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A 쌓이면 CET1 나빠지는 원인...환율 불안감으로 손실 불가피
외국환전문은행 자존심 때문에 대처 필요...손쉬운 수수료로 방어?
정부의 '생산적 금융' 압박도 문제...경쟁력 깎아먹지 않는 선 CET1 방어할 듯
함영주, 기업금융 강화하는 방안으로 생산적 금융 추진한다 복안
환율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하나금융그룹의 '환차손' 관리 능력에 관심이 모아진다. 14일 은행계에 따르면, 이 이슈는 외국환전문 금융기관이었던 옛 외환은행의 혈통을 잇는 후신 하나은행을 갖고 있는 금융그룹으로서 중요한 이슈다. 동시에 근래 증권가 핵심 아이템으로 떠오른 주주 이익 강화(밸류업)와도 지표상 연관성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근래의 환율 상승은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금의 한국 시장 이탈이 우려되는 것. 이와 함께 미국 주식에 대한 우리 국민의 투자 증가세로 추가적으로 큰 폭의 자금 이탈이 더해진다. 아울러 이제 막 팩트시트가 발표됐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장기 표류했던 점도 불안을 더해 왔다. 트럼프발 초강경 정책으로 인한 달러 강세 및 일본 새 내각의 정책 기조로 인한 엔화 약세 등이 겹쳐 원화 약세가 더 강화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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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환율 급등으로 인한 피해가 은행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CET1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데 있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눠 구한다. 그런데, 환율이 오르면 은행 RWA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해 CET1이 하락하는 것을 면할 수 없다. 이 같은 구조는 예를 들어 환율이 100원이 오를 때 CET1 비율이 산술적 가능성으로는 최대 0.3%포인트까지 하락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실제로 지난해 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촌극으로 환율이 급등했을 당시에도 주요 금융지주의 CET1이 크게 하락한 바 있다. KB금융지주는 작년 3분기 CET1이 13.85%에서 13.51%로 0.34%포인트 밀렸고, 이때 신한지주도 13.13%에서 13.03%로 0.1%포인트 떨어진 성적표를 받는 등 '리딩뱅크' 내지 '리딩금융그룹'도 큰 타격을 면치 못했다.
특히 근래 당국과 시중 금융지주들은 CET1 13%를 주주환원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 비율이 낮아지면 당시 밸류업(기업가치향상) 정책 후퇴 우려로 당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올해 3분기 기준 주요 금융지주의 CET1은 KB금융 13.83%, 신한금융 13.56% 등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13.30%으로 나쁘진 않다. 우리금융 12.92%, NH농협금융 12.34% 일명 6대 금융그룹 지표 중에는 중간쯤이기 때문.
하지만 외환전문 은행을 자처하는 상황에서는 환차손 관리를 통해 이를 일부 조정해야 할 체면 이슈가 있지 않냐는 소리가 일각에서 나오는 걸 면하기 어렵다. 4분기에는 은행권의 이 CET1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이 1470선을 노크하는 등 불안정한데, RWA가 나빠질 것으로 우려돼서다.
다만 이자와 수수료 등으로 돈을 벌어들이면서 이런 위험성이 매출과 이익 전체 규모 위주의 종합성적표상으로는 가려진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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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별로는 신한금융 순수수료 이익이 7680억 원으로 11.1% 늘며 가장 크게 성장했다. 하나금융은 11.7% 증가한 6880억원으로 뒤를 바짝 따르고 있다. KB금융은 4.56% 늘어난 것을 보면 비율상 오름세로는 약하지만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9860억원의 이익을 올렸다는 것. 수익 다각화를 위해 동양생명과 ABL생명 등을 인수, 보험 자회사 편입을 한 우리금융도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류 수익에 힘입어 6.6% 증가한 5640억원을 거뒀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은 신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생산적 금융' 참여로 인한 CET1 비율 하락을 이익 창출로 방어할 각오인 것으로 해석된다. 기본적으로 생산적 금융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그룹 수익성을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관리해 나가겠다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데 몰아 잡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이 생각하는 CET1 비율의 적정 구간은 13.0~13.5% 사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특히 기업금융 능력을 강화해 생산적 금융 추진과 업의 본령을 함께 해결하겠다는 생각 하에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본지 13일자 <하나금융의 미래산업 모펀드...함영주 '백조의 노래', 기업금융 실력 재가동> 기사 참조).
하나금융의 3분기 CET1 비율은 13.30%로, 전분기 대비 0.09%p 하락한 상황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연말 자본비율과 관련해 "환율·과징금·배당 영향을 감안해 3분기 대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해석했다. 한편 "환율 관련 자본비율 민감도는 10원당 2.5bp로, 이익 민감도는 1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하나금융의 주가는 3월경까지 답보 상태였으나 이후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