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부당대출 관련 정무위 증인 채택
금감원, 우리금융ㆍ우리은행 정기검사 착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료 이미지. [금융위원회 제공]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료 이미지. [금융위원회 제공]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진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22대 국회 정무위원회의 첫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다. 주요 금융그룹지주 회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오는 1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정무위원회는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에 대한 부당대출 과정과 금융사고를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이유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4년간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과 개인사업자 차주들을 대상으로 616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350억원이 부적정 대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외에도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전 우리종금) 등에서 대출이 이뤄졌다.

게다가 최근 우리은행에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로 인한 55억대 금융사고가 발생한 사실도 영업점 종합검사 중 발견됐다. 우리은행의 금융사고 공시는 올해 들어 세 번째인 만큼,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관련 질타를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측은 "임 회장이 현재 국감에 출석해 성실히 질의에 답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앞서 임 회장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사태 이후 공개 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때 그저 침묵만 유지해 업계에서 부정적인 시선이 이어지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국회의 부름에 겸허하게 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임 회장이 실제로 국감장에 나설 경우 주요 금융그룹 회장으로서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과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등 모두 이번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 여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앞서 지난 2010년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지난해 윤종규 당시 KB금융그룹 회장은 각각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모두 불출석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임 회장이 아닌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관련 질의에 답변할 적임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나, 조 행장은 애초 증인 명단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손 전 회장 본인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며 "임 회장이 막판에 증인 명단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무위원회는 오는 10일 금융위원회와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17일에는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예정됐다. 기업들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국회법에 따라 일반 증인과 참고인에 대한 출석 통보는 국정감사 이날까지 이뤄져야 한다.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우리금융그룹 제공]
우리금융그룹 본사 전경 [우리금융그룹 제공]

아울러 우리금융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동양ㆍABL생명 인수 여부에도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우리금융ㆍ우리은행을 대상으로 3년 만에 정기검사를 실시한다. 이번 정기검사에는 30~40명 대규모 인원이 투입되며, 내달 중순까지 총 6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통상 4대 금융지주·은행은 금감원 은행검사1국 담당이지만, 이번에는 은행검사2국과 자금세탁방지ㆍIT 관련 검사인력이 함께한다.

이번 정기검사의 핵심으로는 경영실태평가가 꼽힌다. 금융지주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재무상태와 경영관리상태를 평가받아야 한다. 경영실태평가는 금감원이 은행 경영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진행하며, △자본건전성 △적정성 △경영관리 △수익성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등 여러 항목에서 평가가 이뤄진다. 

경영실태평가는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취약) △5등급(위험)으로 나뉜다. 만약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 이하로 나올 경우 동양ㆍABL생명 인수가 불발될 수 있다. 게다가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최종 결정되기까지 통상 5~6개월 걸리는 만큼 연내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는 당장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정기검사에서는 올해부터 내부통제 평가 항목의 비중이 크게 오른 점이 변수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각종 금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해 '내부통제' 평가 항목을 별도로 분리·신설하고 평가 비중을 5.3%에서 15.0%로 상향하면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나머지 평가항목의 비중은 △자산건전성 25% △자본적정성 20% △유동성 15% △경영관리 10% △리스크관리 10% △수익성 5% 등으로 구성됐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보험사의 리스크가 금융지주 리스크에 정교하게 반영됐는지에 대해 걱정이 있다"며 "최대한 역량을 집중해서 빨리 살펴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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