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3세 경영 본격화
신동원 회장 장남, 경영 승계 1순위
사원에서 부사장까지 6년 만에 초고속 승진
누나 신수정 상무는 변동 無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 전무. [농심 제공]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 전무. [농심 제공]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신상열 씨(32세)가 미래사업실장 전무 승진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농심 입사 6년여 만의 일로 사원에서 부사장까지 초고속 승진 코스를 밟으며 3세 경영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초고속 승진에 따른 조직 내 위화감 확산과 경영 스킬 미숙·위기 대응 역량 부족으로 향후 그룹 운영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21일 농심에 따르면 신상열 전무는 내년 1월 1일부로 부사장으로 승진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농심이 미래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승계 작업이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신 전무는 1993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산업공학과를 전공했다. 이후 외국계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다 2019년 3월 농심 경영기획실 사원으로 입사했다. 신 전무는 2021년 말 농심 구매실장에 오르면서 그룹 내 첫 20대 임원으로 상무를 달았다. 당시 신 전무는 농심의 주력 사업이자 라면의 주원료인 소맥분과 팜유 등 원자재 가격을 방어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전무는 지난해 전무로 승진하면서 그룹 내 신설 조직인 미래사업실을 이끌었다. 미래사업실은 농심의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전략, 투자·인수합병(M&A) 등 미래 방향을 총괄해 설계한다. 농심이 추진하는 대표 신사업으로는 스마트팜과 건강기능식품 등이 있다.

신동원 농심 회장. [농심 제공]
신동원 농심 회장. [농심 제공]

스마트팜 사업은 농업이 취약한 중동권을 겨냥한 것으로 한국산 농작물을 현지에서 재배하도록 돕는다. 농심은 이러한 스마트팜을 오만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에 수출했다. 농심은 또 지난 2020년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이필'을 론칭했다. 농심은 관절용 건기식 제품인 '관절에쎈크릴'의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시장을 다지고 있다. 

특히 현재 농심은 '비전2030'을 통해 매출 7조 3000억원, 영업이익률 10%, 해외 매출 비중 61% 달성을 목표로 사업 체질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라면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스낵을 제2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미국·중국·일본을 넘어 멕시코·브라질·인도·영국 등 7대 글로벌 핵심 국가를 중심으로 투자·M&A·전략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확장 전략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이 신 부사장이 이끄는 미래사업실이다. 신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농심 미래사업실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농심의 스마트팜 사업이나 신사업 발판을 위한 M&A 가능성 등도 제기된다.

신 전무는 현재 농심그룹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 승계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신 회장의 장녀이자 신 전무의 누나인 신수정 상무는 이번 인사에서 변동 없이 상품마케팅실장을 그대로 맡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오너가의 내부 초고속 승진 때는 조직 내 위화감 확산이 불가피하다"며 "경영 스킬이 미숙하고 위기 대응 역량이 부족할 경우에는 회사에 큰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내부 위화감 해소와 기존 직원들과의 융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농심은 조용철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조 사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조 사장은 1987년 삼성물산으로 입사해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마케팅실과 동남아 총괄 마케팅 팀장 및 태국 법인장을 거쳤다. 2019년 농심 마케팅부문장 전무로 입사해 2022년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올해 영업부문장에 위촉되며 농심의 국내외 영업을 총괄해 왔다.

수십년 간 농심 경영을 맡아온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 사장과 박준 농심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 역할을 할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현장 감각을 보유한 글로벌 전문가를 대표이사로 선임해 급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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