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임 총리, 아베노믹스 정책 유지 선언에 엔화 약세
중국과 한동안 연동되던 원화, 최근 3개월 간 엔 동조화 뚜렷
전문가, '미국 셧다운 해소 후 환율 불안 해결 가능성 증가'
환율 상승 조금만 더 버티면 '기업 마진 증가' 반사효과 노려볼 만

달러 약세에도 우리는 환율이 내리지 않는 괴리 현상이 근래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엔화와의 동조화 현상도 발견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의 효과를 살펴 벤치마킹하고 과거 부작용을 참조,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는다. 한편 현재의 환율 국면은 좀 더 버티면 기업 마진 증가로 귀결할 수 있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사진DB]
달러 약세에도 우리는 환율이 내리지 않는 괴리 현상이 근래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엔화와의 동조화 현상도 발견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의 효과를 살펴 벤치마킹하고 과거 부작용을 참조,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는다. 한편 현재의 환율 국면은 좀 더 버티면 기업 마진 증가로 귀결할 수 있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사진DB]

미국과의 관세 타결에도 원/달러 환율 불안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어 시선이 모아진다. 당초 협상 자체가 장기화되면서 외국자금 대거 이탈 우려로 인한 환율 불안이 시장을 지배해 왔다. 한·미 양국은 큰 틀의 협상을 매듭짓고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양국은 정부와 여당 등에 따르면 빠르면 이번 주 안(10~15일)에 세부 내용 조율을 마치고 '팩트시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원화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환율 문제는 이전과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에서 1452~1455원선에 거래 중이다. 이전 장에 비하면 소폭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난 7일 새벽 2시 기준 1461.5원을 기록하는 등 환율은 지난 4월 9일의 1472.0원 이후 7개월 만에 최고 수준 주변을 맴돌고 있다. 

특히 달러 약세에도 원화는 좀처럼 내리지 않는 '괴리 상황'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연초 110까지 올랐다가 최근 99선을 오간다. 이날 오후 기준 달러 인덱스는 0.03% 오른 99.64에 거래 중이지만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긴축(QT) 종료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Fed발 유동성 확대와 수입물가 안정은 신흥국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하지만, 원화는 이런 신흥국 통화 이슈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금융연구원의 '달러인덱스를 감안한 원화 약세 수준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28일 107.0으로 지난해 12월 일별 관측치 중간값(98.7) 대비 7.7% 떵어졌다. 하지만 실제 환율은 같은 기간 1436원에서 1438원으로 오히려 2원 오르는 등, 원화 가치가 달러인덱스보다 더 하락하는 불균형이 빚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로 문제가 바로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정희 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유로화나 영국 파운드, 위안화 등에 비해서도 원화가 유독 약세"라고 우려하고, "한·미 무역협상이 문서화되고,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환율 오버슈팅이 좀 진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세 협정이 마무리 되고 실제 이행이 되더라도 미국 시장에 대한 한국 자본 투자로 인해 환율은 당분간 변동성이 클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오재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타결은) 단기적인 안정 요인"이라고 환영하면서도 "(협상으로 내용에 유리한 부분이 생겼지만, 남은 대미 투자 의무도 상당 규모이므로) 장기적으로는 환율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국내 상황은 물론 미국과 일본 금융 시장을 둘러싼 문제 해결 없이 즉각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대외 불확실성 완화 없이는 환율 안정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리스크 ▲일본의 급격한 엔화 약세 그리고 ▲국민연금 환헤지 구간 근접 등 세 가지 변수가 원화 약세를 동시에 자극한다는 해석이다.

다만, 권 연구원은 "지난 4월 당시와 비교하면 미국 달러 및 금리발 우려가 더 커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리 레벨이 낮아진 가운데 유동성 측면에서는 연준(Fed)의 양적긴축(QT) 종료도 시사했다"라며 "최근 재무부 일반 계정(TGA) 잔고도 급증했는데, 향후 셧다운 해소 시 바로 유동성 공급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환율이 1460원을 돌파한 가운데 1470원 후반은 연말연초 국민연금 전술적 환헤지가 출회된 수준의 높은 레벨임을 염두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4월 금융당국은 은행권 선물환 포지션 한도 및 외화대출 규제 완화 등의 조치로 외화 유동성 확보를 지원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할 때 당국이 실개입을 한들, 그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권 연구원은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환율 레벨 부담 속 대외재료와 연동된 원화 약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미국과 일본 관련 변수가 안정되면 수급도 점차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정희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환율이 높지만 내년에 이런 요인들이 해소되면 내려가는 방향은 가벼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Fed의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 연말에는 환율이 1400원대 초중반으로 안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정책이 유지되는 한 환율은 상단이 무거워질 것이다. 추가 급등보다는 박스권 흐름으로 전환될 여지가 크다"며 더 이상의 불안하고 급박한 고공행진 그래프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이제 주시할 문제는 추가적인 환율 상승보다는 엔화와의 동조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엔화 약세도 가파른 상황인데, 이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확장 재정·완화 기조'를 선언한 데 따른 후폭풍으로 평가된다. 이렇다 보니 이른바 수퍼 엔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엔화 가치는 평가절하된 상황이다. 원화와 엔화가 모두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지만, 일본은 기축통화 국가인 만큼 원화 평가 절하는 엔화 하락으로 인한 동조화로 풀이되기도 한다.

한동안 우리(원화)는 일본(엔화)과의 동조화가 약하다고 여겨졌는데, 이는 지난 6월 한국은행이 '최근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배경 및 특징' 보고서를 통해 "원화는 주요 신흥국 통화 중 위안화와의 동조와 정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다만, 이런 평가가 최근 석 달 사이 상황 변화로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보다 엔화 움직임에 우리 환율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이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 원인으로 박상현 iM증권 애널리스트는 양국이 동병상련을 안고 있다는 점을 거론한다. 박 애널리스트는 "10월 초 이후 주요국 주가 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으로 한 한국과 일본이 주요 차익실현 타겟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원화 및 엔화가 여타 국가와 비교해 10월 초 이후 가장 큰 폭의 약세를 기록한 것"이라는 게 박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한편 한국과 일본 양국은 수출 경합도가 높아 경제적 유사성을 갖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미국의 수입 상위 9개국을 대상으로 수출경합도(ESI)를 분석한 결과, 한국과 수출경합도가 높은 국가는 일본, 독일, 멕시코 순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일자 '국내외 금융리스크 점검과 시사점'에서 "결국, 일본 정부 및 일본은행(BoJ)의 정책 변화 추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분석을 통해 과거 엔화 약세기 또는 엔캐리트레이드 청산기에 입었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렇다 보니 일본 측 움직임을 주시해 일본의 경제 효과 획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우리의 현재 상황을 '슈퍼 엔저'만큼은 아니어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그런 효과가 나올 때까지 버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현 애널리스트는 "환율 상승이 (당장은) 수입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유가 하락이 환율 상승에 따르는 비용증가를 상쇄시키는 한편, 환율 상승은 반도체 가격 급등과 함께 기업들의 마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아울러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일본의 '슈퍼 엔저'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없지만 이전과 달리 현 국면에서 원화 약세가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대내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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