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부친 염원 무시하고 엑시트? 그룹 "이미 매각 않기로 정리된 문제"
경영능력 입증 필요...타격없이 이미지만 챙길까, 부친 꿈 이루는 '진짜 경영자' 될까
'이재용 방산 손떼기'처럼 몽땅 팔아치울 상황, 결국 지금은 아니다?
올리브영 상장 지연...'상법 개정' 국면 돌파 중동 투자자 성사 촉각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 [사진=CJ제일제당]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 [사진=CJ제일제당]

이선호 시대는 과연 무리없이 열릴까? CJ그룹의 운명을 가를 투자 향배에 장충동(오너 일가 거주지역) 주변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영역과 화장품 이슈에 매몰된 이선호 CJ 미래기획실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의 정책 방향과 경영능력 과시 가능성이 CJ 관련주들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그룹 방향성에도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선호 체제 완성'이 꼭 개인의 경영능력 입증만이 아니라 '지분 승계 정리'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보니, 지난 가을 초입에 그가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에서 지주사로 복귀해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직접 이끌도록 주문받은 상황에도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한 증권계 관계자는 "CJ가 미래 신수종 사업을 기획하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오너 3세인 이 실장을 그 수장으로 불러들인 점은 후계 수업과 미래 전략이 동시에 본격화된 것 아니겠는가"라고 분석했다. 

바이오, 이재현의 오랜 꿈...당장 제당 주가 망친다고 매각 불가능?

이재현 회장 체제에서 이선호 차기 회장 시대로의 이행 준비와 그 과정에서 필수적인 경영능력 입증에는 바이오와 CJ올리브영 이슈 두 개의 처리가 중·단기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안에 마련된 CJ제일제당 제품 판매 코너 [사진=CJ제일제당]
인천공항 면세점 안에 마련된 CJ제일제당 제품 판매 코너 [사진=CJ제일제당]

CJ그룹은 지난 1994년 삼성과 분리를 선언, 독자경영을 시작한 이래 호암 이병철 창업회장의 맏손자인 이재현 회장의 경영 리더십과 추진력, 사업적 혜안에 기대왔다. 이 회장은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고 기존에 산업화되지 않은 분야의 기반을 닦는 데 공을 들였고, 그런 맥락에서 제일제당 중심 경영 체제에 CJ ENM 등 K-컬처 엔진 역할을 맡는 회사들을 가미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두 차례 굵은 줄기에서 바이오 등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한동안 경영에서 손을 떼왔던 그는 2017년 5월, 경기도 수원시 광교의 'CJ블로썸파크 개관식' 겸 '2017 온리원(ONLYONE) 컨퍼런스'에서 "오늘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하겠다"며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CJ의 컨텐츠, 생활문화서비스, 물류, 식품, 바이오의 사업군은 국가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후, 2021년 CJ그룹은 중기 비전을 발표하며 다시금 바이오사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레드(보건·의료), 그린(산업생산), 화이트(해양) 바이오 등 3개 바이오사업의 동시다발적 성장을 정조준한 것.

하지만 바이오에 부침이 없지 않았다. 2024년 돌연 그린바이오 사업 매각을 시도한 점을 아직 기억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그린바이오는 사료용 아미노산(라이신, 아르기닌, 트립토판)과 식품용 조미 소재(핵산 등)를 망라한다.

CJ제일제당이 본업인 식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탄 확보를 위해 바이오를 대폭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CJ그룹 측 철회로 다시 없던 일이 됐다. 그런데 2025년 지금 이 이슈를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나온다. 지금 CJ제일제당을 너무 힘들게 하는 바이오를 떼어내는 게 타당치 않겠느냐는 현실론이다.

다만 CJ그룹 관계자는 바이오 매각 문제를 단순히 CJ제일제당 주가나 성장성 차원에서 다시 꺼낼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미 정리가 된 사안"이라는 평가다. 

그러므로, 이 실장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에는 일단 부친의 숙원 사업인 이 문제를 잘 키우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돌연 매각 추진 같은 전광석화식 결단은 아직 모색할 기반이 없다는 얘기다.

이재용 체제를 굳히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을 파트너 삼아 방산 등 영역을 스와핑한 경우가 있으나, 유사 이벤트를 CJ가 당장 할 가능성은 작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다시 CJ제일제당의 단기 혹은 중기 미래에서 바이오 부진으로 인한 타격을 어떻게 완충 내지 해소하는가가 된다. 

때마침 이 실장이 제당에서 지주로 엑시트를 한 상황은 이 바이오 문제를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여유, 그룹 차원에서의 큰 그림으로 톱다운 식으로 이를 풀 가능성을 허락받는다는 맥락에서 중요해 보인다. "성과가 날 경우 100% 공로 차지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실패나 소강상태라도 큰 이미지 타격없이 관조할 수 있는 정도의 황금비 거리두기일 수 있다"는 평가가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 실장은 책임은 유사시 덜 지고, 해피엔딩시 실적엔 이름을 올리는 '바이오 체리피킹'이 최선이다

CJ제일제당의 주가 국면은 그래서 당분간, '바이오는 일단 안고 간다'는 전제 하에서 풀어야 할 모양이고, 이 과정에서 빨리 이선호 체제가 흑기사 노릇을 해 주길 기원하는 게 관전 포인트다.

