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매수에 ETF 수요 급증…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산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과 달러 약세가 상승 동력
연말 온스당 4000달러 전망, 단기 조정 가능성도
![금 이미지 [픽셀스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2793_240863_2052.jpg)
금값이 온스당 370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9일 기준 금 현물은 온스당 3637.54달러, 선물 가격은 3677.92달러로 거래되고 있다. 금값은 올해에만 38% 상승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33.58%)와 미국 S&P500(10.20%) 지수 상승률을 압도했다.
금값 급등 배경엔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 매수가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달러 패권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다. 금 보유량을 늘린 상위 10개국을 보면 중국, 폴란드, 인도, 터키, 일본, 태국, 헝가리, 카타르, 러시아, 브라질이 이름을 올렸다. 일본을 빼면 모두 브릭스(BRICS) 같은 신흥국이거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나라들이다. 달러 자산 의존도를 낮추고 외환 보유고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
여기에 올해 들어 ETF를 통한 금 투자 열풍이 가세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 ETF에는 무려 380억 달러가 몰렸다. 지난달에만 전 세계 금 ETF 유입액 55억 달러 가운데 북미에서 41억 달러가 들어왔다. 선진국 투자자들까지 앞다퉈 금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도 금값 랠리에 불을 붙였다. 특히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시도는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시장에서 "트럼프가 연준을 흔들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며 달러와 미국 국채의 신뢰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는 곧바로 금 투자 수요 폭증으로 이어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준 홈페이지]](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9/232793_240864_217.jpg)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금값을 떠받치고 있다. 최근 부진한 고용 지표에 시장은 다음 주 회의에서 최소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일부는 0.5%포인트 '빅컷' 가능성도 점친다.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현금이나 채권보다 금이 훨씬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다.
금값은 이미 이론적 가격을 한참 벗어났다. 2022년 이전까지 실제 가격과 이론 가격 간 괴리는 10% 이내였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중앙은행의 금 보유 증대 속도가 유지되면 모형가격과 실제 가격 간 괴리율은 현재 200%에서 올해 말 230%로 더 벌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단기 조정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값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우려다. 연준의 통화정책이나 주요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일시적인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현재의 경제 및 금융 환경이 유지되면 올해 말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금 3700달러에 육박한 점을 감안하면 10%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과거와 달리 중앙은행 매수보다 ETF 수급이 가격을 좌우하는 만큼 단기적으로 과열과 진정이 반복될 가능성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