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 위기에 직면했다. 공식 전망 기관에서 올해와 내년까지 역 성장 전망이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관세 충격이 해소되지 않거나 새로운 외부 충격이 발생한다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의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주요 기업들도 이미 관세 혹은 관세 부과 위협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정부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조치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수입이 예상보다 40억~5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GM은 이에 따라 비용 절감 조치와 더불어 자사주 매입 중단 방침을 알렸다.
식품 대기업인 맥도날드(McDonald's)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동일점포 매출이 예상치 않게 1% 감소했다. 특히 미국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 2020년 팬데믹 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강력하고 지속적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미국 정부의 무역 정책으로 인해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당장 금융 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면서 수조 달러의 주식 가치가 증발하고 미국 달러화와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기도 했다.
관세 전쟁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주요 기관과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과 함께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선행지표를 살펴본다.
◇ 후퇴하는 세계 경제 전망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22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WEO)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 1월 제시한 전망치보다 0.5%포인트 낮은 2.8%로 예측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1월에 제시했던 2.7%에서 1.8%로 0.9%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 전망치는 2.0%에서 1.0%로 반토막 났다.

IMF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로 인한 충격과 다양한 불확실성이 이러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의 주된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언론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무역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커졌으며, 이러한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면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고로 올해 4월 현재 세계불확실성지수(World Uncertainty Index, WUI)는 7만 포인트를 넘어서며 2019~2020년 기록한 이전 최고치를 넘어선 상태다. 이 지수는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트 유니트(EIU)의 국가 보고서에서 '불확실성' 혹은 그와 같은 의미의 변형 단어의 비율에 100만 배를 곱해서 산출하며, 수치가 높을수록 불확실성이 높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1만 포인트는 보고서 평균 길이가 1만 단어임을 감안할 때 약 100단어가 사용된다는 의미다.

또한 지난달 초순부터 월말까지 로이터통신의 조사 결과,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 167명 중에서 67%인 101명이 세계 경기 침체 위험이 '높음' 혹은 '매우 높음'이라고 답했다. 위험이 '낮음' 혹은 '매우 낮음'이라고 대답한 경제 전문가 수는 66명에 그쳤다.
◇ 세계 경기 침체의 정의
세계 경기 침체(global recession)에 대한 정의는 역사적으로 변해왔고, 지금도 담당 기관이나 경제학자별로 상이해 보편적인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가 발생하기 전만해도 IMF 이코노미스트들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임계값인 3% 혹은 2.5% 미만인 경우를 경기 침체로 봤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충격 속에 2009년 발생한 세계 경기 침체는 IMF가 새롭게 정의한 "구매력평가(PPP) 기준 연간 1인당 실질 세계총생산량(GWP)의 지속적인 감소" 기준을 충족한 유일한 사례이다.
개별 국가의 경기 침체는 적어도 2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감소라는 현실적인 정의가 존재한다. 이는 미국 경제학자 줄리어스 시스킨(Julius Shiskin)이 지난 1974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제시한 것으로, 그가 제시한 몇 가지 원칙들은 사라지고 유일하게 남은 기술적 정의이지만 정확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세계 총생산량과 1인당 실질 GDP는 분기별로 파악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50~1990년 사이에는 무려 80%에 달했지만 2020년대에는 그 비중이 40%대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선진국의 경기순환을 대리 지표(proxy)로 사용하기도 힘들어졌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경기순환 연대측정위원회(Business Cycle Dating Committee) 방식으로 '경제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몇 달 이상 지속되는 심각한 경제 활동 감소'로 경기 침체를 정의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경기 정점과 저점을 판단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지나서야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세계은행과 IMF는 1인당 실질 GDP의 감소가 산업생산, 무역, 자본흐름, 석유소비, 실업률, 1인당 투자 및 소비 등 주요 거시지표 중 하나라도 동반 악화되어야 보다 정확하게 세계 경기 침체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에 들어맞는 세계 경기 침체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1975년, 1982년, 1991년, 2009년, 2020년 등 다섯 차례 발생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는 기간은 짧지만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로 기록된다.
