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사고·지배구조·CEO선임절차 등 타깃
금융지주, 중앙회 입김에 '좌지우지' 우려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사옥 전경. [농협중앙회 제공]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사옥 전경. [농협중앙회 제공]

금융감독원이 NH농협금융지주, NH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 농협금융지주와 계열사들에 대한 고강도 검사에 돌입한다. 최근 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배임 사고부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잡음, 그리고 농협중앙회(중앙회장 강호동)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문제까지 전반적인 이슈에 관해 고강도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 검사를 시작한다. 또한 오는 8일에는 NH투자증권에 대한 정기 검사에 돌입한다. 

앞서 농협은행은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업무상 배임으로 109억4700만원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이 사고로 경찰에 넘겨진 A씨는 지방의 농협은행 영업점에서 109억원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면서 일부 중소기업 대출의 담보가 되는 부동산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려 취급했다. 

A씨는 부동산 매매계약서상의 거래 금액을 실제 부동산 거래 금액보다 총 약 12억6000만원 상당 과다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담보가 되는 부동산의 가치가 높게 책정되면서 차주가 대출받는 금액이 109억원 상당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제3의 인물의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A씨가 은행의 자금을 직접 횡령한 것이 아니라, 실제보다 대출액을 부풀려 차주에게 이득을 줌으로써 은행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이기 때문이다. 농협은행도 전날 공시를 통해 금융사고 내용을 횡령이 아닌 업무상 배임임을 명확히 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A씨의 행위가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했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에서 배임 사고 등 금융사고가 지속해 발생하는 데 대한 검사를 농협금융지주까지 확대해 내부 통제 이슈, 지배구조 등 문제까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출자한 단일주주로서 역할을 적절히 했는지까지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2012년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이후 NH농협금융이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했지만, 여전히 농협중앙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융지주나 은행이 중앙회에 내는 브랜드 사용료, 출연기금 등의 적정성 여부도 검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NH투자증권에 대한 정기검사도 예정보다 앞당겨 8일부터 착수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 정기검사에서는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정영채 대표 후임 CEO 선임 절차가 적절하게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은 앞서 이달 5일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소집하고 윤병운 NH투자증권 부사장과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 등을 차기 사장 후보로 숏리스트를 확정했다. 오는 11일 임추위를 추가로 열어 숏리스트 중 한 명을 추린 뒤, 같은 날 정기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 1명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성이나 업력에 대한 고려 외에 중앙회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도 금감원이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7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7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공]

이밖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적절히 관리되고 있는지, 파두 등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산정이 적절했는지 등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편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금감원은 3월 중순까지 국내 8개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DGB·JB)에서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 로드맵'을 제출받을 예정이다.

한편, 농협중앙회는 강호동 신임 회장이 7일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지난 1월 25일 열린 선거에서 제25대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농협중앙회는 신임 회장 취임식과 비전선포식을 오는 11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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