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ㆍ코스닥 하락 마감…원ㆍ달러 환율 상승
증권가, 과거 탄핵 정국 사례로 향후 시장 영향 분석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제공]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과거 탄핵 정국 사례를 바탕으로 향후 시장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 될수록 정치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정책 공백 우려도 증폭될 수 있어서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0.9% 내린 2411.85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외국인이 3200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며 이틀 연속 '팔자'에 나섰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별로는 반도체주가 선전한 반면, 금융주는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날 코스닥 지수도 670.94에 장을 마감하며 전 거래일보다 0.92%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04% 오른 1414.1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6시간 만에 계엄령 선포 후 비상계엄요구 결의안 가결, 계엄령 해제라는 갑작스러운 돌발 변수가 발생하자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출현한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 소추안 통과 여부가 난항을 빚을 경우 탄핵 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정치 불확실성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2024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주요 가격 변수 흐름 그래프. [키움증권 제공]
2024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주요 가격 변수 흐름 그래프. [키움증권 제공]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과거 대표적인 대통령 탄핵 사례를 통해 향후 금융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중기적인 관점에서 주식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것은 기업 실적 변화이지만, 현재 이익 다운 사이클에 들어갔다는 점이 증시 반등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국회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2004년 3월 12일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848.8로 전일 대비 2.43% 하락한데다 원ㆍ달러 환율은 1180.5원로 전일보다 11원 뛰었다. 국고채(3년)금리는 4.570%로 전일 대비 3.0bp(bp=0.01%p) 상승했다.

그러나 약 2개월 이후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기각하자 당시 코스피 지수는 다음 거래일까지 추가 하락하다가 반등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1186원으로 하락 전환해 그 해 6월 말 1155원까지 낮아졌다. 국고채 3년물은 4.380%로 전일비 1.0bp 하락한 이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국회에서 '최순실 게이트' 등의 사건으로 2016년 12월 9일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전원 일치 의견으로 탄핵안이 인용됐으나, 시장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이미 정치적 혼란이 장기간 지속된 상황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금융시장 내에서 탄핵 가능성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당일 코스피 지수는 2024.69로 전일 대비 0.31% 하락했으며, 원ㆍ달러 환율은 탄핵소추안 가결 당일 1165.95원을 기록해 전일보다 약 7원 정도 상승했다.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미국 달러 강세와 대외적인 여건이 더 크게 영향을 끼쳤으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 비해 상승폭은 제한됐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개인적인 정치 판단을 배제하고 향후 상황을 전망해보면, 탄핵 정국이 장기화 될수록 정치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정책 공백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주가, 외국인 수급 변동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며 "다만, 정치 불확실성이 소버린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현시점에서는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서 두 개의 탄핵 정국 사례를 통해서 확인할 있듯이, 금융시장 가격 변화를 만들어낸 본질적인 요인들은 증시 펀더멘털, 매크로에 좌우되는 편"이라며 "사실 3개월 혹은 그 이상의 중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국내 정치 리스크가 주식, 채권, 외환 등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지속성도 길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과거 두 차례 탄핵 당시 주가, 환율, 금리 변화율. [키움증권 제공]
과거 두 차례 탄핵 당시 주가, 환율, 금리 변화율. [키움증권 제공]

이런 측면에서 국내 증시는 오히려 이익과 수출 둔화에 직면해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영업이익 전망은 지난 4월 42%대에서 고점을 찍은 뒤 이달 현재 23%대까지 내려간 상태이다. 지난달 수출도 1.4%로 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지난달 이후 코스피 후행 PBR이 0.85배~0.87배 레벨을 오가는 과정에서 이익 부진, 트럼프 2기 때 예상되는 리스크, 매크로 불안 등을 국내 증시를 둘러싼 악재를 상당부분 기 반영했다"며 "현 시점에서 이번 탄핵 정국이 소버린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는 이상 국내 증시의 주가와 밸류에이션 레벨 다운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고, 2450pt 내외에서는 저가 매수에 나서는 전략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선 두 차례 사례(2004년ㆍ2017년)에서도 시장금리는 정치 이슈 자체보다는 경기 펀더멘털과 대외 요인에 좀 더 민감하게 영향을 받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앞으로 시장금리는 결국 대외 요인과 국내 경기에 초점을 맞추어 최근의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연구원은 또 "미 달러화의 추가 강세가 제한되고, 국내 정책적인 불확실성이 해소가 될 경우 한국 경제에 대해 과도하게 높아진 비관론은 조금씩 완화될 것"이라며 "이를 반영해 원ㆍ달러 환율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다시 1300원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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