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미국 필리조선소와 주식매매계약 체결
한화오션 인수 금액 4000만 달러…지분 40%
하이투자증권 "일감 확보하는 것은 시간문제"

한화오션이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증권 업계에서는 조선업 기반이 취약한 미국에서 초기 일감 확보가 관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1일 코스피 시장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이날 오전 10시 2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2.03% 오른 3만2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초반 3만4450원까지 뛰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현지시간 20일 미국 필리조선소(옛 에어커 필라델피아조선소)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참여했고, 인수 금액은 총 1억달러(약 1380억원)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은 각각 40%와 60%씩 필리조선소 지분을 취득한다. 전체 인수금액 중 한화오션에서 부담하는 액수는 4000만달러(약 552억 원)이며 PSI 주식 취득시점은 올해 11월로 예정돼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에 있는 조선소로, 미국 해군 군함의 유지·보수(MRO) 사업을 진행하며 미국에서 건조된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의 50%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교통부 해사청(MARAD)의 대형 다목적 훈련함을 비롯한 해양풍력설치선, 관공선의 건조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 필리조선소는 HD현대중공업과 미국 정부가 발주하는 함정·관공선에 대한 신조와 MRO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지만, 한화오션으로 인수작업이 진행되면서 한화의 현지 MRO시장 진출을 지원하게 된다.
크리스티안 몬센 뢰케(Kristian Røkke) 필리조선소 전 회장은 "20년간의 경영 끝에 소유권을 한화로 이전하게 됐다"며 "한화는 필리조선소가 직원들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도록 풍부한 조선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인수 계약으로 한화그룹은 미국 방산시장 진출이 유리해졌다. 미국은 연안무역법에 따라 건조 또는 상당 부분 개조되거나 자국에 해상운송 권한을 등록하고 미국인이 승선한 선박만 연안 운송에 나설 수 있어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확보된 해외 생산거점에 자사 상선과 함정 건조역량을 결합해 매출 다각화와 미국 시장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포스트 그래픽]](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6/207443_209665_122.jpg)
증권가에서는 한화그룹의 미국 첫 진출은 큰 의미가 있지만, 향후 조선업 기반이 취약한 미국에서 일감을 확보하는 것을 관건으로 보고 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해군 MRO사업 진출의 첫 발을 떼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둔다"며 "미국 본토 소재의 조선소를 교두보로 확보한 것은 태평양 7함대뿐 아니라 전체 미 해군의 함대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필리조선소는 언제라도 해사청을 비롯한 해군, 해경 등 미 정부기관의 발주를 받아 수행할 자격을 보유한 조선소"라며 "필라델피아 해군기지 바로 옆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미해군 MRO사업 진출 가능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인수에 있어서 관건은 일감이다. 변 연구원은 "필리조선소의 수주잔고에 군함은 없는 상태"라며 "그러나 당장 건조와 수리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려진 미 해군의 상황을 고려하면 수리사업 등 일감 확보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또 "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는 사전 한미 양국의 상당한 교감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초기 일감 확보에 대한 부분도 반드시 논의됐을 것이고 향후 하나씩 공개될 사업의 디테일과 회사의 비전을 흥미롭게 지켜 볼 일"이라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