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동해에 140억배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
석유·가스·강관 관련 '산유국 테마' 강세

[파이낸셜포스트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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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가스·강관 관련 '산유국 테마'가 주식 시장에서 연이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영향이다.

4일 주식 시장에 따르면 한국석유는 이날 오전 11시 23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29.81% 오른 2만3300원에 거래되며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 같은 시간 한국가스공사도 4만3700원에 거래되면서 전 거래일보다 12.92% 상승했다.

아울러 액화석유가스(LPG) 관련주이자 석유류 판매업체인 흥구석유도 전 거래일보다 24.62% 오른 2만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강관업체인 동양철관(29.98%)과 화성밸브(29.97%)도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지에스이(9.36%) 등 가스, 셰일가스주도 일제히 오름세를 시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열어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로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으로 판단된다"며 "매장량은 최대 140억배럴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2월 그간 축적된 동해 심해 탐사자료를 세계 최고 수준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미국 액트지오(Act-Geo)에 심층 분석을 맡긴 후 이 같은 결과를 통보 받았다. 5개월에 걸쳐 해외 전문가, 국내 자문단 등의 검증 과정도 마쳤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경북 포항 일원 동해 심해 유망구조 탐사시추를 개시할 예정이다. 석유공사는 탐사가 실시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 평가를 진행해 추가 유망구조를 도출하며, 산업부는 연말부터 진행될 시추를 통해 부존 여부와 부존량을 확인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동해 심해 물리탐사 결과를 미국의 액트지오에 맡겨 결과를 받아보니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받은 것이고, 실제 부존 여부는 시추를 통해 확인해봐야 한다"며 "시추 전까지는 석유·가스가 있다거나 없다고 할 수 없는 단계"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연말까지 1차 탐사 시추에 착수할 방침이다. 1차 시추에서 개발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최소 5차에 걸쳐 부존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심해 해저에 1개의 시추 구멍을 뚫는 데는 약 1000억원이 소요되며, 심해에 깊은 구멍을 뚫는 시추는 전문 장비와 기술력이 필요해 미국·유럽 등 글로벌 전문기업에 맡겨진다. 

이후 유전·가스전 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 국내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 매장 가치가 현시점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며 "오는 2027년이나 2028년쯤 공사를 시작해 2035년 정도에 상업적 개발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관련주들의 급등세가 '단기 테마주'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발·생산까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실제 경제성이 있는지 판단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당장 가시적인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급등은 단기 테마성으로 보이며, 지금 시점에서 급히 따라가며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석유가 묻혀 있는 것은 예전부터 알려진 사실인데, 경제성 관련 문제가 있다"며 "실제 생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상황에서 주가 급등은 하루 이틀짜리 초단기성으로 보인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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