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디텍, 상장 이튿날 급락세…'투자주의 종목' 지정 여파?
개인 투자자들 "공모가 거품 탓에 개미들 속 터져"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라메디텍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김대영 한국IR협의회 부회장(왼쪽부터),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최종석 라메디텍 대표이사, 박성준 대신증권 전무이사,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라메디텍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김대영 한국IR협의회 부회장(왼쪽부터),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최종석 라메디텍 대표이사, 박성준 대신증권 전무이사,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소형 레이저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용·의료기기 업체 라메디텍이 야심 차게 코스닥 시장에 첫발을 들였지만, 상장 이튿날인 18일 주가가 급락하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개미무덤"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 따르면 라메디텍은 오후 2시 8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2300원 떨어진 2만2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전에는 2만125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는 전날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되는 등 악재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날 한국거래소는 장 마감 후 라메디텍을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했다. 당일 정규시장 중 특정 계좌에서 순매도한 수량이 전체 상장 주식 숫자 대비 2% 이상이었다는 이유로 지정 요건에 해당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라메디텍은 이날 개인 투자자의 단일 계좌에서 20만주의 순매도 물량이 나왔다. 이는 라메디텍의 상장 주식수(865만735주)의 2.3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18일 1일간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되니 투자에 주의하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상장 2일차인 라메디텍의 주가 급락에 개인 투자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네이버 종목토론실에는 이날 개장 직후 성토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투자자는 "작년 매출 29억 회사가 시가총액 1800억원대가 말이 되냐"며 "거품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이런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며 "대주주와 기관만 배가 터지고 늦게 산 개미는 속이 터진다"고 비판했다. 또한 "엄한 개미들 꼬드겨서 개미들의 시체만 쌓여가는 개미무덤이 되고 있다"고 한탄하는 투자자도 있었다.

[파이낸셜포스트 그래픽]
[파이낸셜포스트 그래픽]

투자자들의 지적처럼 라메디텍의 지난해 매출액은 29억원, 영업손실은 35억원이었다. 회사는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목표치를 각각 92억원, 10억원으로 제시하면서 흑자 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내기 종목 주가 부진의 핵심 요인으로는 '높은 공모가'가 꼽힌다. 앞서 라메디텍은 지난달 국내·외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최종 111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요예측 전체 참여 물량의 99.7%(가격 미제시 포함)가 밴드 상단인 1만2700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최종 공모가는 1만6000원으로 결정됐다. 

특히 지난달에도 상장 종목 중 5곳이 공모가를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해 책정했다. 이처럼 기업공개(IPO) 시장이 과열되면서 내재 가치에 비해 과하게 높은 몸값이 책정됐고, 이후 하락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관 투자자들도 비싼 가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수요예측에서 한 주라도 더 받기 위해 희망 밴드 상단을 넘기는 초과 베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증권사들이 상장 첫 날 '차익 실현을 노리고 높은 가격을 적어내고 있다'는 의심도 나온다. 이는 결국 늦게 참여한 투자자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최근 많은 투자자들의 주목 속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패션 디자인 플랫폼 하우스 기업 노브랜드도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만약 상장 다음 날 기록한 고점(6만7800원)에 진입한 투자자라면 18일 현재(2만8950) 1주당 4만원에 가까운 손실을 보고 있다. 라메디텍 역시 상장 직후 고점인 5만6000원에 진입한 투자자의 경우 1주당 3만3750원이라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최종석 라메디텍 대표이사. [라메디텍 제공]
최종석 라메디텍 대표이사. [라메디텍 제공]

높은 가격에 상장한 데 더해 불안정한 실적까지 맞물려 하방 압력이 커지기도 한다. 민테크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75억원, 2022년 71억원, 2023년 8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코칩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8% 급감한 42억원을 기록했다.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트윈 기업 이에이트의 경우 지난 2월 상장 당시 올해 매출액 16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1분기 매출액은 4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36억원에 달했다. 이에이트는 상장 당시에도 자본 잠식 상태여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에이트는 "상장 수수료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고 B2G(기업 대 정부 간 거래) 특성상 매출이 하반기로 몰린다"고 해명했지만, 17일 현재 주가는 1만5900으로 공모가(2만원)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라메디텍은 초소형 레이저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용·의료기기 전문업체다. 2012년 설립 이후 초소형 고출력 레이저 기술 기반 사업화에 성공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피부미용과 의료기기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라메디텍은 상장으로 조달된 자금을 병원용 데스크 레이저 채혈기, 채혈 및 혈당 측정기, 데스크형 복합 기능 피부 미용기기, 만성질환 관련 진단 시스템, 레이저 약물 전달 시스템의 연구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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