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쓰리서치, ‘HBF산업 대전환’ 보고서 발표…저장ㆍ메모리 경계 허문다

 Intel Xeon(Clovertown) 메모리에 따른 성능 한계. 출처:  UC Berkeley Parallel Computing Laboratory, 그로쓰리서치.
 Intel Xeon(Clovertown) 메모리에 따른 성능 한계. 출처:  UC Berkeley Parallel Computing Laboratory, 그로쓰리서치.

차세대 메모리 아키텍처로 부상 중인 HBF(High Bandwidth Flash)가 DRAM(휘발성)과 NAND(비휘발성)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저장-메모리 융합’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스몰캡 전문 독립 리서치 기업 그로쓰리서치(대표 한용희)는 17일 AI 데이터 폭증으로 기존 메모리 구조가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차세대 메모리 아키텍처로 부상한 HBF(High Bandwidth Flash) 산업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 ‘HBF 산업 재편: 저장과 메모리를 잇는 새로운 구조’는 AI 인프라 패러다임 전환, HBF 등장 배경, DRAM·HBM 대비 기술적 차별성, 국내 기업의 기술·사업 기회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이번 그로쓰리서치 HBF 산업보고서는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기술 데이터와 연구 논문을 수집·분석했다. 조사 과정은 약 2주간으로 데이터 수집, 산업 동향 비교분석 등 과학적이고 다층적인 절차를 거쳐 최종 보고서로 완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경쟁은 ‘모델 크기 경쟁’에서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많이 처리하는가’로 전환됐다. 사티아 나델라가 “연산이 병목이 아니라 에너지·데이터센터 공간이 병목”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GPU 성능 향상보다 데이터 공급 속도·저장 효율이 AI 인프라의 핵심 병목으로 떠올랐다. 이런 배경에서 3D 낸드를 HBM처럼 적층한 HBF는 DRAM(휘발성)과 NAND(비휘발성)의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저장-메모리 융합’ 구조를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HBF 구조. 출처: SanDisk, 그로쓰리서치
 HBF 구조. 출처: SanDisk, 그로쓰리서치

특히 보고서는 “AI 추론 시대의 도래가 HBF 필요성을 가속했다”고 강조했다. GPT-4급 모델은 1회 요청에 최대 3.6TB 메모리가 필요하지만, 최신 HBM3e는 192GB에 불과해 GPU 6~7개를 묶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발생한다. 또한 개인화 AI 시대에는 사용자의 히스토리를 장기 보존해야 하는데, HBM은 휘발성이어서 기억 저장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용량·저전력·비휘발성 메모리가 필수이며 HBF가 핵심 해법으로 부상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HBF가 최근에서야 주목받는 이유로 ▲TSV 공정 문제로 인한 수율 저하 ▲수백~수천개 채널을 제어하는 초고난도 컨트롤러 설계 난제를 지목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TSV를 배제한 VFO 패키징 기술을 통해 수율 문제를 해결하고, 삼성전자는 FinFET 기반 로직 다이 개선으로 HBF 제어 성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채택하며 상용화의 문을 열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 중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1위로 확보한 패키징·적층·인터포저 기술을 HBF로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는 기업으로 평가됐다. 또한 SanDisk와의 HBF 표준화 협력을 통해 글로벌 차세대 메모리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솔브레인은 HBF 대용량화의 핵심인 3D NAND 고단화(400단 진입)의 직접 수혜 기업으로, 낸드·HBM·파운드리를 아우르는 ‘AI 반도체 3대 축’ 소재 공급사로 평가됐다. 

그로쓰리서치는 “AI 시대에는 DRAM·HBM·NAND를 별도로 보지 않고 ‘하이브리드 메모리 구조’로 통합해 속도·용량·비휘발성·전력 효율을 최적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HBF는 AI 컴퓨팅의 구조적 병목을 해결하는 메모리 대전환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용희 대표는 “HBF는 단순한 저장장치가 아니라 AI 인프라의 근본 구조를 바꾸는 새 아키텍처”라며 “한국은 메모리·소재·제어기술이 결합된 복합 생태계에서 글로벌 기술주도권을 확보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