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부회장 “고려아연 본질적 기업가치 14조 원”
이달 들어 고려아연 시총 30조원 돌파
적대적 M&A 재원 마련 차입금 이자 비용도 ‘부메랑’
"안정적 자금회수 여건 악화"로 불만 나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협병(M&A)을 진행하고 있는 MBK파트너스가 최근 추가적인 주식 매입으로 오버페이(과도한 가격 지불) 논란까지 일어나고 있다. 13일 한 경제 매체는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이 최근 3년간 지배구조가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주주가치가 떨어졌다"고 비판하며 회사의 본질적 기업가치를 14조원으로 평가했으나, 10월 말부터 지난달 초까지 약 2900억원을 들여 공개매수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 매집했다는 것이다. 스스로 적정 밸류에이션이라고 주장하던 주가와는 동떨어진 높은 가격에 지분을 계속 매입한 것으로 이율배반적인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가 끝난 뒤에도 지분 추가 매입을 이어갔다. MBK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10월 18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15회에 걸쳐 장내매수를 단행해 28만2366주(1.36%)를 추가 확보하면서 지분율을 39.83%까지 끌어올렸다. 투입한 금액은 2921억원으로 취득 단가는 주당 82만4394원에서 133만2930원까지 분포돼 있다.
특히 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한 2차례 가처분 심문과 언론 배포 자료 등을 통해 고려아연 측이 적정 주가보다 높은 83만원과 89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해 그 차액만큼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한 바 있다. 83만원과 89만원이 적정 주가 대비 높은 가격이라고 비판해 오다가 시간이 흐르자 훨씬 높은 가격에 고려아연 주식을 사 모은 것이다.
특히 이달 들어 고려아연 시가총액이 30조원을 넘겼는데, 이는 MBK가 판단하는 본질적 기업 가치 대비 2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시장 혼란과 주주, 투자자 우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2/217455_222413_359.jpg)
증권가에서는 이런 이유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 매집에 대한 '바이아웃 6호 펀드' 출자자(LP)들의 불만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고려아연 지분을 취득하는 만큼 MBK 바이아웃 6호 펀드 LP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MBK가 적대적 M&A 재원을 조달하면서 발생한 금융권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이 출자자들의 부담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펀드를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 금융기관에서 빚을 끌어다 쓰는 전략도 구사했다. 앞서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 자금을 마련하면서 NH투자증권에서 1조5785억원을 차입했다. 만기는 9개월로 최소고정금리 연 5.7%를 설정했다. 이자비용이 900억원으로 투자 수익률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결국 바이아웃 6호 펀드 출자자들의 부담으로 전이되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LP들의 우려에도 MBK가 높은 주가의 고려아연 지분 매입 행위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경영협력 계약 덕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영풍과 맺은 경영협력 계약에 MBK의 손해를 보전할 수 있는 특별한 조항들이 있다면 MBK 측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한편,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11일 이후 주식 추가 매집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장내 매수 부분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내달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과제가 대두되고 있고, 일부 언론 등을 통해서 지분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달 들어서도 MBK 측의 지분 매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달 들어 고려아연 주가가 한때 200만원선을 돌파한 사실도 주목해 볼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