한국의 경우 통계청이 경기순환 국면을 판정하고 있다. 먼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등을 통해 경기 전환점을 설정하고, GDP를 활용한 검증 이후 기타 분석기법을 활용해 확인, 경제 상황 점검을 통해 재확인한다. 그런 확인 작업이 끝나면 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한 뒤 국가통계위원회(경제통계분과)에 상정해 최종 경기 전환점을 발표한다. 현재 한국 경제는 지난 2020년 5월 저점을 통과해 제12 순환기를 지나고 있는데, 경기 정점이 이미 한참 지난 것으로 보이지만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 내년 미국 경기 침체 확률 50%
올해 1분기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전기대비 연율 -0.3%를 기록해 2022년 1분기 이후 처음 역성장했다. 경제가 위축되는 와중에도 분기 인플레이션율(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기준)은 2.6%에서 3.5%로 상승했다.
이러한 경제의 위축은 주로 관세 부과에 앞선 선제적인 수입 확대 등으로 인한 순수출 급감과 정부지출 감소에 따른 것으로, 민간투자 등 전반적인 수요는 견조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2분기 미국 경제는 다시 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세 부과에 따른 높은 불확실성은 내년까지 충격파가 이어지며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며, 올해 하반기부터 경제 전망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 GDP 지표 발표에 앞서 이미 지난달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행정명령 발표 이후 많은 경제 전문가들과 주요 기관들이 이러한 충격으로 인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대형 투자은행 제이피모간(J.P. Morgan)은 당시 리서치 노트를 통해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40%에서 60%로 상향 수정했다. 이후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 유에 결정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러한 전망을 고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이 가혹한 관세 부과 결정에서 한걸음 물러서기는 했지만, 중국에 대한 145% 관세와 10% 보편 관세만으로도 미국의 평균관세율이 지난해 3% 수준에서 30%까지 올라간다면서, 이 정도라면 미국과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 전체를 경기 침체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대형 자산운용사인 아폴로(Apollo Global management)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부과한 관세율이 지속된다면, 이른바 '자발적 무역질서 재정립에 따른 경기 침체'(VTRR)가 발생할 확률이 무려 90%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14일부터 17일 사이 45명의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보는 내년 미국 경제의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은 45%로 나타났다. 이는 한 달 전 조사 때 집계한 침체 확률 25%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지난 2023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실시하는 경제전문가 서베이 4월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총 64명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내에 경기 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을 45%로 봤다.
이는 1월 조사 때의 22%와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것이지만,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우던 2022년과 2023년 시점에 3차례 연속 60%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그 시점 이후 미국 경제는 침체되지 않았고, 오히려 강력한 성장세를 구가했다.

또한 다른 대형투자은행인 모간스탠리(Morgan Stanley)는 미국 경제의 침체 확률을 40%로 제시했고,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약 45% 가능성을 내다봤다.
IMF의 경우 최신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현재 미국 경제가 기본 예측을 벗어나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37% 정도로, 작년 10월 전망 때의 25%에 비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3.5%를 넘어설 위험은 작년 10월의 13%에서 현재는 30% 이상이라고 계산했다.
이 가운데 지난 7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3번째 연속 기준 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4.25~4.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성명서에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고 평가하고, 특히 "지난 3월 회의 이후 실업률 상승과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들에게 "최대 고용과 2%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 목표가 양쪽 모두 도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관세의 영향을 판단하는 동안에는 정책을 성급하게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다시 반복했다.
◇ 경제 침체 선행 지표
경제 전망을 살펴볼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선행지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하여 발표하는 경기선행지수(CLI)다.
CLI는 경기 순환의 전환점에 대한 조기 신호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지수로, 경제 활동이 장기적 잠재 수준을 중심으로 변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보통 지수가 100선 이상이면 경기 확장, 그 이하이면 수축 국면을 시사한다.
