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發 국채금리 요동에 여당에서도 강력한 질타 지경
민감한 때 미국 기준금리 등 변수 너무 많아 그야말로 예측불허 평가
일각에선 보험계 채권 발행 적기 지적도...보험권 위험한 생각 지양 반응도
![국공채 금리가 요동치고 있어 투자 관련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한국예탁결제원은 용지 국민주택채권의 마지막 상환을 2019년 4월 말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종이로 발행되는 '실물발행채권'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진=예탁결제원]](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8508_277869_615.jpg)
채권 시장이 요동치면서, 금리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투자나 발행 모두에서 증권사나 보험사들은 대거 등껍질 속으로 움츠린 거북 모드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금리는 오전 기준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민평금리보다 2.2bp(1bp=0.01%포인트) 상승한 2.887%, 10년물 금리는 2.6bp 올라 3.286%를 기록했다. 아울러 3년 국채선물(KTB)은 4틱 하락한 105.87로 거래됐다. 틱은 국채선물 가격 산정 단위로 국채선물 거래단위가 액면가 1억원임을 감안할 때 1계약당 1틱의 가치는 1만원의 가격 변동을 의미한다.
이는 국·내외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축소되는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잃는 가운데, 코스피까지 낙폭을 줄이면서 '위험회피 심리'도 경감됐다. 즉 주식 대신 채권에 투자하자는 자금 흐름도 약해져서 이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감 후퇴는 사실 당국에서 다소 신중하지 못하게 빚은 면이 없지 않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폭과 시점, 혹은 정책 방향의 전환이 있을지는 앞으로 나올 새로운 데이터에 달렸다"고 발언했다. 이 총재 인터뷰가 보도된 사흘 뒤인 16일 이 총재 발언에 대해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총재는) 과격한 발언을 하면 시장이 출렁거릴 거란 걸 정말 몰랐던 걸까"라고 질타했다. 이날 이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인터뷰를 본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정책 방향의 전환'이 있을 수도 있다는 발언은, 주택 가격 등의 데이터에 따라 금리 인상 기조로 전환된다는 뜻으로 들렸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 같은) 이 총재의 발언으로 채권 시장이 요동쳤다고 한다"면서 "외국인들의 국채 매도로 환율은 급등했고 주가도 폭락했다"고 부연하며, "계속 이런 식의 발언을 이어갈 것이면 '사퇴'를 하라"는 쓴소리까지 냈다.
이달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마지막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하게 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2월에 열려 한국보다 한 차례 더 남은 상황인 만큼 이번 한은 금통위은 다음달 FOMC 결과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을 택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장 한·미 정책금리 차이가 금리 인하에는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한국 기준금리는 현재 연 2.5%이지만 미국은 3.75~4.00% 수준이다. 금리차는 현재 1.5%포인트(p)로 벌어져 있어 한국은행 운신 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효과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고, 금융통화위원회 간격이 짧아 11월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결국 한국은행 측 추가 인하는 2026년 상반기나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는 11월 동결은 확실하고, 상반기 동결될 가능성까지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반기에 인하를 하면 할 수도 있겠으나, 만약 못한다면 하반기에도 어려운 쪽으로 (후속) 상황 전개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 총재발(發) 인터뷰 논란까지 겹치면서 채권 시장 유동성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게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최근 갑작스러운 한국은행 측 '방향 전환' 언급에, 채권 가격이 크게 추락하는 상황을 맞은 기관 등의 채권 투자자들이 큰 실망감과 피로감을 느끼는 모습이란 분석이다.
한 증권사 의 채권 딜러 관계자는 "최근 한 달간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상황이 꼬였다. 상반기에 기준금리 기대감이 좋았던 것을 다 잠식하다시피 했다. 마이너스(-)까지는 아니지만 이익 대부분이 사라졌다"며 우려를 내놨다.
하지만, 일부 채권 전문가들 사이에는 차라리 지금 기준금리 인하 깜짝쇼가 없는 게 낫다고까지 보는 기류도 있다. 일종의 수익성 관련 인센티브 이슈를 고려해도 피로감과 불만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란 우려 탓이다. 지금 기준금리 이슈에 대응해 손실분을 만회하기 보다는, 차라리 나중에 금리 상승을 중앙은행이 단행하고 본격적으로 내년에 그에 대응해 일을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런 극심한 피로 현상은 국고채에 대한 눈치보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회사채 등에 대한 투자 경색도 도미노 현상처럼 빚어지고 그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채권 관련 전문가는 "기관투자자들이 국고채 투자에 매달리느라 정작 은행채 · 공사채 ·회사채 등에 투자할 자금원이 마르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은행채 등의 금리는 향후 기준금리 전망이 선반영되는 등 복합적인 상품이므로, 채권시장에서의 투자자(특히 기관) 몸사리기와 이로 인한 은행채 및 기업채 등 금리 상승은 연쇄적으로 각종 금융시장 및 그 참여자들을 괴롭힐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시장의 기관자금 눈치보기는 결국 기업의 대출금리나 가계 대출금리까지 밀어올린다"고 우려했다.
한편, 보험업권에서 국고채 금리 고점을 살펴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는 나온 바 있지만, "이 같은 대응을 하기엔 너무 여러 변수가 많다"고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지적했다.
즉,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던 국고채 금리가 한때 고점 인식에 따라 주춤했는데, 채권 시장에 보험권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인데, 보험업권은 자금 운용 '만기 구조'가 긴 만큼 적당한 시기에 보험업계가 대규모로 국고채 순매수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다만 이런 전망에 대해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기준금리 관련만 해도 우리와 미국 연준을 함께 봐야 하고, 여러 사정상 일희일비하기 보단 신중하게 큰 틀의 그림에서 대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 역시 "지금 회사채를 발행하러 나서는 보험사가 있느냐는 질문이 종종 나오는데, 우리는 일단 자금확충 계획이 없어서 생각이 전혀 없고, 업권에서도 채권 발행을 했다든지 준비 중인 곳의 이야기는 (거의) 들은 기억이 없다"며 "'킥스' 등 사정이나 '자금확충 필요성' 등 각자의 사정과 포트폴리오로 결정할 문제이지 지금 투자를, 그것도 몇 개 파악된 변수만 갖고 생각하기엔 결정의 부담이 너무 크다"고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