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출시 등 실적 개선株 주목
ESS·실리콘 음극재 등 K-배터리 르네상스 이끌까

삼성SDI 연구원들이 경기 수원시 전자소재연구단지에서 배터리셀(2차전지의 최소 단위)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SDI 제공]
삼성SDI 연구원들이 경기 수원시 전자소재연구단지에서 배터리셀(2차전지의 최소 단위)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SDI 제공]

이차전지 관련주가 전기자동차 판매 둔화와 정책 리스크가 겹치며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 저가 공세로 인한 주가 부진에 실적 악화 등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지면서 하방 압박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는 관련주가 밸류에이션 함정에 빠진 만큼 당분간 새로운 기술과 신제품 등을 통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을 찾아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안타증권은 이번 주 삼성SDI, 더블유게임즈, 유한양행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배터리 3사 중 하나인 삼성SDI에 관해 유안타증권은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 확대로 전기차(EV)뿐 아니라 ESS 외형성장도 기대된다"며 "셀 3사 중 밸류에이션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 K-배터리, 유럽서 ESS 놓고 中업체들과 혈투

최근 국내 이차전지 제조사들은 2030년 363조원 규모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ESS 분야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세계 2위 배터리 시장인 유럽을 선점하기 위해 중국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은 최근 제품의 성능을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제품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메쎄(Messe)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공개됐다.

ESS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만들어낸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다.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단점인 생산량이 안정적이지 않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다.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력 생산이 가능하고, 태양광은 낮에는 효율이 높으나 밤에는 전혀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다. 그래서 ESS를 통해 과잉 생산되는 에너지를 저장하고, 전력 사용이 최대 부하에 이르는 시점에 저장된 에너지를 활용함으로써 효율적인 전력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해 난방·전력비 부담이 커지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ESS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로 인해 냉방 수요도 높아졌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9기가와트시(GWh)에 불과하던 유럽의 ESS용 리튬이온배터리 출하량은 지난해 23GWh로 156%나 늘었다. 시장 점유율도 7%에서 12%로 증가했다. 특히 블룸버그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는 ESS 산업 시장이 2021년 110억 달러(약 15조2328억원)에서 2030년 2620억 달러(약 362조8176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삼성SDI 임직원이 UPS(무정전전원장치)용 고출력 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19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삼성SDI 임직원이 UPS(무정전전원장치)용 고출력 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19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삼성SDI가 기존 SBB(Samsung Battery Box)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SBB 1.5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SDI 제공]
19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삼성SDI가 기존 SBB(Samsung Battery Box)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SBB 1.5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SDI 제공]

'인터배터리 유럽 2024'에서 삼성SDI는 용량과 안전성이 한층 더 강화된 SBB(삼성 배터리 박스) 1.5를 처음으로 공개하고 글로벌 ESS 시장 공략에 나섰다. SBB는 20피트(ft) 컨테이너 박스에 하이니켈 NCA 배터리 셀과 모듈, 랙 등을 설치한 제품으로 전력망에 연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SBB 1.5는 내부 공간 효율화를 통해 더 많은 양의 배터리를 적재해 총 5.26메가와트시(MWh) 용량을 구현했으며, 컨테이너 단위 에너지밀도가 기존 제품 대비 37% 가량 향상되었다. 또한 4개의 컨테이너를 서로 맞닿게 설치 가능해 설치 공간을 줄일 수 있다.

ESS 시장에 최적화된 미래 셀 라인업 전략도 공개했다. 2026년부터 전력용 ESS 제품에 들어갈 배터리 라인업에 LFP 배터리를 추가해 높은 에너지밀도의 NCA 배터리와 함께 '투트랙' 전략으로 ESS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UPS(무정전전원장치)용 고출력 셀 공급을 통해 AI 시대 가속화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가 등 신규 수요에도 적극 대응한다.

