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3월16일 이후 최고치…1년새 162원↑
금융주 동반 약세…증권가 "은행권 자본비율ㆍ손익 우려"

원ㆍ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460원을 돌파했다. '강달러' 영향으로 은행권에서 올해 4분기에 약 1000억~1200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하며, 결국 은행 자본비율과 손익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원 내린 1455.2원에 출발해 오전 10시 45분 기준 달러당 1463.3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24일 야간거래에서 기록한 1460.3원을 뛰어넘는 연중 최고가이자,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5원) 이후 15년만의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원ㆍ달러 환율은 1년 만에 150원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12월 26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97원이며, 1년이 지난 올해 12월 25일 기준 환율은 1459원으로 1년 사이 162원이나 뛰었다.
최근 국내 정치가 탄핵 정국에 휘말리면서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에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시사하자 원화 가치 급락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ㆍ달러 1개월물은 1457.3원에 최종 호가됐다. 매수와 매도 호가는 각각 1457.1원, 1457.5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6개국 통화를 기준으로 미국 달러의 가치를 산출하는 달러인덱스는 현지시간 기준으로 지난 25일 108.1로 집계됐다.
치솟는 환율에 금융당국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금융안정안에 집중하고 있으나, 진정되지 않는 '강달러' 현상에 금융주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이날 오전 10시 45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39% 내린 8만5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하나금융지주(-0.85%) △우리금융지주(-0.95%) △신한금융지주(-1.62%) △메리츠금융지주(-0.8%) △BNK금융지주(-1.4%) △DGB금융지주(-0.59%) 등 금융 관련 종목들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속적인 '강달러' 흐름으로 은행권의 자본비율과 손익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기에만 환율이 약 130원 이상 상승했는데 하나금융과 기업은행은 10 원 상승시 약 80억~90억원 내외의 외화환산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 환율 기준 올해 4분기에 약 1000억~1200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여기에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도 은행 평균 약 25~30bp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연구원은 또 "다만, 유가증권 매각 등 은행들의 RWA 관리 방안 등으로 CET1이 13%를 소폭 상회하고 있는 하나금융과 신한지주는 연말 비율을 어떻게든 13%로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외국인의 금융주 순매도 규모가 약 8600억원에 달하고 있어 연초 밸류업 기대로 유입되었던 New Money(뉴 머니) 상당부분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원ㆍ달러 환율이 계속 높은 레벨로 유지될 경우 은행권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원ㆍ달러 환율이 안정화돼야 금융주가 의미있는 반등이 가능할 것"이 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