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편의·보안 시스템·용어 정비 등 전방위 개선…생·손보사 고객 경험 혁신 잇따라

[사진=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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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이 고객중심 경영을 강화하며 약관 정비, 설명서 개선, 디지털 기반 편의 제고 등 고객 접점 전반의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또 비대면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보안 시스템 도입까지 확대하는 등 업계 전반에 소비자중심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금융위원회가 주관하고 보험개발원이 대행한 ‘제30차 보험약관 등 이해도 평가’에서 79.8점을 기록해 19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번 평가는 약관과 상품설명서를 실제 고객이 얼마나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작성했는지를 평가하는 제도로, 명확성·평이성·간결성 같은 정량 지표와 함께 소비자 친숙도 같은 정성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반영한다. 심사는 각 회사의 대표 연금·생사혼합보험을 선정해 진행되며, 약관·설명서 전반의 구조·표현 방식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KDB생명은 약관의 가독성과 고객 접근성 제고를 목표로 전문용어의 평이화, 시각자료의 적극적 활용, 설명서 구조의 간소화 등 실질적인 개선 노력을 꾸준히 전개해왔으며 이번 평가에서 'KDB연금보험'이 종합 79.8점으로 생보업계 1위를 기록, 노력을 인정받았다.

신한라이프는 고령층 고객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디지털 청구 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신설된 ‘시니어 간편톡 보험금 청구 서비스’는 카카오톡 기반으로 운영돼 앱 설치나 회원가입·로그인 절차 없이 상담 대화창 형태로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고객을 위해 인증 절차도 최소화했고, 청구 과정 전반에 안내형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적용해 어디에서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안내하도록 설계했다.

또 기존에는 ‘접수→심사→완료’만 표시되던 보험금 처리 단계가 ‘접수→보완→심사/조사→심사완료→처리완료’의 5단계 세분 구조로 개편돼 고객이 진행 상황을 더욱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신설된 ‘지급내역 통합조회’ 화면을 통해 최근 5년간의 보험금 수령 이력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어, 본인 청구 기록을 개별 건마다 찾아 확인해야 했던 번거로움도 크게 줄었다.

DB손해보험은 이달 초 ‘제49회 국가생산성대상’에서 서비스업 분야 최고상인 대통령표창을 수상하며 소비자 중심 경영 성과를 인정받았다. DB손보는 상품 개발·판매·보상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소비자 관점을 먼저 점검하는 체계를 확립하고, 불완전판매나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식별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 리스크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예방 중심의 소비자 보호 정책을 강화해 왔다.

특히 전사 핵심 경영성과지표(KPI)에 ‘소비자 만족도’를 포함해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소비자중심가치’를 반영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NH농협손해보험은 금융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비대면 이상거래 탐지시스템'을 도입했다.

비대면 이상거래 탐지시스템은 홈페이지, 모바일을 통한 보험약관대출, 환급금 지급 등 비대면 업무 처리 과정에서 거래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이상 징후가 탐지되면 거래를 사전에 차단해 금융사고를 예방한다.

농협손보는 고령 고객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해 ▲고액·해외 대출 시도 ▲원격제어 프로그램 사용 ▲악성코드 감염 등을 중점 모니터링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은행권 운영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손보업계 최초로 검증된 외부 솔루션을 자사 시스템과 연계해 이상거래 탐지의 정확성을 높였다.

이에 앞서 KB손해보험은 ‘KB손해보험 고객언어가이드’를 발간해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보험 용어를 쉬운 표현으로 정비하는 작업을 본격화했다. 이는 KB금융그룹의 'KB 고객언어가이드'를 기반으로 손해보험 분야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다. ▲목소리와 말투 ▲글쓰기 기본 원칙 ▲표기 규칙 ▲권장용어사전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보험상품 안내문, 고객 상담, 약관·서식, 홈페이지 및 앱 화면 등 다양한 고객 접점에서 고객이 어려움 없이 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이 상품은 65세 초과는 가입이 불가합니다’라는 표현은 ‘이 상품은 만 20세부터 만 65세까지 가입할 수 있습니다’와 같이 고객이 이해하기 쉽고 완곡한 표현으로 바꿨다. ‘환급금 청구 기간이 경과하여 지급이 불가합니다’ 같은 표현 역시 ‘환급금 청구 기간은 3년으로, 해당 건은 기간이 경과돼 지급이 어렵습니다’처럼 명확하게 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권장용어사전은 기존의 어려운 보험 용어를 고객 친화적인 표현으로 바꾸는 데 중점을 뒀다. 대표적으로 ‘배서’는 ‘변경’으로 바꾸고 ‘고지의무’는 ‘계약 전 알릴의무’로, ‘약관대출’은 ‘보험계약대출’로 변경해 고객의 이해도를 높였다. 

한편 금융당국도 최근 소비자보호 기조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취임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감독·검사의 최우선 원칙으로 제시하며 상품 설계부터 판매·유통까지 사전 예방 중심의 체계를 주문하고 있다. 금감원은 소비자보호 총괄본부 신설, 소비자보호 TF 운영 등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며, 보험상품 설명서 개선과 불완전판매 구조 해소 등 제도 정비에도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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