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감사팀, 어도어 전산 자산 회수
내분 조짐에 주가 8%대 급락세

글로벌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들. [어도어 제공]
글로벌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들. [어도어 제공]

대한민국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K팝 간판 아이돌그룹 뉴진스가 소속돼 있는 산하 레이블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감사에 전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 등이 본사인 하이브로부터 독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증거 수집에 나선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이날 오전 민희진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A씨 등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팀 소속 인력은 어도어 경영진 업무 구역을 찾아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했고, 대면 진술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어도어는 민 대표가 지난 2021년 설립한 산하 레이블로 하이브의 지분율이 80%다. 나머지 20%는 민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다. 민 대표 최근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어도어 지분 18%를 11억원가량에 매입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하이브는 A씨 등이 경영권을 손에 넣어 독자 행보를 시도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확보한 전산 자산 등을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필요시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 [하이브 제공]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 [하이브 제공]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하이브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하이브는 이날 오후 2시 3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2만원(-8.68%) 떨어진 21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는 지난해 매출액 1102억원, 영업이익 335억원, 당기 순이익 265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민희진 대표는 지난 2002년 SM엔터테인먼트에 공채로 입사해 2018년까지 재직했다. SM엔터테인먼트 재직 당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다수 아티스트들의 실험적인 콘셉트를 만들어내면서 입지를 다졌다.

하이브 용산 신사옥. [하이브 제공]
하이브 용산 신사옥. [하이브 제공]

민 대표는 소녀시대, f(x), 레드벨벳, 엑소, 샤이니 등 SM 소속 톱 아티스트들의 앨범을 총괄하면서 실험적 콘셉트를 주도했다. '걸그룹의 정석'이라 불리는 소녀시대가 데뷔하기 전부터 앨범의 비주얼과 그룹의 방향성에 대해 당시 이수만 SM 대표에게 브리핑을 했고, 디자인과 의상에도 개입하면서 그룹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대한민국에 컬러 스키니진을 유행시킨 소녀시대의 노래 'Gee'의 콘셉트, 대중적으로 히트한 노래인 '소원을 말해봐'의 제복 콘셉트 역시 민 대표의 작품이다.

이후 2019년 하이브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CBO)로 자리를 옮긴 민 대표는 2021년부터 어도어의 대표로서 아티스트 발굴부터 육성, 프로듀싱, 디자인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지적재산권(IP)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글로벌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들. [어도어 제공]
글로벌 아이돌그룹 뉴진스 멤버들. [어도어 제공]

여기서 뉴진스가 탄생했다. 데뷔 전부터 '민희진 걸그룹'으로 회자되며 기대감을 모아 온 뉴진스는 2019년 플러스 글로벌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멤버들을 중심으로 기획됐다. 민 대표가 발탁, 트레이닝, 콘셉트 설정, 데뷔까지 모든 과정 전반을 이끌었다. 뉴진스는 '매일 입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청바지)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이름을 입증하듯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모두 기록을 세우며 K팝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민 대표는 2002년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가 발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영향을 미친 여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뉴진스는 다음 달 컴백을 앞두고 있다.

민 대표는 지난해 초 한 국내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쉽게 ‘하이브 자본’을 외치는데, 개인적으로는 동의가 안되는 표현"이라며 "투자금이 결정되어 투자가 성사된 이후의 실제 세부 레이블 경영 전략은 하이브와 무관한 레이블의 독자 재량이기도 하거니와 난 당시 하이브 외에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 제안을 받았었기 때문"이라고 말해 하이브와의 불화설과 독립설이 제기된 바 있다. 그는 “당시 내게는 다양한 선택지들이 있었고, 투자처가 어디든 ‘창작의 독립’, ‘무간섭’의 조항은 1순위 였을 것이라 사실 꼭 하이브여야 할 이유도 없었다"고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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