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철회한 지 2개월 만에 재도전
성공하려면 공모가 햐향 조정 조언도…
비바리퍼블리카는 국내 상장서 미국으로 선회
지난해 첫 연간 흑자 달성할 듯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 자료 이미지. [케이뱅크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3/222138_227938_10.jpeg)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기업공개(IPO)를 다시 추진한다. 세 번째 상장 도전으로 올해 1월 철회한 지 2개월 만이다.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삼수 도전 끝에 IPO 흥행에 성공하려면 공모가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전날 이사회를 열어 IPO 안건을 의결했다. 앞서 케이뱅크는 두 차례 상장을 추진하다가 철회한 바 있다.
케이뱅크는 2022년 상장을 준비했으나 2023년 2월 이를 철회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말 상장을 목표로 재도전했으나 수요 예측 결과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자 올해 초로 연기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위법·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주식시장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진행 중인 IPO를 연기하기로 했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해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식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조속히 IPO에 다시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케이뱅크 사옥 전경. [케이뱅크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3/222138_227939_116.jpg)
불과 2개월만에 IPO를 다시 추진하게 된 배경은 지난해 최대 실적에 추진 동력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총 12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전년 당기순이익 128억원의 10배에 달하는 이익 규모다. 앞서 2022년 연간 실적(836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 실적이다.
가파른 고객 확대가 사상 최대 이익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만 321만명의 새로운 고객이 유입되며 지난해 말 케이뱅크의 고객은 1274만명에 달했다. 가상자산 호조로 고객이 급증한 2021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2017년 출범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여·수신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수신은 28조570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49.8% 증가했다. 여신은 16조2700억원으로 17.6% 늘었다.
비이자이익이 개선된 점도 눈에 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613억원으로 전년(338억원) 대비 81.4% 급증했다. 이는 운용수익 증가, 가상자산 시장 호조에 따른 펌뱅킹 수수료 확대, 체크카드 발급 증가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IPO 시장에서 케이뱅크는 '대어'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IPO 추진 당시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5조3000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지난해 케이뱅크의 수요예측으로 제시된 시가총액은 결국 3조5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에 이번에는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시장의 평가를 제대로 받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회사 내부는 급증한 사용자 수에 기반한 호실적으로 이번 상장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 부풀어 있다.
케이뱅크는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적 투자자(FI)와 약속한 상장 기한 때문이다. FI들은 2026년 7월까지 케이뱅크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7월부터 10월까지 동반매각청구권과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일각에선 케이뱅크가 지난해 수요예측에서 제시한 5조원 규모의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상장 절차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공모가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근 기업공개 시장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점도 해당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시가총액 1000억원 안팎의 중·소형주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조 단위 대형주에는 찬바람이 거센 상황이다. 올해 첫 대형주 상장으로 눈길을 모은 LG CNS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5일 상장 첫날 ‘따블’(2배 상승)은커녕 되레 9.85% 급락했다. 현재 주가는 5만원 초반대로 공모가(6만1900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높은 업비트 의존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는 10월 업비트와 계약이 만료되는 만큼 연장 가능성, 종료 가능성 모두를 열어둬야 하는 상황이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2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앤더슨씨에서 '토스 10주년, 새로운 출발선'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토스 이승건 대표가 발표하는 모습. [토스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3/222138_227940_20.jpg)
한편, 비슷한 시기에 상장 채비를 하던 경쟁사이자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11월 국내에서 기업공개를 중단하고 미국 증시 상장으로 선회했다. 국내 증시 시장에서는 핀테크 기업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상장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토스는 지난해 2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주관사로 하는 국내 주관사단을 꾸렸다. 국내 상장을 본격적으로 검토한지 약 8개월 만에 노선을 변경한 셈이다.
시장에서 토스의 기업가치는 10조~20조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직전 투자 라운드에서는 9조원에 가까운 몸값을 인정 받기도 했다. 유동성 버블 시기를 지나 밸류에이션 재조정의 시기에 들어선 한국 시장에서는 원하는 기업가치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높아진 몸값을 정당화할 수익성도 아직까지 입증하지 못한 상태다.
쿠팡의 나스닥 안착 이후 미국 증시 입성을 노리는 한국 기업들이 늘고 있다. 토스와 비슷한 이유에서다. 국내 증시에 비해 규모가 크고, 글로벌 자금이 쏠리는 시장에서 유동성을 끌어들여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다. 또한 수익에 비해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주는 시장이기도 하다.
특히 토스는 창립 10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뱅크의 호실적과 함께 토스증권과 커머스 서비스의 성장세가 실적을 견인했다. 2023년 연간 2166억의 순손실을 기록한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1분기 순손실 금액을 183억원에서 2분기 19억까지 줄인 뒤, 지난해 3분기에 첫 분기 흑자와 4분기 흑자를 내고 연간 기준 흑자까지 달성할 예정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성동구 앤더슨씨에서 '토스 10주년, 새로운 출발선' 간담회에서 IPO 진행 단계와 관련한 질의에 "글로벌 기업으로서 첫 행보라 본다"며 "현재로서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흑자 연간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대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