이어 유안타증권은 더블유게임즈에 주목하며 "마케팅비 감소에도 매출 증가, 실적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며 "신규 아이게이밍, 스킬게임 시작으로 내년 성장성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에 관해서는 "현재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 병용 요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허가 중으로 FDA 허가는 8월 22일까지 결정될 전망"이라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공개된 마리포사 하위 분석에서는 일관되게 오시머티닙 단독 요법 대비 임상적 이익을 확인했으며 고위험군에서 더 큰 이익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미반타맙 SC와 레이저티닙 병용을 평가하는 임상인 팔로마-3(PALOMA-3)에서 투약 시간 감소, 주입관련반응(IRR) 부작용 감소로 편의성이 확대됐다"고 부연했다.

◇ 실리콘 음극재, 기아 EV3 첫 탑재로 주목

이와 더불어 하나증권은 현대로템, 사조대림, 씨앤씨인터내셔널을 이번 주 추천주로 꼽았다. 현대로템에 관해서는 "최근 루마니아 K9 자주포 수출 이후 해외 방산 수출 추가 기대감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사조대림에 관해 하나증권은 "지난 14일 미국을 시작으로 냉동김밥 3종을 전 세계 시장에 수출했다"며 "광천김, 맛살, 햄, 어묵, 식용유 등을 보유해 수출시장 확대 수혜가 크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씨앤씨인터내셔널에 관해 유안타증권은 "우호적인 산업 환경, 제품 개발 능력, 역동적인 영업력이 호실적의 배경"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기아가월드프리미어 영상을 통해 더 기아 EV3를 공개했다. [기아 제공]
기아가월드프리미어 영상을 통해 더 기아 EV3를 공개했다. [기아 제공]

아울러 삼성증권은 이번 주에 LIG넥스원, 대주전자재료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LIG넥스원에 관해 "방위산업 수출, 정책 모멘텀이 있고 로봇 기업으로 재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삼성증권이 추천한 대주전자재료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실리콘 음극재 제조사다. 이 회사의 실리콘 음극재가 기아가 출시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에 탑재된다는 소식이 알려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EV3는 보조금을 반영한 실구매가를 3000만원 중반대까지 낮추면서도 주행거리와 충전속도 등 성능을 높여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이끌 제품으로 주목받는 차량이다. 보급형 전기차임에도 리튬인산철(LFP)이 아닌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시 주행거리 501㎞를 확보했다.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 단축 등을 위해 필요한 실리콘 음극재는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한 이차전지 소재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만톤을 기록한 실리콘 음극재 수요는 내년 3.9만톤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BTR, 일본은 신에츠 정도가 양산 중이고, 국내에서는 대주전자재료가 주도하고 있는 등 공급이 한정돼 있다. 

대주전자재료는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6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섰다. 현재 연간 3000톤 수준인 실리콘 음극재 생산량을 2026년 2만톤까지 순차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주전자재료에 관해 "실리콘 음극재 적용 시장 확대로 수혜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실리콘 음극재의 가동률은 아직 저조한 상황이나 향후 신규 차종 확대로 규모의 경제 달성이 예상된다”며 “첨가량도 기존 5%에서 7~8%까지 늘어나 올해 (실리콘 음극재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96%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 불확실성 확대 속 대주전자재료는 올해 실적 개선이 뚜렷할 전망이기 때문에 전기차 수요 둔화 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내부에서 25년 만에 외부로 이전한 소와 곰상. [한국거래소 제공]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내부에서 25년 만에 외부로 이전한 소와 곰상. [한국거래소 제공]

◇ 마이크론 실적 발표, 국내 시장 변수될 듯

한편, NH투자증권은 이번주 코스피지수 예상밴드를 2750~2880으로 제시했다. 2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 최대 메모리칩 생산업체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도 시장의 변수다. 매출액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77% 상승한 66억4000만 달러다.

강재은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지수의 상승은 사실상 반도체 주가 상승이 견인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렇기에 마이크론 실적 발표에 더욱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라며 "호실적, 양호한 가이던스가 주어지면 지수는 2800대에 확실하게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마이크론의 실적에 따라 내달 초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잠정실적 발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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