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행장, 조직 쇄신 위해 연임 포기 선언ㆍ롱리스트서 제외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사태 여파로 임종룡 회장 거취 주목

(사진 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 제공]
(사진 왼쪽부터)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 제공]

조병규 우리은행장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사태 여파로 연임을 포기하면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책임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임 회장과 조 행장이 검찰 수사에서 유사한 혐의를 받는 만큼 거취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행장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을 하지 않으며, 은행장 후보 롱리스트에서 자신을 제외해달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직을 내려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우리은행이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 차주에게 350억원 규모의 부당 대출을 해준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이어 70억원 상당의 추가 불법 대출이 손 전 회장의 지휘하에 이뤄졌는지도 함께 조사 중이다.

검찰은 임 회장, 조 행장 등 현 경영진들이 부당 대출이 이뤄진 것을 인지하고도 금융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금융기관 임직원은 금융 사고 등 불법 행위가 생길 경우 지체 없이 수사기관에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조 행장은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사태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조 행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경범 12조 '보고의무 위반'이다. 

반면에 조 행장과 유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임 회장은 그저 침묵을 유지하고 있어 업계의 눈초리가 매섭다. 검찰에 따르면 임 회장도 우리은행 본점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부당대출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있다고 명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임 회장은 해당 사태의 은폐 의혹을 지속해서 부인해왔으나, 만약 수사과정에서 임 회장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경우 임 회장의 과거 발언은 거짓말이 되어버리는 셈이다. 지난달 임 회장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결코 전임 회장 등을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거나 이런 일은 하지 않았고,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며 "앞으로도 계속 정확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파이낸셜포스트 DB]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파이낸셜포스트 DB]

게다가 우리금융지주의 인사 세대교체에도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연말 인사에서 성과주의, 영업력 강화, 세대교체라는 세 가지 측면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자추위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이을 차기 행장 후보군을 '50대 남성' 임원들로 압축했다. 앞서 60대 초반으로 하마평에 올랐던 일부 우리금융 자회사 대표 등은 이번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현재 리스트에 남은 후보는 △김범석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 부행장 △박장근 우리금융지주 리스크관리부문 부사장(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겸임) △이정수 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정진완 은행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조병열 은행 연금사업그룹 부행장 △조세형 은행 기관그룹 부행장 등 6명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내부에서 경영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지 향후 인사 행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차기 행장 리스트에서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이 각 3명인 점도 고려할 시 출신 안배도 중요시하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임 회장의 나이도 금융권에서 적지 않을 뿐더러 현재 차기 행장 후보 나이대인 '50대'보다 더 많은 '60대'에 속하는 점도 업계의 관심 대상이다. 임 회장은 올해 65세로, 4대 금융지주(KB·하나·신한·우리)의 평균 나이(64세)보다 많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회장의 나이 제한을 만 70세로 규정하는 이른바 '만 70세 룰'을 적용하고 있으나, 제한 나이까지 연임하는 경우가 드물다. 회장의 장기집권으로 권한이 막대해져 은행 조직이 고착화된다는 우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압박과 그룹 내 인사 선임 추세 속에서 임 회장의 거취 여부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임 회장이 현재까지 우리금융 자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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