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7만7600원에 거래 마감
하락장 속 외국인 2.9조 '줍줍'
증권가,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 전망 유지…"11만원 간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작업자가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작업자가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이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10만전자' 기대감을 키웠던 삼성전자가 최근 연이어 주가가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가가 재차 8만원대 밑으로 떨어졌지만, 증권가는 지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이어 빨라지는 실적 개선세가 상승 흐름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000원(2.51%) 떨어진 7만7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7일(현지시간) ASML의 어닝 쇼크(실적 충격)에 이어 전날 TSMC의 연간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밸류체인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8일 TSMC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전년 대비 20%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이달 초 대만 지진 이후 일부 웨이퍼를 폐기해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TSMC(-4.9%), 마이크론(-3.78%), 브로드컴(-1.84%), ASML(-2.05%) 등이 일제히 내리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66% 하락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TSMC의 컨퍼런스콜 이후 미국 반도체 관련 종목군의 약세가 뚜렷했고, 한국 증시에서도 관련 종목군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3월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의 긍정적 전망과 엔비디아에 제품 공급 가능성이 점쳐지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8일에는 8만6000원까지 뛰어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LPDDR5X.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LPDDR5X. [삼성전자 제공]

'도로 7만전자'로 복귀하자 개인투자자들은 울상이다. 투자자 커뮤니티에서 "더 떨어질 것 같아서 다 털었다", "8만6000원일 때 팔았어야 하는데 후회된다", "뒤통수를 맞은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최근 하락장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순매수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8만전자가 깨지는 와중에도 삼성전자를 향해 굳건한 신뢰를 보낸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8일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9712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우(2347억원)는 순매수 4위였다. 외국인은 현대차 3470억원, 금양 2379억원, HD현대일렉트릭 1614억원, 현대로템 1491억원, 삼성중공업 1037억원 등도 사들였다. 반면 LG화학(2883억원)과 한미반도체(2712억원), SK하이닉스(1905억원), LG에너지솔루션(1239억원) 등은 순매도했다.

증권가의 장밋빛 전망은 이어지고 있다. 10만전자를 넘어 11만전자를 달성할 것이라는 목표주가 상향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김동원 KB증권 연구원 삼성전자에 관해 "전 세계서 가장 싼 AI 주식"이라고 표현하며 목표주가 11만원을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엔비디아 HBM3 대량 양산을 통해 공급이 이미 개시됐고, 공정과 수율이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2분기 중 HBM3E 12단 최종 인증 가능성이 클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엔비디아가 테스트하고 있는 5세대 HBM인 HBM3E 8단과 12단 제품에 대한 승인 여부가 추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최근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의 추가 투자와 관련해 “삼성의 중요한 투자를 축하하며 미 상무부의 지원에 박수를 보낸다”며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과 함께 삼성과 오랜 파트너십을 지속하게 돼 기쁘다”고 밝히며 시장에서는 테스트 통과가 임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엔비디아 제공]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엔비디아 제공]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향으로 HBM 3e 공급이 가능해진다면, 역사적 주가순자산비율(PBR) 밴드 상단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주가는 12만원을 시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기인한 강달러와 고유가 상황도 삼성전자에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 공습에 의한 지정학 우려가 작용하며 강달러, 고유가 등 증시에 부담을 주는 대외 여건이 조성됐지만, 달러 강세에서 유리한 수출주는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강달러·고유가에도 볕 들 종목'으로 삼성전자를 꼽기도 했다.

반면,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사업부의 실적이 2년 연속 경쟁업체들을 웃도는 실적을 거뒀음에도 올해 상반기 기고효과와 셀아웃 수요 저조에 따라 분기 역성장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메모리 수요의 양극화 지속, 하이엔드 스마트폰 회복 지연, 최선단 공정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 개선 지연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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