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서 현대차 22만3500원, 기아 9만6200원에 거래 마쳐
한국신용평가 최고 신용등급 'AAA' 획득
증권가 "3분기 실적 둔화" 우려
"우량주 저가 매수 기회" 조언 우세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2라인. 작업자들이 완성된 아이오닉5의 품질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2라인. 작업자들이 완성된 아이오닉5의 품질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지난 2분기에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고공행진 중인 대한민국 대표 자동차 기업 현대차·기아의 주가 하락이 계속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 ‘A’를 받은 것에 이어 11일에는 국내 대표 신용평가사 한국신용평가에게 최고 등급인 'AAA'를 받는 등 전 세계 완성차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가운데, 주가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현대차는 전일 종가 대비 7500원(3.25%) 하락한 22만3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는 지난 6월 말 29만9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이후로 계속 하락해 현재 22만원대까지 주가가 떨어진 상태다.

같은 날 기아 역시 코스피 시장에서 전일 종가 대비 4000원(3.99%) 내린 9만6200원으로 거래를 종료했다. 기아는 지난 6월에 13만5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이후 하락세를 거듭해 현재는 10만원 선이 붕괴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주가 하락은 외국인들이 이끌었다. 기아는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2위 종목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하루 만에 기아 주식 664억7700만원가량을 순매도했다. 현대차는 514억500만원가량 순매도하며 외국인 순매도 4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기아 주가는 지난달 5일 이른바 ‘블랙 먼데이’ 이후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내 다시 상승세가 꺾여 블랙 먼데이 수준으로 주가가 주저앉았다.

기아 화성공장 EV6 생산라인. [기아 제공]
기아 화성공장 EV6 생산라인. [기아 제공]

현대차·기아의 주가 하락에 관해 전문가들은 3분기 실적 둔화 우려를 원인으로 짚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일 현대차 그룹의 1~7월 전기차 수출이 전년 대비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며 실적 우려가 퍼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혁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해외 판매량이 현대차와 기아 모두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감소했다"며 "특히 현대차 해외 판매는 최근 글로벌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차의 지난달 해외 판매는 27.5만대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7.2% 줄었다. 기아는 21.1만대를 수출해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애널리스트는 "8월 해외 판매 부진으로 3분기 실적 둔화 우려도 존재한다"며 "앞서 지난 7월 현대차의 해외 판매는 0.7% 감소에 그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생산라인에서 조립된 캐스퍼 자동차를 점검하고 있다.
직원들이 생산라인에서 조립된 캐스퍼 자동차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 7월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이 전기차 판매량 부풀리기 혐의로 피소된 사실도 여전히 주가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네이플턴 오로라 임포트 등 현대차 딜러 그룹이 시카고 연방법원에 전기차 판매 실적을 부풀리고, 가담하지 않은 딜러를 차별했다는 혐의로 HM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딜러 그룹은 HMA가 '대여' 차량용 재고 코드를 이용해 판매실적을 과장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참여한 딜러들은 인기 모델을 더 빨리 출고받는 등 특혜를 줬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현대차 측은 성명서를 통해 "판매 데이터 조작 행위를 묵인하지 않으며,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두 종목에 대해 매수를 추천하는 의견이 다수다. 3분기 실적 불확실성과 전기차 판매 부진 등으로 주가 변동성이 높아졌지만, 내년 미국 보조금 정책 안정화로 실적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이날 '완성차 저가매수 기회'라는 보고서를 내고 현대차와 기아의 목표주가를 각각 37만원, 15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는 지난 2개월가량 전기차 캐즘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며 완성차 주가에 영향을 미친 바 있다”며 “내년에 들어서도 전기차 캐즘이 완성차 그룹의 영업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에 가까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전향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주주환원 정책은 경쟁사인 도요타와 혼다의 정책과 비교해서도 낮지 않은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35만원에서 38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도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한 자본 슬림화, TSR 개념의 도입, 최소 배당의 도입 등으로 투자자들의 수익 가시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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