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란죄 철회, 앙꼬 없는 찐빵"… 탄핵안 재표결 주장
내란죄 철회, 형법·헌법 중 헌법 위반만 따져보겠다는 것
'내란죄 제외' 반발, 與 시간 끌기 전략에 가까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선 이상 중진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찾아 항의 방문을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선 이상 중진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찾아 항의 방문을 마친 뒤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국회 측이 내란죄 주장을 철회한 것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더불어민주당의 조기 대선을 위한 '꼼수'로 규정하고 탄핵안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고 있는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헌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치라며 맞서고 있다. 뭐가 사실일까.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가 제시한 탄핵 사유는 크게 두 가지다.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과 내란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국헌문란 행위다. 헌법재판소는 이를 네 가지 쟁점으로 정리했다. ▲계엄 선포 행위 ▲계엄사령관의 포고령 1호 발표▲군·경 동원한 국회 활동 방해 ▲영장 없는 선관위 압수수색이다.

헌재는 네 가지 쟁점 모두 헌법과 계엄법 위반 여부를 심리하겠다고 밝히면서, 군·경 동원한 국회 활동 방해 등은 내란죄 위반 여부도 함께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에 국회 측 대리인단이 형법상 범죄 해당 여부는 제외하고 헌법 위반 여부만 다루자고 제안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내란죄 철회'로 규정, 탄핵 사유가 변경됐으니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내란죄를 제외한다면 찐빵 없는 찐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헌재가 판단하는 네 가지 쟁점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즉 내란죄의 성립 여부를 다투지 않아도 헌재가 판단할 사실관계는 변함이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안은 '탄핵 사유 변경'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노희범 전 헌재 연구관은 지난 6일 MBC에 "국회 소추의결서 내 탄핵소추 사유 자체를 철회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탄핵 재판은 해당 행위를 한 사람이 그 자리에 계속 있어도 되는지를 헌법적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이 매체에 말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당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이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그대로 두고 뇌물죄나 강요죄 등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는 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형사책임'이 아닌 '행상책임'을 중심으로 심리가 이뤄졌던 것이다.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관련 업무를 경찰에 넘겼다. [뉴스1]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가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관련 업무를 경찰에 넘겼다. [뉴스1]

행상책임은 형사 책임 근거를 직접적 행위 책임만이 아니라, 행위자가 여태까지 생활하는 동안에 법과 관련해 어떤 태도를 취했는가에서 구하는 경우의 책임이다. 쉽게 말해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임한 태도에 따른 책임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형사 재판은 내란죄 성립 여부를 가려 형사 처벌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탄핵 재판보다 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민주당의 내란죄 주장 철회는 불필요한 논쟁을 줄여 신속한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탄핵 심판에 속도를 더욱 내서 하루빨리 파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신속성과 공정성을 이번 재판의 핵심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탄핵 사유 변경 시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명문 규정은 없다"며 "재판부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여권의 '내란죄' 제외 반발은 사실상 시간 끌기 전략이란 지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 서류 수령과 답변서 제출을 지연하고, 심리 기일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재판 지연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헌재 심판 기간은 180일로 규정돼 있지만, 최대한 시간을 끌어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헌재는 오는 14일 1차 변론에서 내란죄 심리 여부를 판단할 전망이다. 앞서 헌재는 2차 변론 준비 기일에서 국회 측에 내란죄 철회에 대한 추가 서면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탄핵 결정은 네 가지 쟁점 중 하나라도 위헌이 확인되고 그것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인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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