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지원에서 30분 먼저 기다린 이재용
8개월 만의 재회로 미래 모빌리티 협력 논의
LG·효성까지 연쇄 면담한 칼레니우스
車 전장·첨단소재 글로벌 협업 판도 흔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프랑스 리옹 그루파마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폐회식에 참석, 메달 시상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7890_276758_4053.jpg)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만나 전장 부품을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전날 저녁 7시 17분쯤 차를 타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승지원에 도착했다. 이 회장은 벤츠 최상위 차량 모델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를 타고 약 30분 먼저 도착해 칼레니우스 회장을 맞을 준비를 했다.
이번 회동에는 최주선 삼성SDI 사장, 크리스티안 소보트카 하만 사장 등 전장 사업 관계사 경영진도 동석했다. 승지원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1987년 고 이병철 창업회장의 거처를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활용했던 공간으로, 현재는 이 회장이 국내외 주요 인사와 만날 때 사용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과 칼레니우스 회장이 만난 것은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CDF)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이 회장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전장을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판단하고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꾸준히 강화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삼성과 메르세데스-벤츠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장 등 기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동시에,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공조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프리미엄 자동차의 상징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최근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며 미래 모빌리티 혁신에 박차를 과하고 있어 배터리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SDI와의 협력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벤츠는 배터리 분야에서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2년간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들의 원인으로 중국산 배터리가 지목되고 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탈(脫)중국' 기조를 강하게 내세우면서 한국산 배터리를 통한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LG와 메르세데스-벤츠 최고 경영진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나 LG의 자동차 부품 사업 역량을 결집한 ‘원(One) LG’ 솔루션 협업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왼쪽부터 컬삿 카르탈 메르세데스-벤츠 R&D 코리아 센터장, 이다 볼프 기업본부 총괄, 마티아스 바이틀 CEO,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 조주완 LG전자 CEO, 정철동 LG디스플레이 CEO,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CEO, 문혁수 LG이노텍 CEO [LG전자 제공]](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7890_276759_4141.jpg)
2016년 삼성에 인수된 하만도 사업 기회를 넓히며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만은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핵심 전장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장은 배터리와 전장을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꾸준히 제시해왔다. 삼성은 2010년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2차전지를 '신수종(新樹種) 사업'으로 선정했고, 2016년 약 9조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하며 전장 사업 본격화를 선언했다. 2018년에는 전장 부품을 AI 등과 함께 '4대 성장사업'으로 선정했고, 지난해에는 전장사업팀을 '하만협력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한편, 칼레니우스 회장은 승지원 방문 직전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도 만났다. HS효성의 계열사 HS효성더클래스는 국내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사다.
조 부회장과 칼레니우스 회장은 한국 시장 내 유통 전략 강화는 물론 HS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타이어코드, 자동차 시트벨트용 원사, 에어백 원단 등 차량용 첨단 소재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과의 만남 전에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LG 계열사 사장단과 회동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문혁수 LG이노텍 대표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했다.
양측은 자동차 부품과 관련한 '원(One) LG' 솔루션을 기반으로 메르세데스-벤츠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LG는 내연기관차, 전기차, SDV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