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보험과 증권 인수로 3분기 실적 등에서 톡톡히 재미
보험사 역할론 본격화될 때까지 스무딩 오퍼레이션 할 필요 남아
포스트 임종룡 대항마, 체급 약하고 저마다 약점 있어 가능성 낮아

쉽지 않았던 내부 통제와 융합의 길을 닦았다. 그리고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소 규모면에서는 아쉽지만 증권사를 인수하고, 전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이라는 높은 파도에도 좌초하지 않고 보험사도 품에 안으면서 우리금융그룹의 비금융 강화 포트폴리오도 완성했다. 여기에 우리금융은 안팎으로의 화학적 결합과 함께 이를 바탕으로 실적 상승이란 숙제를 풀어야 한다. 임종룡 회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임론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 인선의 복잡성을 더하는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이미 일군 업적이 상당히 우수하다는 점과, 이것이 앞으로 한층 더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북돋우기를 추가로 해 나가야 한다는 논의가 일단 존재한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하드웨어를 구축한 임종룡 현 회장이 연임을 통해 우리금융 내실을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 있다. 다만, 이런 차기 회장의 역할론과 관련해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도 있다는 견제론도 솔솔 흘러나온다.

이런 닮은 듯 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구석이 있는 두 논의가 서로 얽혀 고난도 방정식이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 통합 동우회 출범식에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에서 다섯번째)과 정진환 우리은행장(여덟번째)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통합 동우회 출범식에 참석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에서 다섯번째)과 정진환 우리은행장(여덟번째)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 내부 갈등 토닥이고 화합의 단초 놓은 외부 출신 회장의 공로

임종룡 회장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둔 대세론 대 외형적 성장에 이어 내적 성장을 위한 우리금융 2.0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물론은 전통적으로 우리금융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혔던 '한일은행vs상업은행'간 팽팽한 대결론이 일정 부분 해소된 측면에서 기인한 점이 있다.

보람 등 다른 물줄기 대비 두 큰 주요은행 출신의 맥은 워낙 세가 팽팽한 데다 라이벌 의식도 강해 어느 쪽이 다른 편을 압도하는 대신 계속 갈등을 이어왔다. 한 번씩 은행장 등 주요 보직을 주고받는 식으로 평화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그 룰이 깨지면 또 싸움이 시작되는 불안정한 구조다.

급기야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대출 비리 문제 등 각종 비리 견제가 잘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갈등 구조에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문제가 밖으로 드러난 건 특정 라인이 반대쪽 라인 문제를 잡아내 투서를 한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초창기에 이를 견제 내지 충언으로 간곡히 막을 순기능 즉 '선의의 경쟁'이나 '고도의 견제기능' 같은 기능 없이 사후에 꼬리를 잡는 전쟁 기능만 남아있다는 게 양측 갈등이 남긴 문제로 풀이된다.

임 회장은 부임 직후부터 내부의 화학적 결합에 시선을 둬 왔고, 특히 '손태승 이슈'의 뒤늦은 보고 문제로 금융감독원과 큰 갈등을 빚은 끝에 특히 계파 문제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두 주요 계파를 중심으로 여러 출신들이 모두 화합할 수 있도록 올해 1월3일 동우회 통합을 위한 첫발을 떼는 등 각종 성과를 빚어냈다.

◆ 보험과 증권, 악재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완수...우리금융 체급 키워

우리금융은 특히 이번 3분기 실적 면에서 동양·ABL생명 편입으로 일단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의 덕을 톡톡히 봤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 3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1조2444억원으로 컨센서스를 27.5%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면서 "컨센서스를 상회한 이유는 보험사 인수에 따른 염가매수 차익 5560억원 발생에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즉, 그룹 이자이익은 전분기 대비 1.9% 감소했는데 보험사 인수에 따라 보험금융이자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를 제외 시 이자이익은 전분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비은행 부문에 대한 투자 강화와 그룹 내 시너지 창출을 통한 실적 기여도 개선이 향후 우리금융의 실적 제고와 이익 안정성을 높이는 관건이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중장기적 토대를 충분히 닦고 뒷작업도 마무리해야 함을 강조했다. 즉 임 회장 인수전 성공 이후의 추가 작업 중요성도 짚은 셈이다. 

