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으로 인한 차익 실현 등 조정 상황 무게...실적 개선 기대감도 상승 근거
![증권회사들이 모여 있는 여의도 거리 전경이다. 교보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입주한 건물들이 보인다. [사진=파이낸셜포스트 사진DB]](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6970_275044_046.jpg)
최근 한국 증시가 뜨겁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끓어오르기도 하고, 그만큼 빨리 식기도 했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상황이 얼마나 갈 지 투자자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는 최근 급락 상황을 조정 과정으로 보고, 다시 상승 흐름을 보이며 연말에는 4200선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6일 증권가에서는 일단 연말까지 기존에 이어온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랠리가 이어질지에 대한 중장기 전망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일 폭락장 이후에 대한 관심이 높으나 일단 이 문제 여파가 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온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수요일장에 대한 '국내 긴급시황' 보고서를 통해 "국내 증시는 장중 5%대 하락세를 보였는데, (전날)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I 주가 과열 논란은 물론 미국 정부 셧다운 장기화 우려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을 복합 요인으로 꼽았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왜 떨어지나, 뭐가 떨어지나?'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이 연구원은 "미국발 AI 버블 우려를 반영하며, 대형주가 일제히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일시적 차익실현일 뿐이라는 기류다.
다만 "3900을 넘기면 급한 추격 매수는 자제하고 유망주 중심으로 들여다 보라"는 식의 조언이 일찍이 제기되고 있었던(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만큼, 4000을 넘겨 4200 돌파를 한 과정에서의 열기는 어느 정도는 뺄 국면이라는 점에서 차분히 상황을 들여다 볼 필요 또한 함께 부각된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지난달 20% 가까이 상승했다"며 "급등으로 차익실현 압력이 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추가적으로 큰 폭의) 증시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밸류에이션 등을 감안할 때 과도한 폭락은 심리적 요소 제어만 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강세장에서도 고점 대비 10% 내외의 조정은 발생했었다"고 짚고, "기업의 이익 등 체력이나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 등은 훼손되지 않은 국면"이라고 올해 남은 기간을 이끌어갈 동력 존재를 평가했다. 그는 검은 수요일 이전부터도 감지된 큰 폭의 외국인 매도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셀(Sell) 코리아로는 연결·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은 여전하므로 증시의 큰 하락을 걱정할 건 아니다"라면서 아울러 "(정치인들이) 3차 상법 개정안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하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의 개선에 호응한) 국내 증시 상승 흐름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말 기관투자가의 '회계마감(북클로징)' 시점으로 인한 기관 동력원 상실이 시장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데 한몫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비교적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11~12월은 기관 투자자들이 한 해 회계를 마감하는 때로, 증시 영향과 함께 회사채 발행 시장도 사실상 문을 닫는 등 돈이 도는 분야가 잠시 스톱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으로 형성된다. 그래서 다음 달 중순까지는 증시가 쉬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4분기 강세장을 전망하지는 않지만, 강력한 반도체 실적이 지수를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또 빠르게 나타날 (기관 투자자들의) 연말 북클로징 등 4분기 초반에 주의할 이벤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는 그런 관행보다 기관이 시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북클로징과 관련없이 좋은 주식이 조건에 맞게 나오면 대거 사들이기 경쟁을 펼치는 등 근래 우리 주식에 대한 기관의 매입하는 상황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 일가가 기관 북클로징 시기가 다가왔다는 우려를 배제하고 '블록딜(대량의 주식을 장외에서 단일 가격으로 거래해 장중 주가 급변을 막는 '시간 외 대량매매입')'을 시도, 성공했다.
지난달 30일 장 마감 후 홍라희 리움 관장과 두 딸 이부진·서현씨는 삼성전자 주식 1771만6000주를 처분했다. 30일 종가 대비 0~1.8%의 할인율만 적용됐는데 관심이 쏠리면서 우려와 달리 할인율은 1.4%로 결론, 손실없이 큰 돈의 자금화에 성공했다. 총수 일가가 손에 넣은 돈만 약 1조8200억원이다.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은 삼성생명 지분도 블록딜로 처분했다. 같은 날 종가 대비 2~4% 할인율이 적용됐고 모집액의 10배에 달하는 입찰이 들어와 결국 최종 할인율이 3.4%로 매듭지어졌다. 큰 홍보 없이 북클로징철인 연말 시즌에 속전속결 블록딜을 해도 될 정도로 기존 대비 기관의 매집 경향이 바뀌는 것으로 읽힌다.
한편,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말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351포인트로 추정된다는 점을 배경으로, 연말 코스피 지수는 4200 수준이 될 것으로 봤다.
다만 문제는 일명 '빚투'다. 대차 거래(Stock lending) 잔고가 늘고 있는 등 경고음을 울리는 요소가 증시에 잠복해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대차 거래 잔고는 124조799억원에 달한다. 공매도 재개 시점(65조원)과 비교하면 배가 됐다고 이해할 수 있다. 무분별하게 부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손해에 바로 터는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 공포심리를 지나치게 전염시키지 않도록 유도할 방안에 연말 증시가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