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손보사 3분기 차보험 적자 급증…누적 손해율 85%대로 방어 한계
![서울 시내에서 자동차사고가 난 모습. [사진=김주승 기자]](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8186_277358_817.jpg)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0%대까지 치솟으면서 손해보험사들의 3분기 실적이 일제히 흔들리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사고 증가와 최근 4년간 누적된 기본요율 인하로 보험료 수입이 줄어든 가운데, 정비수가 인상과 제도개선 지연까지 겹치며 수익성 부담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다. 손보업계는 '더 이상 인하 여력이 없다'며 내년 차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하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손보 빅5’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삼성화재가 5385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2.9% 줄었고, 메리츠화재(4638억원, -6.3%), KB손보(2088억원, -14.7%), 현대해상(1832억 원, -14.2%)도 하락했다. DB손보는 2930억원으로 낙폭이 35%를 넘었다.
보험업계는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을 차보험으로 꼽는다. 당장 삼성화재는 차보험 손익이 3분기에만 648억원 적자를 내 누적 기준 341억원 손실을 기록했고, 현대해상도 3분기 533억원 적자로 전년 대비 크게 악화됐다. KB손보는 442억원의 손실을 냈으며, DB손보는 218억원으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87.9% 감소했다.
실제로 차보험 손해율은 이미 업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 등 주요 4개사의 9월 손해율은 94.1%로 전년 대비 7.8%포인트 상승했다. 누적 손해율도 85% 중반까지 올라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다. 여름철 집중호우·폭염 등 이상기후에 따른 사고 증가와 기본요율 인하가 누적돼 대당 보험료가 줄어든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정비수가 상승도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올해 정비수가가 2.7% 인상된 데 이어, 정비업계는 최근 시간당 공임을 6.6% 올려야 한다는 요구를 제기했다. 비용 증가 요인이 지속되면서 보험사들의 수익성 훼손 압력은 더욱 커졌다.
반면 손해율 개선을 위해 추진된 제도들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상환자 중심의 과잉 진료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경미한 사고 후 8주 이상 치료 시 공적기관 심의를 받도록 하는 자동차손배법 개정안은 입법 예고 이후 답보 상태다. 부품 수급 다양화를 위해 도입된 품질인증부품 제도 역시 소비자 반발로 활성화가 사실상 어려운 국면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삼성화재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IR)에서 손보사 중 가장 먼저 칼을 빼들었다. 권영집 삼성화재 자동차보험전략팀장은 “최근 4년간 요율을 지속 인하해온 점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현재 합산비율을 감안하면 내년 보험료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와 물가 부담을 고려하면 인상 결정엔 신중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보험은 의무가입 상품이자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돼 있어서 보험료 상승이 곧 물가에 영향을 준다. 실제로 정부는 상생금융 기조에 따라 최근 4년간 자동차보험료를 ▲2022년 1.2~1.4% ▲2023년 2.0~2.1% ▲2024년 2.5~2.8% 인하했고, 손해율이 83.3%까지 오른 올해(2025년)에도 0.6~1.0% 인하를 유지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만큼 정부가 차보험료 인상에 더욱 신중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업계는 올해만큼은 상황이 다르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손보업계 차보험 손실은 97억원 수준으로 제한적이었지만, 올해는 손해율 상승폭과 적자 규모가 훨씬 크며,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서비스 품질이나 보장 수준 등 차보험 사업 전반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손해율이 높아도 적자 폭이 당장은 작아 보험료 인하가 가능했지만 올해는 구조적으로 인하 여지가 없다”며 “내년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