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ㆍ코스닥 5%대 급락 마감…원 달러 환율 33.7원 오른 1467.8원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5%대로 급락했다. 원 달러 환율은 30원 이상 치솟으며 1500대를 향해 달려갔다. 이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 5년 만의 최대폭 상승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7.22포인트(5.57%) 내린 2328.2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36.09포인트(5.25%) 떨어진 651.3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장 초반 지수 급락으로 인해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 12분부터 5분간 코스피 매도에 대해 프로그램 매매효과 일시효력정지인 사이드카를 발동하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증시급락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주도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2조948억원을 투매했다. 이는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역대 5번째 규모다. 2021년 8월 13일 2조7000억원 이후 3년8개월 만에 최대 규모 매도 폭탄을 투하했다. 코스닥에서 1872억원을 투매했다. 선물 시장에서도 역시 코스피200 선물은 7933억원 코스닥150 선물은 629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시장에서는 이날 869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고 68개 종목만 상승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셀트리온 등 대형주 모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에서도 1496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한 반면 190개 종목만 상승했다. 알테오젠, 에코프로비엠, HLB, 에코프로, 레인보우로보틱스, 삼천당제약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모두 주가가 내려앉았다. 조기 대통령 선거 국면에 들어서면서 정치·정책 테마주만 반짝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상지건설은 전 거래일보다 29.97% 오른 9020원을 기록, 개장 직후 상한가로 직행했다. 상지건설과 함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분류되는 코나아이(27.78%), 오리엔트정공(9.11%), 형지글로벌(1.84%), 형지엘리트(8.8%) 등도 큰 폭으로 뛰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테마주로 분류되는 평화홀딩스가 29.98% 올라 1만2920원을 기록해 상한가에 장을 마쳤고 평화산업(12.5%)도 상승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테마주인 경남스틸(29.97%),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테마주인 태양금속(29.88%)도 상한가에 장을 마쳤다. 오세훈 서울시장 대표 테마주인 진양화학은 10.38% 올랐다. 정치테마주는 실제 정치인과의 연결 고리가 없으면서 주가 변동성이 심해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는 전장 대비 2644포인트(-7.83%) 급락한 3만1136.58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는 2023년 10월 말 이후 최저이다. 하락률은 지난해 8월 5일(12.40%) 이후 최대다.
닛케이 지수는 장 중 한때 8.84% 급락하면서 일본 증권거래소가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주식 선물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대만 가권지수, 호주 ASX200지수 모두 급락했다.
대만 자취안지수는 이날 사상 최대인 9.7% 급락한 1만9232.35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2만선 아래로 떨어졌다. 시총 1위인 TSMC 주가가 하한가에 가까운 9.98% 급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상하이종합지수(-7.34%)와 선전종합지수(-10.79%)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시간 오후 4시 17분 기준 홍콩 항셍지수는 12.51%,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12.77%, 홍콩에 상장된 대형 기술주 30개로 구성된 항셍테크지수는 17% 급락한 상태다. 항셍지수는 이날 장중 13.05%나 하락하는 등 2008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내고 있다. 호주 ASX 200은 4.23% 하락했다.
환율은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 5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 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34.1원)보다 33.7원 오른 1467.8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환율은 전날 보다 32.9원 하락했는데 1거래일 만에 하락폭을 그대로 반납하고 상승 마감했다. 이날 환율 상승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이후 중국의 맞불 관세로 글로벌 무역 분쟁이 격화될 것이란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짙어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달 4일 중국 당국은 미국산 모든 수입품에 대해 추가 34%의 '맞불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상호관세로 추가 34%를 부과하자 나온 중국의 대응이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은 미국 기업들과 자국 광물자원 수출에 대한 각종 규제도 잇달아 발표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오는 10일 낮 12시 1분을 기점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국무원은 "이 기준 시간 이전에 선적된 화물의 경우 5월 13일 오후 자정 이전까지 수입되면 추과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중국 상무부는 미국 군수기업 16곳에 대한 이중용도 물품(군수용ㆍ민간용 병행 물품)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내렸다. 이어 상무부는 대만에 무기를 판매한 미국 기업 11곳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목록'에 포함했다. 상무부는 첨단산업의 필수 광물자원인 희토류 통제조치에도 나섰다. 글로벌 최대시장인 미국과 중국(G2)의 통상전쟁이 격화되면서 그야말로 세계경기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