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관계사 6곳, 4년간 매년 1000억원씩 출자 국가전략 경제적 효과 육성
국가전략산업 육성과 벤처·중소·중견기업, 지역 발전 1석 3조...함영주 '유종의 미'
이호성 하나은행장, 불경기 와중에도 올해 9월까지 中企 대출 7.4조원 순증
'생산적 금융' 박차...첨단산업 선도 나선 가운데 회장·행장 '부창부수' 역할모델

금융권에서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 연이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의 모펀드 투자가 새삼 시선을 모은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을 비롯한 그룹 사장단과 임직원들은 '2026년 그룹 경영계획 워크숍'을 진행하고, 이 자리에서 'K-미래전략산업 벤처 모펀드'의 조기 결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하나금융 측에서는 이 모펀드를 본격 추진한다고 전날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모펀드는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벤처스 등 하나금융 관계사 6곳이 참여해 내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출자해 4년간 총 4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게 된다. 매년 1조원 규모의 자펀드를 결성해 4년간 총 4조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관계사 중 하나벤처스가 모펀드 운용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모펀드는 정책출자기관이 선정한 벤처펀드와 매칭 출자를 단행하게 된다. 국가전략 첨단산업인 ABCDEF(인공지능, 바이오·헬스케어, 콘텐츠·문화, 방위·항공우주, 에너지, 제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나금융 관계자는 설명했다.

함영주 '생산적 금융, 귀찮은 숙제 아닌 금융 본연 역할' 생각 강조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이 생산적 금융의 능동적 참여자로서 국가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내는 금융 본연의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그룹의 발전사를 보면 기업과 개인 쪽으로 비중을 바꿔가며 은행(회사) 발전과 경제 기여를 도모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사진은 과거 지성규 전 하나은행장 취임식 장면. 왼쪽이 지성규 전 하나금융 부회장의 모습. 그는 이후 실물기업인 바디프랜드로 이동해 금융에서 쌓은 전문성을 발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른쪽이 함영주 현 하나금융 회장이다. [사진=하나은행]
하나금융그룹의 발전사를 보면 기업과 개인 쪽으로 비중을 바꿔가며 은행(회사) 발전과 경제 기여를 도모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사진은 과거 지성규 전 하나은행장 취임식 장면. 왼쪽이 지성규 전 하나금융 부회장의 모습. 그는 이후 실물기업인 바디프랜드로 이동해 금융에서 쌓은 전문성을 발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른쪽이 함영주 현 하나금융 회장이다. [사진=하나은행]

앞서 하나금융은 '경제성장전략 TF'를 출범하고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과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5년간 100조원을 투입하는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 중 기존 부동산 중심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고, 국가전략산업 육성과 벤처·중소·중견기업, 지역 발전 등 생산적 투자로 전환하기 위한 84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공급에 나서기로 했다. 

이렇게 생산적 금융의 본령인 전략산업 육성 쪽에 적극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대대적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터뜨리고 있는 하나금융의 구상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 

◆ 기업금융 끌어올려...신임 이호성, 노익장 함영주 노래에 반주 뒷받침

이를 놓고 하나금융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 측이 정부 정책 기조에 수동적으로 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금융 실력이 적극 발휘될 무대로 기회를 활용하는 적극적 태도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국면에서 이호성 하나은행장의 기업금융 관련 적극성이 뒷받침되기에 하나금융지주에서도 안심하고 이런 구상을 스케치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올 1월 취임식을 치른 이호성 하나은행장 [사진=하나은행]
올 1월 취임식을 치른 이호성 하나은행장 [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은 지난 2022~2023년 기업대출을 크게 늘린 바 있다. 다만 2024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숨고르기(중소기업 성장률 1.3%)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초 이 은행장이 새롭게 마스트에 오르면서, 기업 특히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은행의 올해 9월말 중소기업(중소법인·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139조2761억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말 대비 7조3720억원(5.6%) 늘어난 것이다. 중소법인부문에서는 7조1024억원이 늘었다.

KB국민(6조5933억원), 신한(3조3149억원), NH농협은행(1조6884억원) 등 주요 경쟁 은행들의 해당 분야 실적을 보면 하나의 노력 크기가 짐작된다는 평가다.

즉 하나은행은 중소기업대출 확대라는 본업에 충실하고자, 생산적 금융에 자금을 본격 투입하며 발을 맞춰 일거양득 결과를 얻어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한편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서 봐도 생산적 금융과 기업금융 문제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재명 정부 경제 치적, 함영주 마지막 트로피 기회로 승화 일거양득

지금은 '함영주 회장 2기 체제, 그 중에서도 마지막 노을 영역'을 맞이하는 시기다. 그룹의 미래 신성장동력을 그리고 후임 회장에 배턴터치를 할 순조로운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인 것인데 무거운 시대적 소명을 마다치 않고 적극적으로 그룹과 계열사들의 합작으로 모펀드 조성 등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함 회장은 과거 외환과의 합병 이후 첫 통합 하나은행장(KEB하나은행장)을 지내면서 특히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현재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띄웠던 '기술금융 활성화 기조'에 적극 동참한 바 있다. 

2015년,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현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 가장 왼쪽)과 함영주 당시 KEB하나은행장(현 하나금융그룹 회장, 오른쪽 두 번째)이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하나은행의 기술금융 이용기업 ㈜소명에 현장방문한 모습이다. 노경원 당시 소명 대표이사(가운데)가 기술금융에 대한 애로사항을 두 인사에게 전달하고 있다.[사진=하나은행]
2015년,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현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 가장 왼쪽)과 함영주 당시 KEB하나은행장(현 하나금융그룹 회장, 오른쪽 두 번째)이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하나은행의 기술금융 이용기업 ㈜소명에 현장방문한 모습이다. 노경원 당시 소명 대표이사(가운데)가 기술금융에 대한 애로사항을 두 인사에게 전달하고 있다.[사진=하나은행]

하나금융 함 회장 2기는 시니어, 소호, 외국인 등 3대 부문을 선정하고, 그룹 차원의 전사적 지원과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둔 바 있다. 하지만 함 회장은 취임 초기에는 기업대출을 늘려 그룹의 이익 체력을 끌어올리고, 상품과 서비스 모두 '회사' 중심으로 맞추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때 이미 탄탄한 밑작업을 이뤄놨기 때문에, 최근에 '고객 중심' 철학을 담아 각 사업별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표 브랜드를 띄우던 중에 갑자기 항로를 변침해서 기업금융을 앞세우는 식의 작업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함 회장이 임기 마무리를 순조롭게 하는 와중에 특히 이 같은 작업은 일종의 숙제라기 보다는, '업적 하나'를 더 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하나금융의 이번 모펀드 발표와 장차 나올 성과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함영주 치세기간 '마지막 트로피'이자 '마지막 절창'인 백조의 노래 전주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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