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3분기 수출액 8억8233만 달러… 전년比 14% 증가
코덱스 총회서 김 제품 세계 규격 전환 작업 승인
일본식 '노리'에서 한국식 'GIM'으로 국제 명칭 표준화 추진
![성경식품 '지도표 성경김' [성경식품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8167_277267_554.jpg)
'검은 반도체'로 불리는 김이 사상 첫 수출액 10억 달러 돌파를 앞둔 가운데, 세계 시장에서 '한국 김'의 위상을 확고히 할 국제 규격 제정 작업이 본격 시작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4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제48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총회에서 우리나라가 제안한 '김 제품의 세계 규격 전환을 위한 신규 작업 승인 요청' 안건이 승인됐다고 17일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김 수출액은 8억 8233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억 7366만 달러보다 약 14.0% 늘어난 수치다. 10년 전인 2015년 1~3분기 수출액(2억 2225만 달러)와 비교하면 네 배에 이르는 규모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9억 9700만 달러로 10억 달러 문턱을 아쉽게 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흐름이라면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해양수산부의 당초 10억 달러 돌파 목표 시점은 2027년이었으나, 예상보다 2년 앞당겨 실현될 전망이다.
김 수출 급증 배경에는 'K-푸드 열풍'이 있다. 3분기까지 국가별 수출액은 일본이 1억 8975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미국, 중국, 태국이 뒤를 이었다. 특히 대(對)중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4% 급증했고, 일본과 미국도 각각 18.4%, 14.2% 증가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글로벌 메가 히트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김밥을 먹는 장면이 매력적으로 나오는 등 김을 활용한 음식에 관심이 높아져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계 규격 제정은 한국 김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일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제 시장에서 김은 일본식 명칭인 '노리(Nori)'나 '시위드(Seaweed)'로 불리고 있다. 정부는 이를 'GIM'으로 표준화해 한국산 김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한돈'이나 '한우'처럼 K-김을 하나의 독립적 브랜드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규격으로 전환하는 김 제품은 마른김, 구운김, 조미김 3종류다. 해당 종류는 현재 아시아 지역 규격으로 등록돼 있으며 주원료인 원초 외에도 파래, 감태, 매생이 등 다양한 해조류를 원료로 사용하는 우리나라 김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광천김 자료 사진 [광천김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8167_277268_816.jpg)
안건을 승인한 CODEX는 식품의 국제 교역 촉진과 소비자의 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국제 통용되는 식품 기준·규격을 개발하는 세계식량농업기구(FAO)·세계보건기구(WHO) 합동 위원회다. 1962년 설립돼 현재 188개 회원국과 1개 회원 기구(EU)가 있다. 우리나라는 1971년 가입했다.
CODEX 세계 규격은 식품 분야의 유일한 국제 규격으로 김에 대한 품질, 위생, 표시, 시험법 등에 대한 국제적인 통일 기준이 마련되면 국제 교역에서 발생하는 분쟁 해결의 기준이 된다. 수입국의 개별적인 요구에 대응할 필요성이 감소해 김 수출업체의 애로 해소와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규격 제정은 일반적으로 8단계를 거친다. 다만 지역 규격을 세계 규격으로 전환할 때는 지역 규격이 세계 규격의 초안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번 총회 승인으로 1, 2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3단계가 진행된다. 이후 CODEX 사무국, 소관 분과·총회 심의를 거쳐 세계 규격으로 채택된다. 승인 이후 한국은 6~7년 동안 우리 김 성분의 안정성 등을 증명하고, 명칭 등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지역 규격을 세계 규격으로 전환한 사례로는 인삼 제품과 고추장이 있다. 인삼 제품은 2009년 지역 규격 채택 이후 2010년에 세계 규격 전환 작업을 시작, 2015년에 세계 규격이 제정됐다. 고추장은 2009년 지역 규격이 채택됐고, 2017년에 세계 규격 전환 작업을 추진해 2020년에 제정됐다. 우리나라가 등록한 세계 규격은 김치, 인삼 제품, 고추장 3종이다.
해양수산부는 국제적인 김 소비 및 교역 증가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0년 김 제품의 규격화를 최초 제안했다. 그 결과, 2017년 아시아 지역 규격 채택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유럽 등 해조류 소비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으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 규격의 세계 규격 전환을 추진해 왔다.
박승준 해양수산부 어촌양식정책관은 "김 제품의 세계 규격 전환 작업이 마무리되면, 수산물 중에서 우리나라가 주도해 제정하는 최초의 세계 규격이 되는 것"이라며 "김의 세계 규격 전환 작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한국식품연구원 등 전문 기관과 협력해 김 외에 우수한 우리 수산물의 추가 규격 제정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