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대출잔액 260조원 돌파...하나은행 증가율 5.7%로 '훌쩍'
대출잔액 늘수록 리스크도 커져…전문가 "수익보다 건전성 관리 시급"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늘어남에 따라, 대출 연체율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사진=언스플래쉬]](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6914_274858_3027.jpg)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 확대를 내세워 중소기업대출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대출 잔액이 불어나는 속도만큼 연체율도 치솟고 있어 은행 자본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가계대출보다 연체율이 세 배나 높아 은행의 수익 중심 구조가 리스크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 말까지 우리은행을 제외한 KB국민·신한·하나·IBK기업은행 4개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전년 대비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잔액이 많은 곳은 IBK기업은행으로, 전년 말 대비 13조1000억원 증가한 260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꾸준히 지원한 결과라는 것이 IBK기업은행 측 설명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대비 5.7% 늘은 142조6220억원이다. 5개 은행 중 가장 높은 잔액 증가폭을 나타냈다. 이는 앞서 미국 관세 피해 기업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시행한 3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의 2024년 말과 비교해 149조2000억원(2.8%)으로, 올해 들어 4조2000억원 늘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143조9215억원(2.4%)을 기록했다.
반면, 우리은행만 124조950억원(-6.4%)으로 쪼그라들었다. 우리은행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자산 리밸런싱을 시행하고 있고, 임대업 관련 대출을 정리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은행권이 정부 기조인 '생산적 금융'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계·부동산으로 치우친 자금을 혁신적인 기업에 투자해 생산적 금융은 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경제적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마련된 금융 시스템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KB중소기업 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금리우대, 보증지원, 컨설팅 등 실질적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미국 상호관세 시행으로 직·간접 피해가 우려되는 수출입기업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특판 대출 신상품을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와 'SH 협력기업 금융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SH와 협력 중인 중소기업에게 낮은 금리의 대출을 제공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 역시 기술보증기금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총 1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은 물론, 대출금리 최대 1.5%p 감면, 대출한도 우대, 보증 비율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협약이 투자 유치 이후 자금 조달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기술력을 갖춘 혁신기업에 금융지원을 지속해 생산적 금융 확대에 힘 쓰겠다"고 말했다.
다만 가계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큰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할 경우, 은행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은행권 중소기업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IBK기업은행의 3분기 기업 대출 연체율은 1.03%로, 지난 2010년 3분기(1.08%)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는 주담대 연체율(0.30%)과 비교하면 세 배다.
IBK기업은행 전체 대출건의 80% 가량은 중소기업대출이다. IBK기업은행의 연체율이 올랐다는 것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많아졌음을 시사한다.
다른 은행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KB국민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0.54%다. 전 분기(0.42%)보다 0.12%포인트(p) 올랐다. 이는 지난 2016년 1분기(0.62%) 이후 9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하나은행 중소기업 연체율은 0.56%로, 지난 2분기(0.54%)보다 0.02%p 상승했다. 2017년 1분기(0.69%) 이후 최고치다.
신한은행(0.45%)과 우리은행(0.56%)은 같은 기간 0.01%p(0.46%), 0.03%p(0.59%)씩 떨어졌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0.49%) 연체율 기록이 2017년 2분기(0.52%) 이후 최고치였고, 우리은행은 2분기 기록이 2017년 2분기(0.71%) 이후 가장 높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모든 대출은 만기 시점이 도래하면 연체율이 올라가게 된다"며 "중소기업대출에만 대출잔액이 눈에 띄게 커지지 않도록 비이자수익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등 은행권의 건전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유원석 강남대 상경학부 교수도 "특정 시점의 중소기업대출이 크게 늘어나면, 대차대조표상의 자본건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은행권의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