상법 개정에 물린 '올리브영'의 아쉬움, 'CJ' 주가 당장은 웃지만... 

CJ그룹이 각종 미래형 사업군을 완성하고 괄목할 만한 매출 증대를 이뤄낸 가운데, 3세 승계 구도가 숙제로 떠올랐는데 '상법 개정' 문제가 당초 시장에서 기정사실화됐던 '올리브영 상장 및 CJ와의 합병 시나리오'에 균열을 내고 있다. 

1990년생인 이선호 실장은 2013년 CJ에 입사한 만큼 아직 승계 작업이 시간에 쫓기는 사정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아직 미진한 지분 보유 분량, 그리고 여기에 상법 개정 등 부정적 이슈가 계속 터져나오는 대목에 있다.

서울 성수동에 마련된 CJ올리브영 매장에서 외국인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서울 성수동에 마련된 CJ올리브영 매장에서 외국인 고객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CJ올리브영]

이 실장은 CJ 지분 대신 주로 CJ올리브영 지분을 갖고 있다. CJ 지분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그와 이경후씨의 지분이 많은 올리브영을 상장한 후 합병을 이뤄 지분 비율을 높일 것으로 점쳐졌었다. 하지만 이처럼 CJ 지분율이 낮은 오너 3세들을 위한 전략엔 브레이크가 걸릴 점망이다.

앞서 2023년 말 CJ올리브영은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주식발행초과금 2500억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며 자사주매입 재원을 마련하는 등 작업을 해왔는데(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린다는 해석), 개정 상법 구조에 따르면, '오너 일가에 유리하게 CJ올리브영 가치를 예상보다 높게 책정하는 방법' 자체가 어려워진다.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일명 '비지배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마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2015년 5월 1대 0.35 비율로 합병키로 했을 때 지분 비율 산정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으로 삼성그룹과 이재용 현 회장이 곤욕을 치른 것과 유사한 법정공방 재연이 불가피하다. 

CJ 주가는 이 같은 신법 입법조치 이슈가 부각되는 상황에, 그 반작용 내지 반사효과로 오히려 주가 상승이 이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너 일가와 일반 주주의 이익이 달리 움직이는 전형적 사례인 셈이다. 하지만 CJ의 주가는 CJ올리브영과의 엮임 상황에서 아직은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는 해석이 대두된다.

방산 스와핑 등 이재용 해법, 이선호는 '불가'? 신유열 등과의 경쟁 성격도

이 실장으로서는 힘든 국면이지만, '방법'이 없지  않아서다. 이 실장이 전체적인 경영 맥락에서 CJ올리브영의 가치를 퀀텀점프시키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극적 모멘텀을 만들면 된다. 중동계 투자자 등 외부 자본을 높은 몸값을 인정받으며 끌어오는 경우, 이는 합병 비율 산정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해석론이 있다. 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한, CJ의 주가는 CJ올리브영이라는 커다란 자석이 갖는 자기장의 아래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이재용 일가와의 닮은꼴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 하지만 '이재용 아저씨'가 일처리를 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시장 분위기와 제도적 배경이 이선호 실장과 그 승계를 돕는 가신그룹을 피곤하게 할 전망이다. 심지어 이재용 측은 4세 경영참여 포기라는 카드를 시원하게 던져 법정공방 국면에서 여론 전환을 꾀하기도 했는데, CJ는 아직 3세 문제도 매듭짓지 못한 터다. 이런 삼성-CJ간 격차는 이맹희-손복남 부부 시대 경영권이 행사되지 못하고 할아버지(이병철)에서 맏손자대로 바로 '격세승계'로 제당업 몫이 분배된 영향도 있다.

그런 점에서 여러모로 이 실장의 능력 발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오촌 아저씨(JY)보다 어려운 국면에서, '찬란한 이건희 시대 유산의 극복' 못지 않은 난제인 '거대한 이재현 산맥 넘기'의 '승어부 과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이오 영역은 삼성바리오로직스를 가진 JY 외에 다른 재벌 후계자들에게도 일종의 역량 과시 무대처럼 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선호 실장만 발을 빼기도 어렵다. 최태원 SK그룹의 장녀인 최윤정씨는 SK바이오팜을 키우고 롯데는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 오리온은 담서원 그룹 상무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사내이사 겸직 등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룹 측에서는 '만만디(시간 벌기)' 내지 '살라미(얇게 잘라서 문제를 해결)' 전술로 문제를 접근하는 듯 하다. 당장 CJ 지주의 우선주 처리 시점에 대해서도 그룹 관계자는 "정확히 모를 일"이라고만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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