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 발표 앞두고 '기대감 vs 위기감' 팽팽
고개 드는 'AI 거품론'
구글 CEO "비이성적 투자 있다"
월가·국내 전문가 "거품 논하기 이르다"
"엔비디아, 3분기 사상 최고치 '어닝 서프라이즈'" 예상
'최근 주가 하락'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전망도 낙관적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시내 한 치킨집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8511_277861_3420.jpg)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칩 개발·제조 기업 엔비디아가 19일(현지시간) 발표하는 3분기 실적에 전 세계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뉴욕 증시에서 이른바 'AI 수혜주'들이 흔들리면서 AI 투자 거품 논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발표가 증시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AI 버블 논란이 재점화하며 미국 증시와 한국 증시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24.11포인트(0.61%) 하락한 3929.51에 장을 마감했다. 투자 주체별로는 기관과 개인이 각각 6255억원, 4491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1조511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1.33%)와 SK하이닉스(-1.4%)도 엔비디아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감에 약세로 마감했다. 전력기기주인 HD현대일렉트릭(-3.57%)과 효성중공업(-2.84%)도 AI 거품 우려에 하락했다.
엔비디아가 발표하는 이번 실적에 따라 자사 주가는 물론 글로벌 정보기술(IT) 관련주들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4조6000억 달러(약 6700조원)로 이미 옵션 가격에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과 경계심이 동시에 녹아든 상황이다
엔비디아에 쏠리는 관심은 최근 글로벌 증시를 강타하고 있는 AI 거품론의 향배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글로벌 AI 산업은 초기 투자가 급증한 반면, 수익 창출은 저조하다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엔비디아는 AI 산업 수요를 나타내는 AI 가속기를 생산하는 기업이어서 이번 분기 실적이 더 주목받는다. AI 가속기는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필요한 반도체로 엔비디아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이번 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블랙웰' 시리즈가 본격 생산에 나섰고, 전 세계에서 빅테크(기술 대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제품 수요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들 역시 26만장의 GPU 구매를 예약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비저블 알파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3분기 매출은 554억 달러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60%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프리스와 웨드부시 분석가들은 엔비디아가 분기 실적 시장 전망치를 웃돌고 연간 가이던스까지 상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실제 시장의 이면 기대치는 더 높을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올해와 내년 5000억 달러 규모 AI(인공지능) 칩 주문이 확보됐다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내비쳤다.
![HBM 이미지 [테크인사이츠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8511_277864_3631.png)
국내 증권 전문가들도 AI 버블을 논하기 이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조정이 강세장 속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조정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설비 투자 여력, S&P500 기업의 양호한 이익 흐름, 안정적인 부채 구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완화적 기조, 신용 스프레드 안정 등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펀더멘털은 과거 IT 버블 상황과 확연히 다른 구도"라며 "미국 정부가 역사상 가장 긴 셧다운을 마치고 정상 운영에 들어선 점도 불확실성 완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아직 AI 버블을 논하기엔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이어 "엔비디아 실적 발표는 AI 설비 투자 우려를 완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신중론도 존재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투자 주기를 거치면서 우리가 과하게 쏘는(overshoot) 순간들이 있다"며 "인터넷 산업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분명히 과도한 투자가 많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AI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같은 순간을 지나면서 이성적인 부분과 비이성적인 요소가 모두 있다"고 덧붙였다.
구글이 AI 거품 붕괴 시 타격을 면할 것인지 질문에 피차이 CEO는 "우리를 포함해 면역이 있을 회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AI 자체에 대해서는 인류가 발전시켜 온 '가장 심오한 기술'이라며 "사회적 혼란을 이겨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로이터 통신은 "엔비디아의 실적이 시장의 높은 눈높이를 조금이라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기술주 전반에 걸친 매도세가 촉발될 수 있다"며 "반대로 강력한 펀더멘털을 증명한다면 최근 주춤했던 증시에 다시 불을 지피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증권가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KB증권은 이날 발간한 삼성전자 보고서에서 4년만에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며 목표 주가 15만원을 유지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시행한 감산, 고대역폭 메모리(HBM) 중심 생산능력 확대, 공정 전환만을 통한 보수적인 범용 DRAM(디램) CAPA(생산능력) 증설 등으로 4분기 DRAM 수급은 심각한 불일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147% 늘어난 16조원으로 2021년 3분기(15조 8000억원) 이후 4년만에 최대 실적 달성이 기대된다"고 했다.
또한 키움증권은 내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을 80조원으로 예상하고 목표 주가를 65만원에서 73만원으로 상향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86% 상승한 80조원으로 예상한다"며 "SK하이닉스 DRAM 내 범용 제품 영업이익 비중이 지난 3분기 50% 수준에서 내년 1분기 70% 수준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흑자전환한 NAND(낸드)도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