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원들, 공개매수 직후 이메일로 "SM엔터 지분 매입" 언급
영풍 "SM 시세조종 미리 알고 펀드 출자 정황" 주장
고려아연 "적법한 투자로 법 위반 없어" 반박

(왼쪽부터)장형진 영풍 고문이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TV 유튜브 갈무리, 고려아연 제공]
(왼쪽부터)장형진 영풍 고문이 지난달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TV 유튜브 갈무리,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사건과 관련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공모 의혹을 제기하는 등 양측이 연일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영풍은 펀드 조성 전에 이미 출자금이 SM엔터테인먼트 주식 매입에 사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고려아연 경영진이 사전에 인지한 정황이 충분히 드러났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측은 "오히려 당사의 무고함을 뒷받침하는 증거자료가 나왔다"며 맞서고 있다.

영풍은 5일 고려아연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정황이 법원에서 공개된 고려아연 내부 이메일 내용에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에 따르면 지난 2023년 2월 10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이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에게 SM엔터테인먼트 주식 1000억원가량의 매입을 요청했다. 이후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 2월 14일 당시 박 모 고려아연 부사장이 재경본부장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에는 "원아시아파트너스에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입을 위한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려고 한다"며 "하이브에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12만원에 팔 수도 있다"고 적혀 있었다.

영풍은 "해당 이메일이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개시한 지난 2023년 2월 10일 직후 작성된 것으로 이는 고려아연의 출자가 단순한 재무적 투자 목적이 아니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원아시아파트너스의 펀드 조성을 위한 요청이 사실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구조에 가담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원아시아파트너스는 당시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12만원)보다 높은 가격대에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수했다. 평균 매수가격은 12만5000원대로 추정된다. 원아시아파트너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을 초과하는 가격대로 집중 매수하면서 SM엔터의 주가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보다 높게 형성됐고, 이에 따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실패했다는 것이 시세조종에 관한 검찰 측 기소의 핵심 내용이다.

고려아연은 해당 이메일이 전달된 다음날인 지난 2월 15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하바나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에 998억원을 출자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18억원을 추가 출자해 총 출자금을 1016억 원으로 늘렸다. 해당 펀드의 유한책임사원(LP)은 고려아연뿐이며 지분율은 99.82%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 [카카오 제공]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 [카카오 제공]

하바나제1호 펀드는 출자 직후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장내에서 대량 매입했으며, 검찰은 이 과정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한 시세조종 행위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카카오 전·현직 임원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중형을 구형한 바 있다.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출자는 시세조종에 대한 사전 인지 하에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며 "출자금이 실질적으로 시세조종 행위에 사용됐다는 점에서 위 자본시장법 두 조항에 대한 위반 소지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고려아연은 최근 영풍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강경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회사 측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당사의 단순한 재무적 투자에 대한 의도적 왜곡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은 SM엔터테인먼트 사건 관련 의혹과 전혀 무관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현장. [고려아연 제공]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현장.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은 "당시 영풍이 주장하는 공개매수 저지 목적 등에 대해 전혀 사전 보고·전달을 받지 않았다"며 "실제 영풍 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인용한 메일의 내용을 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없고, 오히려 당사의 무고함을 뒷받침하는 증거자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해당 사건에서의 핵심 의혹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를 무산시키도록 했는지, 즉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도록 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 과정에서 SM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이라는 수단을 사용했느냐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공방을 벌이는 사안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려아연은 "해당 메일에서 당사의 재무파트는 '하이브에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12만원에 팔 수도 있다'고 했다는 것으로 해당 투자가 재무적 투자 목적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이미 하이브의 공개매수 계획이 12만원 한도로 언론에 공표됐기에 하이브 공개매수에 응해 투자금을 현금화할 수 있다는 취지의 엑시트 가능성 측면을 함께 고려한 것으로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상승시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려는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이러한 사실을 외면한 채 지속적으로 사실과 다른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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