은행 중심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보험 부문 경쟁력 강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임 회장이 강조한 보험사 인수 효과도 점차 나타날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도 이미 그룹 내 안착했다. 다만 증권사의 경우 현재의 자산관리금융(WM)기능의 리테일에서 투자은행(IB)까지 뻗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보험 양사의 자본건전성 지표는 여전히 업계 중위권에 머물러 자본의 질 제고와 효율적 운용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그래도 증권과 보험을 적정가에 잘 사들였기에 지금 같이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는 데엔 금융권에서 딱히 큰 이견이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M&A 시장에서 잘못하면 호구가 될 위기가 사실 늘 존재하는데, 농협금융 회장 시절에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매입을 적정한 조건에 성사시키고, 직원 화합을 추구하는 등 이력이 역설적으로 우리금융에 와서도 도움이 됐다"는 평가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의 경우, 이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한 차례 단물들을 다 빤 뒤에 임 회장과 우리금융이 쇼핑에 나섰으니, 적정 수준 이상의 우수 매물을 사야 한다는 '조급증'이 생기고 또 그게 밖으로 드러나기 쉬웠는데 이를 누르고 냉철히 쇼핑한 끝에 유안타증권 등을 비싼 값에 사들이는 대신 '괜찮은 떡잎'을 샀다"며 체급면에서 아쉬웠다는 평가가 있는 포스증권 인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이처럼 증권과 보험사 인수라는 '접붙이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가운데, 우리금융그룹의 남은 과제는 이를 바탕으로 실적을 어떻게 늘리는가이다.

증권과 보험사 인수전을 임 회장이 진두지휘한 만큼,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 조정관리)'으로  결자해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세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우리금융미래재단 이사장으로서 '따뜻한 금융 역할모델'에도 관심이 많다. 사진은 지난 7월 4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미성년 미혼 한부모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을 격려하고 도움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이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우리금융미래재단 이사장으로서 '따뜻한 금융 역할모델'에도 관심이 많다. 사진은 지난 7월 4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미성년 미혼 한부모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을 격려하고 도움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이다. [사진=우리금융그룹]

◆ 농협금융과의 순위 벌리고, 하나 다시 잡을 소임 남아

과거 우리가 3위, 하나가 4위 금융지주였던 시기는 하나가 외환을 인수하는 빅 이벤트에 성공하면서 역전됐다. 그리고 NH금융이 부각되면서 우리금융은 5위권까지 밀리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다만 우리금융이 증권사와 보험사를 인수하면서 다시 NH를 누르고 4위로 올라서며 하나금융과의 본격적인 3위 대결을 남겨놓게 됐는데, 이 공로는 누가 뭐래도 임종룡 1기의 성과물이다.

이런 구도를 굳히고, '하나된 우리 시대'라는 우리금융 2.0으로의 발돋움을 위해서는 안정적이면서도 적시에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는 임 회장 스타일이 제격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임 회장 대세론에 무게를 더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관료 출신이나 타 금융 출신 전직 고위 인사들, 우리금융 내 중앙대 인맥 등도 포스트 임종룡으로서 제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금융 2.0 시대'에 맞는 새얼굴을 내세울 필요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선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와 박종인 우리은행 부행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중앙대 법학과 동문들로 알려진다. 다만, 이 경우 자칫 현 정부에 줄서기라는 꼬리표를 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금융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결은 다르나, 강신국 우리PE자산운용 사장 역시 꺼진 불이 아닌 '살아있는 불씨'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그는  약 1000억원 규모의 파생상품 손실 사태와 관련해 '견책' 징계 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힐 수 있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이 그동안 이룬 성과에 대해 부인할 수 없지만, 내부에서는 임 회장의 역할을 성공적인 M&A까지라고 보는 이들도 있는 만큼, 새로운 인물의 부상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전망은 결국 전망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임 회장 역할론에 힘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 외에 언급되는 인물도 없지만, 우리금융 내 회장 후보로 포함될 수 있는 인물도 한정적이고, 게다가 임 회장과는 경력이나 이력 등에서 비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임 회장 대세론에 힘을 실었다.

또 다른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 역시 "무엇보다도 종합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이번 임기에서 완성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다음 임기가 매우 중요하다. '결자해지 관점'에서도 연임을 해야 한다"고 임 회장 1기를 평가하고, 엄혹한 국내외 경제사정 속에 열릴 2기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우리금융그룹의 올해 새로 구성된 사외이사 7명 중 3명이 임 회장 취임 뒤 뽑힌 인물이고, 과점주주 추천 이사 1명은 연세대 출신으로 임 회장과 동문이라는 점에서 현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원위원회 7명 중 과반(4명)을 차지하는 점 역시 임 회장 연임 가능성 무게를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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