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코파트너스, 7일 이사회 열고 영풍정밀 공개 매수가 상향 논의
최윤범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등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고려아연 지분 1.85% 보유한 영풍정밀, 이번 분쟁 승부처

최윤범 회장이 2일 처음 연 기자회견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맞서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고려아연 제공]
최윤범 회장이 2일 처음 연 기자회견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맞서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정밀의 공개 매수가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그의 작은아버지인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영풍정밀 공개 매수가 상향 방안을 논의한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 이번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로 꼽힌다.

최씨 일가는 영풍정밀 지분 약 35%를 보유하며 현재 경영권을 갖고 있다. 반면,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은 약 21%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양측은 영풍정밀의 지분 확보를 통해 상대방 의결권을 낮추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13일 영풍정밀 주식에 대해 주당 2만원으로 공개 매수를 시작했다. 이후 26일 2만 5000원으로 매수가를 한 차례 올렸고, 최 회장 측이 주당 3만원으로 대항 공개 매수에 나서자, MBK·영풍은 같은 가격으로 매수가를 상향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영풍정밀의 주가는 공개 매수가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최 회장 측의 이번 공개 매수가 인상은 MBK·영풍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는 최씨 일가가 공개 매수가를 주당 3만원 초·중반대로 올리고 인수 물량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영풍정밀의 유통 주식 수가 제한적인 만큼, 양측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도 쟁점이 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지난 2일 자사주 공개 매수가를 주당 83만원으로 제시했으며, MBK·영풍도 같은 가격으로 대응했다. 

변수가 있다면 세금 문제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 매수는 배당소득세가 적용돼 최고 49.5%의 세율이 부과될 수 있어, 양도소득세가 적용되는 MBK·영풍의 공개 매수보다 불리할 수 있다.

공개 매수 기간과 최소 매입 물량도 양측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MBK·영풍의 공개 매수는 오는 14일 종료되지만, 최 회장 측의 공개 매수는 영풍정밀은 21일, 고려아연은 23일에 끝난다. 투자자들은 같은 조건이라면 먼저 종료되는 MBK·영풍의 공개 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양측의 치열한 경쟁은 법적 분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영풍정밀은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영풍 측 장형진 고문과 사외이사 등이 MBK와 연합해 고려아연 공개 매수에 나선 것은 MBK에만 유리하고 영풍 법인에는 손해를 끼치는 결정"이라며 이들의 계약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 매수가 인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 측이 공개 매수가를 추가로 올리지 않으면 방어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MBK·영풍이 공개 매수가를 더 높이지 않고도 최 회장 측에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서다.

한편, 7일 영풍정밀의 주가는 장 초반 7% 가까이 상승했다. 이날 오전 9시 24분 기준 영풍정밀은 전 거래일보다 6.91% 오른 3만 4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공개 매수가 인상을 기대하며 매수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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