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의인상의 숭고한 가치, 스스로 실천해야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경기도청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02/220212_225796_277.jpg)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중 가장 신선한 아이디어로 꼽히는 LG 의인상은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첫해 3명 시상을 시작으로 LG복지재단은 매년 30명가량을 선정해 지금까지 의인 총 222명을 발굴했고, 기업이 시민의 선행을 포상해 주는 대표적인 상으로 자리 잡았다. 언론에 선행 사례가 보도될 때마다 “저런 분은 LG 의인상 받아야 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 LG 의인상 수상자가 1년이 넘게 언론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2일 28년간 무료 의료 봉사를 해온 박언휘(69)씨, 29년간 장애인 복지 시설 등에서 미용 봉사를 이어온 배점옥(52)씨 선정 이후로 감감무소식이다. 이유는 의인상을 운영하는 LG복지재단의 대표이자 구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씨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취득한 혐의로 지난달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2023년 구 대표는 투자회사 대표인 남편으로부터 한 코스닥 상장 바이오 업체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제공받고 이를 이용해 해당 업체의 주식 3만주를 매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바이오 업체는 외국계 투자회사로부터 500억원 상당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발표를 한 뒤 주가가 급등했는데, 투자한 업체가 남편 윤 대표의 회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주당 1만8000원 수준이던 이 회사 주가는 16% 넘게 급등했다.
이 사건으로 1년이 넘게 우리 사회에 재단의 의인 선정을 알리지 못한 것만으로도 구 대표는 아버지의 명예에 먹칠을 한 셈이다. 우리 사회의 숨은 영웅들을 조명하며 많은 시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해 왔던 상의 권위와 순수성은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또한 기업의 사회공헌과 도덕적 책무를 대표하는 인물이 기소돼 재판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로 대표 자격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LG 의인상은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상이기에, 이를 운영하는 기관 역시 투명성과 도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구 대표를 둘러싼 상황은 이러한 가치와 거리가 멀다.

특히 남편인 윤관 대표는 최근 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한국에서 막대한 돈을 벌었으나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기 때문에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없다며 과세당국과 소송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한 그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외에도 윤 대표는 서류를 위조해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하고 병역을 면탈했다는 의혹부터 불법적인 미국 시민권 취득 논란까지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사생활과 관련해서는 연예인 부인에 대한 금전 지원 의혹까지 나왔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흔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구 대표의 용단이 필요하다. 그가 스스로 재단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순리이자, 아버지의 선한 유지와 LG 의인상의 명예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리더스인덱스의 박주근 대표도 최근 인터뷰를 통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굉장한 모럴 해저드"라며 "이런 상황에서 복지재단 대표를 계속 맡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구 대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구 대표가 물러난다고 해서 LG 의인상이 과거와 같은 권위를 되찾을 수 있을지 단언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자신의 아버지가 직접 만든 상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불려 다니는 재단 대표가 수여하는 상'이라는 이미지까지 덧씌울 셈인가? 구 대표의 빠른 결단이야 말로 LG 의인상의 숭고한 가치를 스스로 실천하는 길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