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업계·학계 "자금 결국 은행으로 환류…핀테크 참여·역할이 핵심"
한국은행 "통화정책 제약·자본유출 위험…은행 중심 발행·이중통화 시스템 우선돼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싸고 혁신을 중시하는 업계와 안정성을 우선하는 한국은행의 인식차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핀테크업계와 학계는 스테이블코인이 자금 순환 구조상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키우지 않는다며 제도적 지원을 주문했다. 반면 한은은 통화정책 약화와 자본유출 가능성을 경고하며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맞선 상황이다. 

[사진=장선영 기자]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10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장기적 발전 방향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국회 및 산업계, 법조계 인사를 모아 제도 정비, 인프라 구축 방안 등을 폭 넓게 논의했다. [사진=장선영 기자]

10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회장 이근주)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미래 방향성과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약을 넘어 디지털금융혁신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미래 방향성과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 의제로 삼아,  장기적 발전 방향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리스크 분석과 대응방안' 발표에서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은행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과장돼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확산의 실질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미국 은행 위기 사례를 인용하며 결과적으로 '돈이 돌고 도는 순환 구조'라고 설명했다. 2023년 미국 중소형 은행 3곳이 파산했을 때, 예금 인출이 채권 매수로 이어지며 자금이 금융시스템 내부에서 순환했다는 것이다.

은행 고객이 채권을 사면 은행은 상위기관인 FHLB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이 기관은 다시 채권을 발행해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구조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은 자금 흐름이 결국 은행권으로 환류하는 구조를 갖는다는 뜻으로, 시스템 차원의 유출 위험은 크지 않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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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혁신을 넘어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온체인 금융을 기반으로 한 개방형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민간 주도의 혁신이 작동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통화 질서를 선도하는 금융 허브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장선영 기자]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도 '원화디지털자산 생태계 정책 제안' 발표를 통해 '담보 다각화'와 '지갑사업자 생태계 육성'을 강조했다.

우선 스테이블코인을 예금 또는 예금토큰만을 담보로 제한할 경우, 국내채권·자본시장의 효율화와 고도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담보 범위를 국채·우량회사채 등 '자본시장 기반 자산'까지 확장할 경우, 국내채권의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모두에서 선진화를 촉진할 수 있는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전통적인 은행 중심의 고객확인제도(KYC/Know-Your-Customer) 체계는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데이터에 기반한 KYW(Know-Your-Wallet) 및 KYT(Know-Your-Transaction) 방식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라이빗체인 내부거래만을 허용하는 방식으로는 지갑서비스 사업자 생태계의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개방형 지갑인프라와 이를 감독·분석할 수 있는 KYW/KYT 체계의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이에 따라 KYW/KYT 데이터 분석 역량을 보유한 핀테크기업의 참여와 역할이 핵심이며, 블록체인 기반 금융시스템의 신뢰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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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이후 이뤄진 전문가 토론에는 ▲정유신 원장(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이 좌장을 맡고, ▲강형구 교수(한양대학교), ▲조진석 대표(KODA) ▲신용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사진=장선영 기자]

반면 한은 측은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주체가 되거나, 은행권 주도 컨소시엄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야 위험요소의 상당 부분을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진영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제도팀 팀장은 "혁신을 받아들이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야 된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고 했지만, "은행 중심의 이중 통화 시스템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진행하게 되면 훨씬 더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완책을 내밀었다. 

한은은 앞서 지난달 27일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7가지 우려사항을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안정성 부족, 금융 안정성 위협, 소비자 보호 공백, 금산분리 원칙과 상충, 자본·외환 규제 우회, 통화정책 효과 약화, 은행 자금중개기능 약화 등이다. 

한은은 "현재로서는 익명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다른 자산으로 바꿔 해외로 옮기는 등의 행위에 대한 아무런 규제 수단이 없다"며 "이는 외환·자본 규제 우회 통로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또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 효과를 제약하고, 은행의 자금중개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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