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연초 애플페이 서비스 검토했지만 ‘관망 모드’ 전환
카드론 규제·스테이블코인 현안 집중에 우선순위 뒤로 밀려
![[사진=신한카드]](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7729_276469_1359.jpg)
올해가 두 달여 남았지만 애플페이를 운용하는 카드사는 여전히 현대카드 한 곳뿐이다. 신한카드 등 일부 카드사가 연초 서비스 시행을 검토하면서 소비자의 기대감이 높았으나 연말이 임박한 지금까지도 본격적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카드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이 당면한 실적 악화와 신사업 추진 과제에 집중하면서 애플페이 도입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름녀 올해 초 신한카드 애플페이 도입 여부가 금융권 초미의 관심사였다. 실제로 신한카드 ‘쏠페이’ 앱에서 애플페이 등록 화면이 유출된 데 이어, 신한금융지주는 4월 ‘아이페이’란 이름의 상표권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애플페이 이용 약관 승인을 받았고, 결제 기능 작동을 점검하는 필드 테스트(Field Test)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로 전해진다.
다만, 여전히 신한카드의 애플페이 도입 소식은 감감무소식이다. 신한카드에서는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여신전문업권 관계자는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해 (카드사마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이 없어 연내 출시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드업계는 애플페이 도입에 속도를 냈던, 그리고 가장 현실적으로 거론됐던 신한카드가 관망세로 돌아선 배경을 ‘사업 우선순위 변화’에서 찾는다.
장기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카드론 규제 완화와 스테이블코인 발급 허용 등의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6·27 가계대출 관리대책’을 통해 카드론을 신용대출 범위에 포함시켜, 연소득 이내로 대출 한도를 제한했다. 이 결과 카드론 잔액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9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하나·우리·비씨·롯데·현대·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1조8375억원으로, 8월 대비 6109억원(1.44%)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 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카드 등 6개 전업사의 3분기 합산 순이익은 5741억원으로 전년 동기(6567억원) 대비 12.6% 줄었다. 같은 기간 누적 순이익도 1조6893억원으로, 전년(2조190억원)보다 16% 감소했다. 카드론은 카드사의 주요 현금 창출원으로 꼽히는 만큼 규제 강화가 실적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사업 역시 난관에 부딪혔다. 올해 카드사들이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등록 등을 연달아 진행하면서 신사업 진출 의지를 보였다. 이어 8월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에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법적 명확성을 확보하기 위한 업무 계획안을 제출했으며 여신금융협회는 해당 계획안을 바탕으로 연말까지 여전법 개정 건의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은행이 코인을 발행하고 카드사는 유통만 담당하는' 구조를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 변동성이 낮아 법정통화와 1대1로 교환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화폐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와 달리 카드사나 전자지급결제대행(PG) 등의 중개 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가맹점이 직접 결제와 실시간 정산이 가능하다. 카드사들은 이 구조가 기존 카드결제 인프라를 우회하는 새로운 결제망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발행 권한이 은행에만 주어질 경우 카드결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결제망에 대한 통제권을 쥘 수 있다. 또 코인을 발급하면서 동일한 금액의 실제 현금을 담보자산으로 보유하는데 이를 운용하면서 이자 수익까지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꼽을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론 규제 완화와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검토를 금융당국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이 두가지 현안에 집중함으로써 다른 분야에 여력을 쏟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페이의 시장성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현대카드가 업계의 선발주자로서 고객을 유치한 만큼 후발주자가 수수료 부담을 안고 뛰어들기에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현대카드 내부에서조차 애플페이가 수익성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점도 실적 상승에 목이 마른 카드사로서는 주저하게 만드는 대목일 수밖에 없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애플페이를 운용하는 현대카드의 휴면카드 비중은 12.60%로, 9개 주요 카드사 중 네 번째로 낮다. 업계 최저인 신한카드(10.91%)와도 1.69%포인트(p) 차이에 불과하다. 또 전국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NFC 단말기 보급률도 낮다. 이에 애플페이 진입 초기라면 신규 고객을 확보하겠지만, 선제진입한 카드사가 있는 만큼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수료도 부담 요인이다. 현재 삼성페이는 카드사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지만, 애플페이는 건당 0.15%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삼성전자가 형평성 차원에서 향후 삼성페이에도 동일한 수수료를 적용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카드사로서는 ‘이중 수수료’ 부담이 우려되는 점도 애플페이 진입의 걸림돌 중 하나다.
한편 신한카드는 최근 신한은행이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약 20만명의 20대 남성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카드업계에서는 추가 고객 확충에 성공한 만큼 단기간 내 애플페이 도입에 적극 나설 이유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