CLI를 구성하는 주요 지표는 주가지수, 장단기 금리차, 제조업 신규 주문, 소비자 신뢰지수, 건설 허가, 고용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다양한 지표를 바탕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것이다. CLI의 경기 예측 능력을 떠나 구성 요소의 신뢰성이 높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 침체 이후 회복되다가 지난 2022년 인플레이션 발생과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대응에 따라 다시 하락했다. 이후 2023년 3월에 저점을 찍은 후 100선 위로 회복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최근 지수의 월별 상승률을 보면 미국의 경우 개선 추세가 중단되고 위축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선행지수 외에 과거 경기 침체를 잘 예측하는 지표로 '삼의 법칙'(Sahm Rule)이 지난해 주목받은 바 있다. 삼의 법칙은 실업률 3개월 이동평균치가 직전 12개월간 실업률 최저치보다 0.5%포인트 높으면 경기침체에 진입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으로, 경기침체 위험지표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7월 미국 실업률이 4.3%까지 올라가면서 이 지표가 0.5%포인트를 돌파해 경기 침체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정작 이 법칙을 발견한 클라우디아 삼(Claudia Sahm) 박사는 언론 기고를 통해 이민 등 노동공급 증가가 법칙의 신호 발생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삼의 법칙은 과거 경기침체 시 실업률이 높아지는 패턴을 찾아내어 경기가 침체될 경우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대응할 시점을 찾는데 목적이 있으며, 경기 침체 자체를 예측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 이 지표는 1970년 이후 경기 침체를 비교적 정확하게 포착했지만, 경기 침체 이외의 시기에는 발동하지 않았다.
당시 파월 연준 의장은 이 지표에 대해 인과성이 있는 경제 법칙이 아니라 '통계적 규칙성'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8월에 0.57까지 상승했다가 점차 하락해 올해 4월 현재 0.27포인트까지 하락했다. 미국 실업률이 지난해 7월과 8월에 4.2~4.3%까지 올라갔다가 올해 1월에 4.0%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WSJ 최신 서베이 결과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실업률이 올해 4.7%까지 상승한 뒤 내년에도 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삼의 법칙이 다시 침체 신호를 보낼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다음으로 미국 연준 정책 결정자들이 선호하는 경기 침체 선행 지표로 미 국채 10년물과 3개월물 수익률 격차가 마이너스가 되는, 이른바 '역전된 수익률곡선'(inverted yield curve)이 보내는 신호가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이를 중요한 지표로 판단해 향후 12개월 동안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을 백분율로 나타낸 관계식과 함께 매달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의 평균 스프레드는 마이너스 0.034포인트이며, 이에 따른 내년 4월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은 30.4%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1월 수익률 스프레드가 '양의 구간'(+0.31%p)에 올라갔을 때의 침체 확률 23%보다는 높아진 것이지만, 올해 4월에 68%가 넘었을 때에 비하면 낮은 것이다.

한편, OECD는 단기적으로 경기 신호를 보내는 주요 지표 현황판을 제공하는데, 여기에는 세계 교역량 변화, 국제 유가 추이, 변동성지수 수준, 화물 물동량 지표가 모여 있다.
그 중에서도 세계 경제의 수요 변화를 보여주는 대리지표가 주요 원자재 가격인데, 올들어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약 16%나 하락한 국제 유가 변화가 주목된다. 현재와 같은 유가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올해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 원유 시장에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으로 봰다.
유가 하락은 부분적으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급량 증가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경제 분석가들은 유가 하락의 대부분은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수요가 약화되는 전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현재 주요 선행지표들은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침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실제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관세 부과와 같은 외부 충격에 따라 경제 분석에 필요한 여러가지 변수들의 관계가 변하고 있어, 기존의 분석 모형으로는 예단하기 힘들다. 이는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과 같은 전례 없는 외부 충격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 김사헌 딜로이트인사이트 이사.
전 뉴스핌통신 기자(국제/산업2부/증권/IB금융 부장)
전 민간 싱크탱크 책임연구원, 1금융권 뱅커 등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