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상품 출시·업무협약 통해 시장 선점...욕심나는 시장
미성년·고령층 상속·자산 관리수요 발빠른 반영 눈길

생명보험업계가 지난해 11월 도입된 보험금청구권신탁제도를 위한 시스템 정비를 마치고 본격 시장 점유율 경쟁에 들어갔다. [사진=언스플래쉬]
생명보험업계가 지난해 11월 도입된 보험금청구권신탁제도를 위한 시스템 정비를 마치고 본격 시장 점유율 경쟁에 들어갔다. [사진=언스플래쉬]

생명보험업계가 보험금청구권 신탁제도 시행에 맞춰 고객 확보 경쟁에 나섰다. 업계는 전용상품 출시는 물론 관련 인력 보충, 업무협약 등을 통해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4년 11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과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손질하며 보험금청구권 신탁 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는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사망보험금을 신탁회사인 금융기관이 대신 운용·관리하고, 사전에 정해진 방식에 따라 신탁 수익자에게 지급한다. 

사망보험금을 수익자가 아닌 계약자, 피보험자가 설정한 목적대로 집행되며, 보험금을 목표로 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보험계약자 사망 후 미성년자에 지급하는 보험금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미성년후견제도를 보완하고 ▲고령자 및 장애인 재산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업계와 소비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미국은 1930년, 일본은 2010년부터 관련제도를 실시, 보험금의 안전 사용은 물론 보험금을 노린 범죄 예방에도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학계와 금융업계도 오랜기간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이어왔다. 이후 2023년 법무부가 '보험금청구권은 신탁 가능한 재산'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허용됐다. 

신탁 가입 요건은 ▲3000만원 이상 일반사망을 보장 ▲계약자, 피보험자, 위탁자가 동일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가 수익자 ▲보험계약 대출이 없을 것 등이다. 고객은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활용해 목적에 맞게 종신보험을 유연하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ABL생명은 지난 7월 우리금융그룹 편입 이후, 첫 신탁 연계 상품인 '(무)우리가족THE해주는상속종신보험(해약환급금 미지급형)'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사망보험금과 함께 납입 보험료도 함께 환급해주는 구조로 설계돼 고객이 안정적인 재정 계획에 맞춰 보험금을 활용할 수 있다. 

ABL생명 관계자는 "이번 보험금청구권 신탁 도입으로 유가족을 위한 사망보험금 지급 방식에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화생명도 지난달 신탁 전용 상품을 출시했다. 회사 산하 상속연구소의 컨설팅을 통해 마련된 이 상품은 자녀 학자금·상속세 재원·장기 생활비 등 세대별 라이프 플랜에 맞춘 체계적 자금 설계를 지원한다. 특히 일시금 지급이 아닌 분할 지급으로 체계적인 자산 관리가 가능하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종신보험 중 신탁가입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보험금청구권 신탁에 가입할 수 있다. 

최인희 한화생명 상속연구소 소장은 "보험 이상의 종합자산관리를 제공하기 위해 상품과 컨설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전국 6개 보험설계사(FA) 센터에서 전문적인 신탁 상담을 통해 상속플랜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이미 지난해 6월부터 금융위원회로부터 재산신탁업 인가를 받았다. 같은 해 7월부터는 '종합자산관리팀'을 운영하고 있다. 팀은 자산증식과 보호, 승계플랜 등의 업무를 전담하며 생애주기와 금융환경변화에 따른 맞춤형 재무솔루션 '종합자산관리서비스'도 제공한다. 

교보생명은 제도 도입에 맞춰 발빠르게 신탁 특화 상품 '보험금청구권신탁'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개시 2주 만에 100호 계약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지난달까지 총 477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계약금액 기준으로는 총 556억원이 판매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평생안심신탁' 상품은 가입자가 평상시에는 일반 금융계좌처럼 자유롭게 이용하다가 중증치매나 중증질환으로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의료적 진단을 받으면, 사전에 지정된 후견인이 대신 신탁 계좌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계약 잔고는 평상시에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유동적으로 변동되도록 설계했다.

김계완 교보생명 종합자산관리팀장은 "지난해부터 초고령사회가 이미 시작된 만큼, 금융기관도 서둘러 다양한 서비스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앞으로도 맞춤형 종합재산신탁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고령층이 직면한 재산 관리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메트라이프생명은 하나은행과 보험금청구권신탁의 활성화 및 서비스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고객의 자산 보호와 가족의 금융안정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두 회사는 ▲보험금청구권신탁 인식제고 및 저변 확대 ▲신속·안전한 계약 및 관리지원 프로세스 구축 ▲개인 맞춤형 신탁 솔루션 제공을 통한 차별화된 자산관리를 목표로 협력할 예정이다. 특히 보험계약자의 권리 보호와 유가족의 금융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메트라이프생명 고객은 콜센터, 담당 지점 및 담당 보험재무설계사(FSR)를 통해 본인 보유 계약의 보험금청구권신탁 가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신탁을 원하는 고객에게 하나은행의 다양한 신탁 서비스를 안내, 연계해 고객의 선택권을 늘리고 장점을 강화했다"며 "중장기적으로 신탁 전용 상품 출시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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