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손해율과 사업비 부담..."장기적으로 서비스의 질적 저하도 우려"
![6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자동차 보험정비 업계의 건전한 발전과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한 상생협약식’을 열였다. [사진=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https://cdn.financialpost.co.kr/news/photo/202511/237073_275195_5249.jpg)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상생협약이 체결됐지만, 보험업계 안색이 밝지는 않다. 악화된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커지는 사업비 부담을 감안하면 협약만으로는 양 업계의 불만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6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자동차 보험정비 업계의 건전한 발전과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한 상생협약식’을 열고 보험사·정비업계·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민병덕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여야 의원들과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손해보험협회 등 관계 부처, 삼성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와 한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차량 입고 시 정비업체가 수리범위·방법, 작업시간, 시간당 공임, 예상 수리비를 기재한 견적서를 보험사에 제출하고 ▲정비업체가 수리비를 청구하면 보험사가 지체 없이 금액을 확정해 7일 이내 지급하며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정비업계 자율규약을 제정·이행하고 ▲양 업계가 자동차 수리비 표준화를 위한 연구용역에 참여해 분쟁 최소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을지로위원회 측은 “자동차 사고로 인한 차량 수리 과정에서 손해액을 미리 산정하지 않은 채 정비업체가 먼저 수리를 진행하고, 이후 수리비 지급을 지연하거나 삭감하는 사례가 빈번했다”며 “수리비 지급보증이 없어 정비업체가 불확실성을 떠안아야 했고,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갈등이 지속돼 왔다. 또 보험사가 손해사정 내역을 제시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수리비를 삭감하는 문제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고 협약식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위원회는 아울러 “이번 협약을 통해 정비업체와 보험사 간 분쟁이 상당 부분 줄어들고, 견적서에 대한 보험사의 검토·회신 결과를 소비자에게 동시에 제공하도록 명문화함으로써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보험업계 속내는 반가움과 아쉬움이 혼재하며 복잡하다. 협약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협약 내용만으로는 정비업계와 보험사 간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적지 않아서다. 가장 큰 이유로는 자동차보험 사업비 부담과 손해율 악화를 꼽는다.
실제로 올해 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 4곳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4.1%로, 전년 동기 대비 7.8%포인트(p)나 뛰었다. 같은 기간 누적 손해율도 85.4%로 전년 동기보다 4.3%p 상승했다. 업계가 보는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은 손해율 80% 안팎이다.
비용 측면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열린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에서 정비업계는 “임금 인상률과 물가상승률이 정비수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실질 정비수가가 줄었다”고 주장하며 시간당 공임 6.6% 인상을 요구했다. 자동차보험 정비수가는 올해 2.7% 인상됐지만, 인건비·부품비·제반 비용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정비업계의 입장이다.
반면 보험사 입장에선 지출해야 할 사업비와 손해율은 계속 늘어나는데 보험료는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에 난감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이 83.3%까지 올랐음에도, 주요 보험사들은 경쟁 심화와 가계 부담 등을 고려해 보험료를 0.6~1.0% 수준으로 인하했다. 수입보험료 증가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손해율과 사업비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보험업계에서는 협약의 ‘7일 이내 수리비 지급’ 조항과 관련해 정비 비용 산정 기준이 함께 정비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 구조에서 수리비 지급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정비업체가 청구한 금액이 적정한지 여부를 따지는 손해사정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정비업체가 견적을 산정할 때 적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지급 기한만 정해놓는다고 해서 분쟁이 줄어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자동차 정비비는 정비사가 일한 시간에 시간당 공임을 곱해 산정하는데 이 시간당 공임 단가는 업체별로 차이가 크다. 동일한 수리라도 정비업체에 따라 비용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보니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에 '과다 청구냐, 정당한 청구냐'를 둘러싼 견해차가 반복되는 실정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손해율이 누적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언젠가는 보험료 조정 논의를 피하기 어렵다”며 “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지급 과정에서의 서비스나 보장 수준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상생금융도 중요하지만 협약 이행 과정에서 보험사의 손해율 부담도 함께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