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TE 보고서 근거로 21개 비관세 장벽 해소 압박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 등 민감 사안 집중 거론
7월 9일 관세 부과 시한 앞두고 차기 정부 협상 부담 가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5/227000_233355_1238.jpg)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쌀 관세 철폐와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완화를 공식 요구하며 무역 흑자 해소를 위한 '청구서'를 내밀었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일부터 22일(현지 시간)까지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국장급 관세 기술 협의에서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 보고서)를 중심으로 한국의 비관세 장벽 해소를 강하게 요구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3월 발간한 2025년 NTE 보고서에는 한국에 대한 21건의 비관세 조치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미국 측은 협의에서 민감 사안인 농산물 분야 규제 완화를 집중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8년 한미 소고기 시장 개방 합의 당시 한국이 도입한 '30개월 미만 월령 소고기만 수입' 조치를 "과도기적 조치"로 규정하고, 17년간 이를 유지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월령과 관계없이 육포, 소시지 등 육류 가공식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것도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며 전면 개방을 촉구했다.
쌀 관세 문제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상호 관세 발표 행사에서도 직접 언급했던 사안으로, 한국은 쌀에 513%의 높은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저율 관세 할당(TRQ) 물량인 연간 40만 8700톤에 대해서만 5% 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미국에 할당된 물량은 13만 2304톤으로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이 밖에도 미국은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제약, 약값 책정 정책, 무기 수입 시 기술 이전 조건을 요구하는 절충교역 등을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비관세 장벽 해소와 함께 25%의 대(對)한국 상호 관세 및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 감면을 협상 테이블에 올린 상태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25%(기본관세 10%+국가별 차등 관세 15%)로 설정했으나, 7월 8일까지 유예 기간을 둔 상황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8일 체코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스1]](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fee/202505/227000_233356_136.jpg)
이번 협의에서 한국 대표단은 6월 3일 대선 후 출범할 새 정부가 후속 협의를 거쳐 한미 간 최종 합의를 도출한다는 기조로 임했다. 미국 측의 문제 제기·요구에 대해 국내 실상을 설명하고 상호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번 주 초 범정부 차원의 대책 회의를 열어 협의 결과를 공유하고, 여러 부처의 업무 영역에 걸친 미국의 요구 사항에 대한 분야별 대응 전략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특히 미국 측이 언급한 여러 요구 사항 가운데 관철 의지가 강한 우선순위를 분석, 식별하는 작업에 주력해 차기 정부에 관련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산 수입 확대를 통한 무역 균형 추구 의지와 함께, 한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조선 중심의 전략적인 한미 산업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신청 안건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 기업의 유전자 변형 생물체(LMO) 감자가 재배 적합 판정을 받는 등 미국의 다양한 관심사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선 이후 민감 사안에 대한 국내 조율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할 때 오는 7월 9일로 예고된 25% 상호 관세 부과 시한 이전까지 협의를 마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역시 7월 9일로 예고한 상호 관세 부과를 예정대로 단행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국을 포함한 18개국과 동시에 협상 중인 가운데 유럽 연합(EU)과 일본, 인도 등 주요국이 협상에 미온적 분위기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EU에 50% 관세를 경고하는 등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국제사회의 압박이 증가할 경우 협상 유연성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