고 빈번하게 발생
보험사 인수 추진도 가격 협상 관건
금융업계 "두 마리 토끼 다 잃을 수도"

우리금융그룹이 지난달 28일 10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협력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디노랩 서울 5기’를 시작했다.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그룹이 우리은행의 부정대출 논란에 휩싸인 데다 보험사 인수 계획까지 미루면서 임종룡 회장의 '비은행 인수합병(M&A) 전략'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차갑다.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은 덩치만 키우는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고, 비금융 분야에서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는 등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겠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이 은행 순이익 의존도가 가장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은행 순이익 의존도는 △우리금융 95.4% △하나금융 84.6% △신한금융 75% △KB금융 54.1% 순으로 높았다. 우리금융이 유일하게 90% 이상의 은행 순이익 의존도를 기록했다.

이에 우리금융은 지난 1일 첫 비은행 부문 M&A 전략으로 통합 증권사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당시 임종룡 회장은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다"며 "우리투자증권의 인사·조직·성과보상 등을 그룹 계열사 잣대가 아닌 시장 관점, 증권업종 기준에서 다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보험사도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나 가격 협상 이견으로 무산되거나 실사 일정을 연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롯데손해보험 지분 인수 과정에서는 '오버페이(과도한 가격 제시)' 이슈로 포기를 선언했다. 아울러 동양생명·ABL생명보험 패키지 인수를 위한 실사 일정도 적정가격을 도출하기 위한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원래보다 기간을 일주일 늘렸다.

우리금융은 두 생명보험사의 현재 경영 상황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인수가를 측정할 예정이다. 다만, 동양생명은 올해 상반기 175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거뒀기 때문에 가격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 전망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

특히 우리금융이 비은행 M&A 추진에 모든 공력을 집중하면서 금융사고 예방과 내부통제 등 금융사로서 가장 중요한 토대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임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한 이후 약 1년 3개월여 동안 우리금융그룹 4개 계열사에서 모두 9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금융사고 종류별로는 △사기 3건(115억9400만원) △횡령 2건(2억5900만원) △기타 2건(23억2500만원) 등이다.

계열사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 5건(131억400만원) △우리카드 2건(9억5800만원) △우리금융캐피탈 1건(1억1600만원) △우리금융저축은행 1건(100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금융사고에 대해 임 회장은 지난달 12일 "항상 맨 앞에서 함께 뛰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리스크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 나가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임직원 모두 절벽 끝에 선 절박한 마음으로 자성하고,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신념으로 내부통제 강화와 윤리의식 내재화에 나서 달라"며 "관련 정책과 시스템을 정비해 어려운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전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전 회장. [우리금융그룹 제공]

그러나 임 회장의 당부에도 우리은행에서 또다시 부당대출로 인한 금융사고가 발생해 내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극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11개 차주를 대상으로 총 454억원(23건)을 부적정하게 대출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9개 차주에게도 162억원(19건)의 대출이 실행됐다.

대출의 상당 수는 대출의 상당수는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거래 관계를 유지해 왔던 선릉금융센터장(본부장) A씨의 주도로 취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체 대출 중  57%(350억원, 28건)는 △서류 진위 확인 누락 △담보·보증 부적정 △대출 심사 절차 위반 △용도 외 유용 점검 부적정 등 통상 대출 기준이나 심사 절차를 따르지 않고 이뤄졌다.

논란의 장본인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전 회장은 "금융당국의 중간조사 결과가 과장돼 해명조차 난감하다"는 입장으로 국민의 화를 더욱 돋우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4년간 손 회장이 처남 등 친인척 관련 대출에 직접 관여했나"라는 질문에 "직접 지시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더 큰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임 회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부터 비은행 포트폴리오와 내부통제 강화를 재차 강조했지만, 금융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도덕적 해이를 방치하고, 그룹 덩치 키우기에만 몰두한다면 결국에는 두 마리 토끼 모두 잃게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임 회장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부당한 지시와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며 "우리금융에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계신 고객에게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의 향후 경영 전략에 어떤 변화가 생길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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