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과의 합작 리젠트증권에서 IPO 배워...금의환향 인물의 '삼성 스타일 업무' 일냈다

유진투자증권의 투자은행(IB) 분야의 인적자원 투자가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번 3분기 유진투자증권 실적을 놓고 IB 전문가의 영입 효과라는 분석과 함께, '유장훈 스카웃 효과'로 3년간 조금씩 개선되던 IB 실적이 이제 부스터를 달 조짐이 엿보인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유진투자증권은 2025년 3분기 실적에서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82억원을 거뒀다고 14일 공기한 바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4% 불어난 규모다, 영업이익은 231억원으로 252%나 뛰었고, 영업수익은 2820억원으로 26% 증가했다.

유진투자증권 본사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사진DB]
유진투자증권 본사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사진DB]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브로커리지와 금융상품 수익이 개선됐으며, 해외주식 신규 계좌 개설과 자산 증가가 두드러졌다. 특히 IB 부문에서는 유상증자 대표 주관, 채권 유동화, 공모 회사채·금융채 인수 확대 등에서 고루 성과가 있다.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 계약을 늘린 점도 시선을 모은다. 구조화금융 부문에서도 금융기관 보증 딜과 데이터센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안정성과 성장성이 높은 영역 비중을 확대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우호적인 시장 환경 속에서 전년 동기 대비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하고, 특히 채권 부문에 대해 "기준금리 인하 지연 등 비우호적인 환경 속에서도 보수적이고 탄력적인 운용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꾸준한 IB 관련 투자 뚝심이 이런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중심에 유장훈 기업금융본부장이 있다.

2022년 실적 위기를 만난 유진투자증권은 '유장훈 영입 카드'를 띄웠다. 유진투자증권은 2023년 6월 1일자로 유장훈 전 삼성증권 기업금융1본부장을 유진투자증권 IPO실장(상무)로 영입했다.

이 포획 작업은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차원의 '결단'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유 본부장은 삼성증권과의 계약이 마침 만료돼 가는 시점에 유진투자증권 '러브콜'을 받자 이동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막상 접촉과 서로의 공감대 확인이 큰 틀에서 이뤄졌지만, 이번엔 유진투자증권 측에서 임원 인사 검증 명목으로 3개월 정도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진다. 밀착형 기업 관리를 통해 삼성증권 IPO 영역을 키운 인물인 만큼 기대감이 컸고, 어떤 중책을 맡길지 등에 대해서도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타 증권사 대비 상대적으로 승진이 느린 곳이지만 그는 이 같은 상례에서 벗어나 빠르게 공을 인정받았고, 그런 만큼 유진 측도 '모셔올 때 예우 문제 조율'에 신경을 썼다는 것.

실제로 2022년 실적 이슈 이후 유진투자증권은 2023년과 2024년 연달아 실적 개선 소식을 받았다. 기업금융 부문에서도 실적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실적 분석 말미에 계속 따라붙었다. 

2025년 1분기 들어 다소 부진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유진투자증권은 다시금 IB 영역 다잡기를 했다. 문책과 압박이 아니라,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서 신뢰의 경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초반 이뤄진 IPO 조직 개편과 인사 단행은 그야말로 유진 측이 IPO 부문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절차였다. IPO 조직의 총괄 임원을 중심으로 IPO 부문의 수익성 강화를 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즉 금년 5월 유진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 산하 IPO실의 개편이 이뤄졌다. 따지고 보면 유 본부장 영입 이래 만 2년을 기점으로 조직 확장이 확고히 이뤄진 것. 그간 1팀과 2팀으로 운영되던 IPO실이 이때 3개팀으로 늘었다. 또한 오승철 이사를 2팀장으로, 노경호 이사를 3팀장으로 임명하는 등 인재 전진배치도 이뤄졌다. 

유 본부장의 이 같은 실적 기여는 사실 그룹 차원에서의 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동을 결심하자마자 "유진투자증권은 IPO 주관에서는 사실 유력 플레이어가 아니다. 현재는 가능한 많은 딜을 수행하고, 또 좋게 마무리해서 유진투자증권도 IPO 주관을 잘한다는 평판을 쌓아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인원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조직에서는 이를 최대한 뒷받침해 왔다.

유장훈 유진투자증권 본부장 [사진=유진투자증권]
유장훈 유진투자증권 본부장 [사진=유진투자증권]

그는 외국계 문화를 흠뻑 배울 수 있었던 직장으로 알려진 옛 대유리젠트증권에서 일하면서 IPO에 사실상 처음 맛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때 닦은 실력을 기반으로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삼성증권에서 상대적으로 빠른 승진으로 본부장을 지낸 것에서 드러나듯,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기린아로 정평이 나 있었던 셈이다.

'삼성의 DNA'라든지, '푸른 피의 금융정신'으로 그의 이력을 요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는 원래부터 삼성 공채 출신은 아니었음은 이미 적은 바와 같다. 특히 1999년 유진투자증권에 입사한 것으로 증권업계 경력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유진식 경영 마인드가 삼성 유학 경험으로 꽃을 피운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일각에선 나온다. '삼성증권의 푸른 피 수혈 효과'가 유진투자증권 IPO 영역 등 IB 스타일에 지대한 공헌은 했다는 평가와 앞의 해석은 과연 상충하는 것일까, 혹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공존하는 것일까? 

유진투자증권의 이번 3분기 실적 호재 못지 않게 앞으로의 실적 추세 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런 와중에 한 자락 공로를 세운 유 본부장 등 IB 영역 인사들의 활동도 추가적인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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