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4일 이탈리아 동남부 아풀리아(현지명 풀리아)에서 개최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과거에 비해 중국에 대해 훨씬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중국과 미국의 도전에 직면하여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게 복잡한 고민거리다.
‘대중국’ 조치 예고한 G7, 보호무역주의 조치에 힘실어
지난주 G7 정상들은 이탈리아 아풀리아에서 조르지아 멜로니(Giorgia Meloni) 총리 주최로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G7은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 중 규모가 가장 큰 국가들로 이루어진다. 그 외에도 정상회의에는 유럽연합(EU) 의장국이 참석한다.
G7 정상회의의 전통은 49년 전 프랑스 랑부이예에서 시작되었는데, 당시 주요 6개국 정상들은 1974년 석유파동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 경제 성장 정체, 지정학적 위기 등에 직면해 거시경제 정책 조율을 시도했다. 초기 정상회의 때와 지금 상황이 서로 유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어쨌거나 올해 정상회의에서도 지정학 쟁점이 핵심 논제였고,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특별한 강조가 이루어졌다. G7 정상들은 공동성명(communiqué)을 내고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데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러시아의 방위 산업 기지에 대한 중국의 지속적인 지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불법 전쟁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며 중요하고 광범위한 안보적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왼쪽 두번 째부터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시 수낙 영국 총리 등이다. [이탈리아 주최 제50회 G7 정상회담 CC-BY 3.0 license]](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406/207489_209701_5022.jpg)
이번 성명은 “러시아의 전쟁 기계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중국과 제3국의 행위자, 그리고 러시아 방위산업 기반 품목 획득을 촉진하는 중국의 기타 기관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임을 재확인하고 있다.
G7의 이 같은 입장은 중국과 경제적 상호작용에 대한 제한을 더 강화할 것임을 시사한다. 주요국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 이전에도 이미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지정학적 위험에 대해 갈수록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최근 유럽의 대형 자동차 제조사는 전기차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유럽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이 감소 추세를 보인 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위험을 줄이고자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그 동안 시장에 기반한 정책을 지지해왔던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전 이탈리아 총리가 “EU는 중국과 같이 불공정한 이점을 가진 국가의 위협에 맞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방어하는데 ‘덜 수동적’(less passive)이 돼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다.
세계은행(WB)에서 오래 일했고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직도 역임한 그는 주류 경제학자로는 이례적으로 EU가 관세와 보조금 무기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EU가 중국 전기차 수입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지 며칠 만에 등장한 드라기 전 총리는 “우리가 유럽에서 보호무역주의자가 되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다른 나라가 우리의 번영을 위협한다면 소극적일 수는 없다. 최근 미국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결정 또한 우회 수출을 통해 우리 경제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유럽은 무역에 대한 무대응이나 보복 조치 모두에 대해 더 취약하기 때문에 미국보다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국의 발전은 부분적으로 상당히 큰 보조금, 보호무역 및 수요 억제 등에 기반하며, 이는 우리 경제의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풍부한 증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EU 집행위원회는 드라기 전 총리에게 유럽지역 경제가 미국과 중국의 도전으로 기반을 잃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드라기 전 총리의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다음 달 발표되는 보고서는 보다 개입주의적인 산업 정책의 도입을 권고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동상이몽 G7, 독일 피해 우려 커
하지만 이러한 드라기 전 총리의 견해가 G7 지도자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수용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로베르트 하베크(Robert Habeck) 독일 경제장관은 “관세는 항상 마지막에 활용해야 하는 정치적 수단이며, 종종 최악의 선택지”라고 말했다. 독일 산업계는 최근 EU의 대중국 관세 인상이 무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주목하면서, 중국의 보복 조치가 독일 산업에 피해를 줄까 우려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의 2023년 판매량 중 거의 3분의 1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BMW의 경우 중국산 미니(MINI) 전기차에 38.1%의 고율 수입 전기차 관세가 부과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G7 공동성명은 중국의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글로벌 파급 효과, 시장 왜곡, 유해한 과잉생산을 초래한다”면서 “우리는 불공정한 관행으로부터 근로자와 기업을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 지속적인 피해를 주지 않게 하기 위해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를 놓고 G7 회원국들 간에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대응 조치를 취할 때 “의도하지 않은 경우를 포함해서 서로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do no harm each other)는 원칙을 따르자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EU의 고위 관리는 “솔직히 말하자면 중국은 G7 회원국 어디에나 존재한다”면서, “풀어야 할 문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응 방식을 어떤 식으로 조정해야 하는가이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도 관세 부과에 적극적이지 않은 편이다. 로이터통신이 이달 5~14일 일본 기업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61%가 미국과 EU를 따라 대중국 관세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아 주목된다. 또 53%의 응답자들이 중국의 과도한 생산 능력이 비즈니스에 거의 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불안정한 G7 지도부의 미래
이번 G7 정상회의는 비록 중국에 대한 강화된 대응을 예고했지만, 7개국 정상 중 6명이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 직면해 있고, 특히 EU는 최근 유럽의회 선거의 잠재적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유일하게 주최국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만 현재보다 정치적으로 강력한 위치에 있다. 영국과 리시 수낙 총리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국내 지지도가 형편없는 수준이고,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프랑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조만간 선거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황이다. G7 지도부의 이러한 내부 상황은 이번 공동성명의 내용에 대한 신뢰성과 내구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그 동안 EU를 이끌어 온 지도자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슐츠 독일 총리에게 타격을 주었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프랑스 내 득표율 32.5%로 1위를 차지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국면 전환을 위해 의회 해산을 단행했다.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신호등 연정(사회민주당, 자유민주당, 녹색당)을 앞지른 2위를 차지하자 조기 총선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벨기에의 경우 우파가 약진하자 총리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 양대 극우파인 유럽보수와개혁(ECR)과 정체성과민주주의(ID)가 의석수를 각각 7석과 9석 늘리면서 몸집을 불렸다. 이렇게 되면서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의형제(Fdl)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극우 정당 지도자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관련해 경제적이거나 지정학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중도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 때문에 그가 유럽 내의 중도와 우파 사이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나아가 EU내에서 극단주의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어쨌거나 새로운 유럽의회에서는 반이민정책이 강화되고 친환경정책은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압박이 거센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가 총선 및 내각 총사퇴에 대해 거부하자, 야당은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제출하여 압박했다. 이러한 내각 불신임안은 20일 중의원에서 여당인 자민당의 반대로 부결됐다.
/ 김사헌 딜로이트인사이트 편집장(이사).
현 딜로이트인사이트 편집장
전 뉴스핌통신 기자(국제/산업2부/증권/IB금융 부장)
전 민간 싱크탱크 책임연구원, 1금융권 뱅커 등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