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디텍, 첫날 부진…오버행 우려와 높은 공모가가 '발목'?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라메디텍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김대영 한국IR협의회 부회장(왼쪽부터),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최종석 라메디텍 대표이사, 박성준 대신증권 전무이사,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17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라메디텍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김대영 한국IR협의회 부회장(왼쪽부터),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최종석 라메디텍 대표이사, 박성준 대신증권 전무이사,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소형 레이저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용·의료기기 업체 라메디텍이 야심차게 코스닥 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르 첫날을 마무리 지었다. 당초 청약 증거금으로 약 5조5000억원을 끌어모으며 '따따블(공모가 대비 400% 상승)' 기대감을 높였으나 막상 본 무대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17일 코스닥 시장에 따르면 라메디텍은 공모가(1만6000원) 대비 8550(53.44%) 오른 2만4550에 거래를 마쳤다. 라메디텍은 이날 개장 직후에는 250%까지 급등하며 5만6000원에 거래되기도 했으나 이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앞서 라메디텍은 지난달 국내·외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최종 111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요예측 전체 참여 물량의 99.7%(가격 미제시 포함)가 밴드 상단인 1만2700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최종 공모가는 1만6000원으로 결정됐다. 이어서 진행된 일반 청약에서도 2140.38대 1을 기록했다. 비례 경쟁률은 4281대 1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주당 최대 차익은 3만원에 그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1만원에도 못 미치는 차익으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줬다.

최종석 라메디텍 대표이사. [라메디텍 제공]
최종석 라메디텍 대표이사. [라메디텍 제공]

세간의 주목을 끈 기대주의 첫날 부진과 함께 올 들어 다수의 공모주가 상장 첫날 급등한 이후 급락을 이어가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기업공개(IPO) 시장이 자칫 과열 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증시에 입성한 우진엔텍, HB인베스트먼트, 현대힘스, 포스뱅크, 이닉스, 스튜디오삼익, 케이웨더, 이에이트, 코셈의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은 135.92%로 집계됐다. 이들 중 첫날 가격제한폭(300%)까지 뛴 곳은 우진엔텍과 현대힘스 2곳에 불과하다.

또한 상장 이튿날부터 최근까지 ‘플러스’ 성과를 유지하고 있는 곳을 살펴보면 우진엔텍과 포스뱅크 2곳뿐이다. 이들 중 HB인베스트먼트는 상장 첫날 97.06% 급등했지만, 17일 현재 주가는 2585원으로 공모가(3400원)를 한참 밑돌고 있다. 지난달 코스닥에 입성한 아이씨티케이도 상장 첫날 반짝했던 주가가 연일 내림세를 보이며 공모가(2만원)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인 1만1620원에 머물고 있다.

실적 부진이 더해지며 주가 하락이 가속화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이닉스, 케이웨더, 이에이트 등이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 기반 디지털트윈 기업 이에이트의 경우 지난 2월 상장 당시 올해 매출액 16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1분기 매출액은 4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36억원에 달했다. 이에이트는 상장 당시에도 자본 잠식 상태여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에이트는 "상장 수수료로 인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고 B2G(기업 대 정부 간 거래) 특성상 매출이 하반기로 몰린다"고 해명했지만, 17일 현재 주가는 1만5900으로 공모가(2만원)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IPO 시장 과열되자 공모가는 부풀리기?

이 같은 시장의 흐름에 '공모가 뻥튀기' 지적까지 나온다. 올해 상장된 기업 10곳의 공모가가 모두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고, 기관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높은 공모가를 적어내 한 주라도 더 받아낸 뒤 상장 당일 '엑시트(Exit)'하는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연말 산타랠리로 증시가 살아나면서 공모가를 높이기 쉬운 구조가 됐다"며 "창업자와 재무적 투자자들의 구주 매출에 대한 인식도 예전보다 개선돼 투자자들이 잇달아 지분 매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올해 상장한 10개 기업의 공모는 희망밴드 상단보다 높게 결정됐다. 가장 많이 올린 곳은 2차전지 관련 기업 이닉스(27%, 삼성증권)다. 이밖에 에이피알(25%), HB인베스트먼트(21%), 케이웨더(21%), 포스뱅크(20%) 등도 공모가 대비 20% 이상 높여 상장했다.

공모가는 IPO 주관사가 제시한 희망밴드를 토대로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을 받은 뒤 최종 확정된다. 공모가가 너무 높게 설정되면 공모주 투자자의 기대 수익률이 떨어지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가 작아져 적정한 공모가를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IPO 시장이 과열되면서, 증권사들이 상장 첫 날 '차익 실현을 노리고 높은 가격을 적어내고 있다'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내부에서 25년 만에 외부로 이전한 소와 곰상. [한국거래소 제공]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 내부에서 25년 만에 외부로 이전한 소와 곰상. [한국거래소 제공]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요예측에 참여한 증권사들의 의무보유확약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의무보유확약이란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보유할 것을 약속하는 조건을 말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기관 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평균 26.4%다. 반면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케이웨더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3.9%, 이에이트는 단 2.35%에 그쳤다.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낮을수록 상장 첫 날 즉시 매도에 나서기 쉽다는 의미다.

이날 상장한 라메디텍의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12.66%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결국 라메디텍의 주가가 향후 견조한 흐름을 보이려면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를 극복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라메디텍은 초소형 레이저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용·의료기기 전문업체다. 2012년 설립 이후 초소형 고출력 레이저 기술 기반 사업화에 성공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피부미용과 의료기기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라메디텍은 상장으로 조달된 자금을 병원용 데스크 레이저 채혈기, 채혈 및 혈당 측정기, 데스크형 복합 기능 피부 미용기기, 만성질환 관련 진단 시스템, 레이저 약물 전달 시스템의 연구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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