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곤 변호사 SNS 글 올리며 하이브 비판
"하이브 측 '배임' 주장 이해 안 돼…어도어 경영 독립 시도 유죄 아냐"

민희진 어도어 대표. [tvN 유퀴즈온더블럭 갈무리]
민희진 어도어 대표. [tvN 유퀴즈온더블럭 갈무리]

글로벌 아이돌그룹 '뉴진스'를 배출한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를 하이브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지난 25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한 가운데,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왔다.

28일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사법연수원 29기)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하이브 측 주장에서 (민 대표가) 배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변호사는 "경영권 찬탈은 법적으로 의미 없는 주장"이라며 "어도어의 경영자는 법적으로 민희진이고, 민희진이 하이브의 경영권을 가지려고 했나"고 반문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민 대표가 어도어의 경영권 독립을 시도하려 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 변호사는 "투자자를 데려와 주식 지분을 늘리려 했다는 주장도 실행 여부를 떠나 그게 왜 배임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적대적 인수·합병(M&A)도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데. 투자받으면 회사에 손해가 생기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주장 자체에서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논의가 의미가 있는데 아직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하이브나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배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 [하이브 제공]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 [하이브 제공]

특히 하이브나 방시혁 하이브 대표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모회사이고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계열사는 주주 구성도 다르고 독립된 별개 법인"이라며 "한 계열사의 영업 비밀과 노하우를 모회사가 마음대로 가져가 다른 계열사에 심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경영권 탈취 의혹이 일자 민 대표는 하이브 자회사 빌리프랩이 지난달 내놓은 그룹 아일릿이 뉴진스 콘셉트를 도용한 것이 갈등의 시발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한 번 더 글을 올려 "지금까지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하이브가 민 대표 경영권 탈취 시도 증거라며 공개한 민 대표와 경영진 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배임의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해당 대화에는 한 경영진이 어도어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을 제시하자 민 대표가 "대박"이라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이 변호사는 "'대박'이라고 하면 승낙인가"라며 "그럼 방 대표 카카오톡은 에스파 폭행 사주 혐의의 결정적 증거인 것인지, 나는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민 대표가 25일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방 대표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중 방 대표가 "에스파 밟으실 수 있죠?"라고 한 대목을 비유적으로 직격한 것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하이브 제공]
방시혁 하이브 의장. [하이브 제공]

이 변호사는 "(민 대표가 경영진과 나눈) 카카오톡 자료가 가장 결정적인 증거라면 하이브는 망했다고 봐야 한다"며 "배임 음모를 회사 회의록, 업무 일지에 기재했다는 게 말이 되나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2일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A씨 등에 대한 감사에 돌입했다. 민 대표 등이 본사인 하이브로부터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증거 수집에 나선 것이다. 감사팀 소속 인력은 어도어 경영진 업무 구역을 찾아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했고, 대면 진술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25일 하이브는 서울 용산경찰서에 민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민 대표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 반박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주장한 경영권 탈취 계획은 사담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해명하며 앞뒤 정황이 담긴 카톡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경영권 찬탈을 의도한 적도 없고 기획한 적도 없고 실행한 적도 없다”며 “직장생활 하다가 푸념한 게 다인데, 부대표와 제 캐릭터 모르면 진지한 대화인지 웃기는 대화인지 감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경영권 탈취 의혹에 대해선 “그냥 노는 이야기를 진지병 환자처럼 ‘사우디 국부 펀드’ 운운하며 (하이브가) 이야기했다”며 “이 아저씨들, 미안하지만 ‘X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온갖 카톡을 야비하게 캡처했다”고도 호소했다.

어도어는 민 대표가 지난 2021년 설립한 산하 레이블로 하이브의 지분율이 80%다. 나머지 20%는 민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다. 민 대표 최근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어도어 지분 18%를 11억원가량에 매입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지난해 매출액 1102억원, 영업이익 335억원, 당기 순이익 265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들. [어도어 제공]
글로벌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들. [어도어 제공]

민희진 대표는 지난 2002년 SM엔터테인먼트에 공채로 입사해 2018년까지 재직했다. SM엔터테인먼트 재직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다수 아티스트들의 실험적인 콘셉트를 만들어내면서 입지를 다졌다.

민 대표는 소녀시대, f(x), 레드벨벳, 엑소, 샤이니 등 SM 소속 톱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총괄하면서 실험적 콘셉트를 주도했다. '걸그룹의 정석'이라 불리는 소녀시대가 데뷔하기 전부터 앨범의 비주얼과 그룹의 방향성에 대해 당시 이수만 SM 대표에게 브리핑을 했고, 디자인과 의상에도 개입하면서 그룹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대한민국에 컬러 스키니진을 유행시킨 소녀시대의 노래 'Gee'의 콘셉트, 대중적으로 히트한 노래인 '소원을 말해봐'의 제복 콘셉트 역시 민 대표의 작품이다.

이후 2019년 하이브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CBO)로 자리를 옮긴 민 대표는 2021년부터 어도어의 대표로서 아티스트 발굴부터 육성, 프로듀싱, 디자인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지적재산권(IP)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여기서 뉴진스가 탄생했다. 데뷔 전부터 '민희진 걸그룹'으로 회자되며 기대감을 모아 온 뉴진스는 2019년 플러스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멤버들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민 대표가 발탁, 트레이닝, 콘셉트 설정, 데뷔까지 모든 과정 전반을 이끌었다. 뉴진스는 '매일 입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청바지)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이름을 입증하듯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모두 기록을 세우며 K팝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들. [어도어 제공]
글로벌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들. [어도어 제공]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 속에서도 뉴진스의 신곡 ‘버블검’은 공개 이틀 만인 28일 오전 조회수 1000만회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27일 자정 유튜브에 공개된 버블검 뮤직비디오는 28일 오전 조회수 1000만회를 넘겼다. 공개된 지 33시간30분 만이다. 중복으로 클릭할 수 없는 ‘좋아요’만 90만회에 달하고, 댓글도 6만4000개를 넘겼다. 

민 대표는 2002년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가 발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영향을 미친 여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초 한 국내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쉽게 ‘하이브 자본’을 외치는데, 개인적으로는 동의가 안되는 표현"이라며 "투자금이 결정되어 투자가 성사된 이후의 실제 세부 레이블 경영 전략은 하이브와 무관한 레이블의 독자 재량이기도 하거니와 난 당시 하이브 외에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 제안을 받았었기 때문"이라고 말해 하이브와의 불화설과 독립설이 제기된 바 있다. 그는 “당시 내게는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었고, 투자처가 어디든 ‘창작의 독립’, ‘무간섭’의 조항은 1순위 였을 것이라 사실 꼭 하이브여야 할 이유도 없었다"고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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