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우리銀 현지법인 인가·점포 개점..."네트워크·규모의 경제 효과 필요"
경제 불확실성 속 수익성 방어 전략…"나라별 맞춤형 진출 전략 수립해야"
![은행권이 둔화된 경제성장률 속 수익성 방어를 위한 글로벌 진출에 나서고 있다. [사진=언스플래쉬]](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8819_278516_917.jpg)
은행권이 해외 현지에 점포를 개설하거나 해외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거점 확보 전략에 한창이다. 불투명한 경제 성장 전망에 따라 수익성을 다변화하고 높이기 위해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현지시간 19일 기준 한국계 은행 최초로 폴란드 금융감독청(KNF)으로부터 폴란드법인 영업인가를 취득했다. 지난 2023년 5월 브로츠와프 사무소를 설립해 폴란드에 진출한 이후 약 2년 6개월만이다.
기업은행 폴란드법인은 폴란드뿐 아니라 유럽의 주요 생산 기지인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 진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EU 총괄 법인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IBK 유럽벨트 구축의 핵심 거점인 셈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인가 취득을 통해 방산, 에너지 분야 등 양국 경제협력에도 적극적으로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또 폴란드에 진출한 국내 기업은 물론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도 금융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은행도 같은 날 미국 현지법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의 텍사스주 오스틴지점 개점 행사를 전개했다. 우리은행은 텍사스주 오스틴이 IT·테크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테슬라, 오라클, 애플 등 대형 글로벌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계 기업의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아메리카은행은 1984년 미국에 첫 진출한 이후 뉴욕, 뉴저지 등 동부지역을 기반으로 캘리포니아, 조지아, 텍사스 등 주요 지역으로 영업을 확장, 현재 22개 지점과 4개 대출사무소(LPO) 등 총 26개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권이 이처럼 해외 법인 진출에 힘쓰는 이유는 국내 시장 성장 한계로 인한 수익구조 정체 현상을 들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대출 규제 강화로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한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26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에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은행권 수익선 개산 방안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오는 2026년 금리 하락세와 예금보험한도 상향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해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은 업무확대를 통해 성장성·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장은 "국내은행 해외진출 전체 규모는 차츰 커지고 있으나, 개별적으로 보면 아직 대형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네트워크 및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해외진출 투자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MUFG 등 일본계 은행의 아세안 진출이다. MUFG는 2013년부터 베트남,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차례로 진출했으며, 현지에 이미 존재하는 은행의 상당한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빠르게 소매시장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이에 MUFG의 아시아 지역 이익 규모는 지난해 기준 전체 이익의 22%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국내 이자이익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해외법인 실적이 은행별 성장 전략의 핵심 지표가 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각 은행의 해외 사업 모델·지역 포트폴리오·리스크 전략 등의 차이가 전체 실적 차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IBK기업은행의 미얀마법인 IBK미얀마은행은 올해 3분기 전년과 동일한 32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중국유한법인(181억원, -22%)과 인도네시아은행(135억원, -4.6%)은 같은 기간 순익이 떨어졌다. 기업은행이 폴란드라는 새로운 해외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글로벌 순익 제고를 위함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도 지역 편차가 크다. 텍사스주 오스틴지점을 개점한 우리아메리카은행의 3Q 누적 순익은 365억6300만원이다. 1년 사이 순익이 111억3200만원(43.7%) 늘었다. 반면 인도네시아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은 529억31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 6월 발생한 1000억원대 금융사기 사건으로 대손충당금이 대거 반영됐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해외법인 수익은 나라별 경제상황과 규제 현황, 환율에도 영향을 받는 만큼 변동성이 크다"며 "이에 따라 해당 국가에 최적화된 해외 진출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