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KB손보·DB손보 9월 손해율, 1년 전보다 7.8%p 상승한 94.1% 달해
누적손해율 85.4%로 4.3%p 확대해 '적자' 비상불..."보험료 인상 녹록치 않아"

자동차 사고 자료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자동차 사고 자료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연이어 상승하는 가운데 손해보험사들이 위험운전 억제와 우량고객 유치를 병행하는 대응책으로 할인 특약 확대에 나섰다. 걸음수, 안전장치, 대중교통 이용 실적 등을 반영한 특약을 통해 손해율 개선과 고객 관리의 균형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오는 26일 하이워크(걸음수) 할인 특약과 업무용 첨단안전장치 할인 특약을 각각 개정한다.

하이워크 할인 특약은 모바일 앱 등 만보기 기능을 통해 걸음수를 측정, 일정 걸음 수 이상을 달성할 시 자동차보험료를 깎아주는 상품이다. 이번 개정으로 기존 현대해상이 운영하던 하이워크 앱 외에도 핀테크 기업 토스와 협업, 토스 앱 만보기에서 측정되는 걸음수도 할인 대상에 포함돼 5%의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또 첨단안전장치 장착 할인 특약에 기존 차선이탈장치, 전방추돌장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외에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장치를 추가, 총 6개 장치로 늘렸다.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앞 차량과의 간격을 조절해 속도를 조정하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최대 할인율도 3년전 출고 기준 16%에서 19.9%까지 올렸다.

DB손해보험은 지난달 말 '화물차 UBI 첨단안전장치 할인특약'을 내놓았다. 이 특약은 교통안전법에 따라 장착이 의무화된 전자식 운행기록장치(DTG, Digital Tachograph)에 수집된 운행기록 데이터를 활용해 과속, 급가속, 급감속 등 운전자의 위험운전 행동을 분석하고 일정 기준(81점 이상) 안전운전 점수를 획득한 운전자에게는 최대 10%의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에 자동차보험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대형 4개 손보사들은 국토교통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K-패스 이용자의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하는 특약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K-패스는 정부가 대중교통비 절감과 이용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대중교통 요금 환급 카드다. 전국 어디서나 한 달에 15회 이상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지출한 교통비의 일정 비율을 환급받을 수 있다. K-패스 이용자의 대중교통 이용 실적을 자동차 보험 할인 혜택과 연계해 국민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손보사들이 이같이 할인특약을 강화하는 이유는 손해율 개선과 고객 관리의 동시 달성을 위해서다. 차량 수리비·의료비 상승으로 손해율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위험 요인을 줄이고 사고율이 낮은 우량고객 비중을 늘리는 구조적 접근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올 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손보사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지난 9월에만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 4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4.1%로 전년 동기보다 7.8%포인트(p)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까지 누적 손해율도 85.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p 높아졌다. 업계에서 평가하는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이 손해율 80% 내외로, 올해도 4분기만 남겨둔 상황인 것을 고려하면 차보험 적자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험료 인상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자동차보험료는 소비자물가지수에 편입돼 있어 그동안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료를 오히려 인하해왔다. 단적으로 지난해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이 83.3%에 달했지만, 보험료는 회사별로 0.6%에서 1.0% 내렸다. 

여기에 손해율을 줄일 제도적 지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경미한 차 사고로 8주 이상 치료를 받으려면 공적기관의 심의를 거치게 한 자동차손배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지만 답보 상태다. 또 보험료 절감과 부품 수급 다양화를 위해 도입된 품질인증부품 제도 역시 소비자 반발에 떠밀려 활성화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할인특약 등으로 우량 고객을 다잡는 것이 당장은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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