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정책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증시 숨고르기 양상
증권가 "'-15% 조정' 매우 이례적"…국내증시 소외현상 우려
![그래프 이미지 [픽셀스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1/215842_220422_1314.jpg)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관세 정책으로 인한 우려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외국인 순매도가 거의 대부분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몰려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가에서는 대형주의 부진과 트럼프 당선의 후폭풍은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15% 조정'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국내증시 소외현상에 대해 당혹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0.07% 오른 2418.86에서 약보합 마감했다. 이어 코스닥 지수도 681.56원에 장을 마감하며 전 거래일보다 1.17% 하락했다.
전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1970조6632억원으로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이후 처음으로 2000조원을 밑돌기도 했다. '트럼프 트레이드'에 주식시장 약세·환율 상승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 부진의 '충격파'가 고용시장까지 미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84만7000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8만3000명 증가에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을 하회한 것은 지난 6월(9만6000명) 이후 넉 달 만이다.
특히,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8만2000명 감소하며 고용 부진이 두드러졌다. 인구 감소 효과를 감안한 고용률(45.6%) 역시 0.8%p(포인트) 하락했다. 그 중 20대 후반 청년층 고용률은 72.2%로,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다은 KB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의 부진과 트럼프 당선의 후폭풍을 예상했으나, 이 정도의 국내증시 소외현상은 당혹스럽다"며 "경기확장기에도 '-10% 조정이 자주 있었지만, 지금처럼 '-15% 이상 조정'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2006년과 2007년 여름에 '-15%'를 넘는 조정이 있긴 했지만, 당시 '긴축(버냉키 쇼크)' 때문에 발생한 조정이었다"며 "다만, 지금은 긴축도 없고, 최근 조정은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국내증시 조정 그래프, 외국인 누적 순매도 규모 그래프. [KB증권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1/215842_220419_830.png)
최근 국내 증시의 급락세에는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반도체 약세가 주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하반기 외국인 순매도(18조9000억원) 중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순매도가 무려 18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4년 5개월 만에 '4만 전자'로 추락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38% 내린 4만9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 측면에서 레드 스위프로 인한 트럼프발 정책 불확실성이 하방 압력을 더 가중시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과 정책 불확실성(보편 관세, 반도체 칩스법 등), 이익 전망치 하향으로 인한 반도체 약세가 국내 증시를 약화시켰다"고 강조했다.
이다은 KB증권 연구원 역시 "삼성전자의 하락세가 기술적으로 낙폭과대라고 보지만, 삼성전자의 매출이 11년째 정체라는 가볍지 않은 문제가 앞을 가린다"며 "수급적으로 봤을때 부양 조치가 발표되기 전까지 충격이 몇 차례 더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왼쪽부터) S&P500과 나스닥 일중차트, 업종ㆍ스타일별 주가 등락률. [키움증권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11/215842_220420_1129.png)
또한, 트럼프발(發)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글로벌 증시도 일부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다우 0.11% △S&P500 0.02% △나스닥 -0.26%로 집계되며, 미국 3대 지수가 혼조 마감했다.
업종별로는 경기소비재(+1.1%), 에너지(+0.8%), 부동산(+0.7%)은 상승했으나, 커뮤니케이션(-0.6%), IT(-0.3%), 헬스케어(-0.3%)는 약세를 보였다. 주요 종목별 등락률을 살펴보면 M7 종목 중 애플(+0.4%), 마이크로소프트(+0.51%), 아마존(+2.48%), 테슬라(+0.53%)는 상승한 반면, 알파벳(-1.51%), 메타(-0.82%), 엔비디아(-1.38%)는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블랙웰 칩에 대한 강한 수요가 확인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고객사인 하이퍼스케일러 아마존의 자체 AI칩 개발과 신규 라인 출시 소식에 주가가 떨어졌다. 아울러 AMD가 글로벌 인력의 4%(약1040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하고, 인텔도 감원 규모를 늘리는 등 반도체 시장에서의 인력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증시 상승 탄력이 다소 약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 최근 주가 급등에 대한 부담과 장기금리 상승 경계, 인공지능(AI) 주도주 반도체의 부진한 흐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국채 10년물 장기금리까지 상승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6개월 동안 하락세를 유지했던 헤드라인 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7개월 만에 증가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현재 연준의 이중 책무인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목적에 근접했음에도 현시점부터는 점진적 금리 인하를 느린 속도로 진행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로의 진전에 불확실성이 증가했다"며 "추가 금리 인하를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 국내 증시의 방향성은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에 달려있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할 외국인 수급은 결국 원달러 환율에 기인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 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하향하는 움직임을 보일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외환당국에서도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에 구두개입을 나선 상태다. 구두개입은 보유 달러를 사고파는 실개입(직접개입)과 달리,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환율 급등락을 줄이는 정책수단이다. 이번 구두개입은 중동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 부근까지 상승한 지난 4월 중순 이후 7개월만에 이뤄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ㆍ금융현안 간담회에 참석해 "미국 신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와 함께 세계경제 성장·물가 흐름,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관계기관 24시간 합동점검체계를 중심으로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